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POP, 日시장 주춤하는 속사정100엔당 1135원 수준… 최근 3년 중 가장 낮아올 대규모 공연 앞두고 대형 기획사 울상

말 그대로 비상이다.

K-POP을 이끄는 이른바 '빅3' SM-YG-JYP를 비롯해 주요 기획사들이 뜻밖의 복병을 만나 고전 중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엔저 현상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일본의 화폐 엔이 시장에서 저평가 받으면서 일본을 주요 시장으로 성장해 온 K-POP도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수치를 보면 심각성이 확인된다. 5일 기준 100엔당 환율은 1,135원이다. 지난 3년 중 가장 낮다. 최고점인 2009년 3월2일 기록한 1,616원을 비교하면 30% 가량 하락했다. 같은 콘텐츠가 불과 3년 사이 30%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셈이다. 이 같은 환율변화는 매출을 비롯한 수익과 직결돼 국내 기획사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5만 명을 수용하는 도쿄돔 콘서트의 1회 입장 수익의 예를 들어 보자. 입장권 1장에 1만엔의 가격으로 판매해 입장수입만 50억엔을 기록했다고 가정하고 이를 원화로 바꾸면 시기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2009년 3월2일 공연을 열었다면 80억8,000만원의 입장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2013년3월5일 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입장 수익은 56억7,500만원에 불과하다. 무려 24억500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여기에 기념품을 비롯한 MD매출이 추가되면 차액은 그 이상으로 불어난다. 기획사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는 대목이다.

일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K-POP의 외연을 확장하며 특수를 누린 빅3의 경우, 이 같은 환율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하필이면 올해 들어 대규모 공연이 연이어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SM의 경우 2월8일부터 소녀시대의 아레나투어 총18회에 걸쳐 진행 중이고 동방신기가 4월부터 돔투어를 시작한다. YG는 지드래곤의 일본 4대 돔투어를, JYP는 4월 2PM의 도쿄돔 콘서트를 각각 앞두고 있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여느 때와 같으면 대형 공연 개최로 거둬들일 매출 계산에 표정관리가 어려웠을 텐데 요즘에는 차분하다. 2009년 엔고 시절을 겪어봤기 때문에 체감하는 액수의 차이는 훨씬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악재는 이뿐이 아니다. 연이은 일본 아베 정부의 우경화 정책으로 국내 드라마의 일본 지상파 방영 회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관련 상품 매출도 급감했다. 이는 뮤지컬을 비롯한 다른 콘텐츠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류관련 기업의 한 관계자는 "K-POP에 있어 일본 시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세계 2위의 음악 시장 규모뿐 아니라 공연장을 비롯한 수준급의 인프라를 갖췄다. 세계 시장을 호령하기 전에 국내 가수들이 꼭 한 번 들를 만한 매력적인 시장이다. 테스트마켓의 성격을 겸하던 일본 시장이 위축되면 해외 시장 진출에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한일 관계 냉각에 움츠려 들었던 국내 중소 기획사들이 엔저의 지속으로 일본 시장 진출을 꺼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엔저에 발목 잡힌 K-POP이 어떤 돌파구로 위기를 헤쳐나갈지 국내 음악관계자들이 내릴 해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