전통의 가치와 현대성을 담은 민화의 신선한 변주

민화는 오랜 역사를 통해 사회적 요구와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속에 따라 제작한 대중적인 실용화다. 대중들은 오랜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이 세상에서 복 받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벽사진경(辟邪進慶)의 염원, 신앙과 생활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마음을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민화에 담아 왔다. 때문에 우리의 민화에는 민족의 정체성을 띤 고유한 미의식과 정감(情感)이 표현돼 있다.

이런 민화가 21세기 현대와 만나 어떻게 재창작되고 다양화될 수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2월 20일부터 26일 까지 열리는 호정 서민자 작가와 호정민화회 회원들의 전시는 민화의 새로운 변주를 통해 전통의 가치와 사회적 메시지의 힘을 새삼 일깨운다.

서민자 개인전은 독도아리랑과 장생이라는 테마로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가교역할로서 전통화를 표현한다. 작가는 한ㆍ일 관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우리땅 독도’를 전통 그림과 같이 연결해 강한 메시지를 표출하고 있다.

작품 속 독도에는 고대의 왕관이 위엄을 보이고 귀걸이 문양, 민화의 자수에 수놓아지는 꽃과 나비, 새, 장생 등 여러 문양이 얽혀 생동감을 뿜어낸다.

“독도에 선현들의 기상과 얼을 표현했어요. 전통 민화의 문양을 넣은 것은 우리 문화적 정서를 가장 잘 담고 있으면서도 대중문화와 함께 동행하고 있는 의미라고 볼 수 있지요.”

대학에서 전통공예를 전공하고 20년 넘게 민화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는 서 작가는 민화라는 전통과 현대성이 융합된 신(新) 민화에 천착하고 있다. 이미 <신별주부전>에서 현대화된 색(色)을 통해 민화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시대적 이슈를 민화에 담는 대담한 변신을 시도했다.

“전통이 몸(뼈대)이라면 현대는 살을 붙이는 것으로 오롯이 작가의 몫인데 이번에 독도라는 사회적 이슈를 택했어요.”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는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발현한 셈이다.

서 작가의 전시와 함께 선보이는 호정민화회(회장 허연욱) 회원들의 작품은 전통 민화에 바탕하면서 변화를 주었다.

전시작은 서 작가의 성신여대 교육원 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팀과 호정 전통 민화연구원에서 지도자 과정을 공부한 회원들 중 7~10년 경력을 지닌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로 선별했다.

허연욱 작가의 ‘월야선유도’를 비롯한 작품들은 전통 민화를 전승했으면서도 단순히 민화를 재현하는데 머물지 않고 독특한 재료와 창의적인 방식으로 민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지에 백토를 입혀 입체성을 띠기도 하고, 쪽색ㆍ홍염 등 천연 염색으로 민화에 순수함과 화사함을 더했다.

이러한 민화에는 돌 가루를 갈아 아교를 섞으며 기다리는 미학의 여유가 있고, 한지 위에 평화롭게 표현된 작품 속에 심취할 수 있어 바쁜 현대의 심신을 치유하고 또 다른 의욕과 도전을 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해준다. 이번 전시를 ‘힐링(Healing)전’으로 명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이번 전시작은 작가 각자의 사연을 품고 완성된 수준 높은 작품들로 ‘힐링(Healing) 민화’라 할 만한다.

신년에 즈음해 우리의 문화적 정서와 선현들의 길상이 담긴 색다른 민화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로 나아가는 경험은 꽤 의미있는 일로 여겨진다. 02-736-1020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