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갤러리 육근병 개인전 '+ Sound of Silence'문명 비판적 영상 눈길

The sound of landscape=Site energy, 220㎝x146.67㎝, CPrint
미디어 설치작가 육근병의 개인전 <+ Sound of Silence>가 서울 용산의 표갤러리에서 3월 21일부터 4월 20일까지 열린다.

육 작가는 1988년 첫 개인전 이래, 그리고 성공적인 데뷔 무대였던 1992년 카셀 토큐멘타 이후로 꾸준하게 역사와 본질에 대한 탐구를 담아낸 영상과 사진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Nothing' 시리즈와 'The Sound of landscape=Site energy' 시리즈로 그의 철학에 바탕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숲 속의 풀들을 숨죽이며 관찰하여 찍은 'The Sound of landscape=Site energy'시리즈는 거대한 숲처럼 보이지만, 사실 발 한 뼘이 되지 않을 숲의 작은 일부분인 잡초들을 찍은 작품들로 구성됐다. 생명을 상징하는 고대 이집트의 앙크(Ankh) "+" 표식을 숫자들과 함께 사진 위에 표기해둔 것들은 그가 다녀간 날짜와 시간을 뜻하며, 이것은 대상을 포착해 내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 조차도 역사의 일부분의 의미를 가진다는 그의 삶에 대한 철학(과거=현재=미래)을 현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Nothing'시리즈는 새벽 안개가 걷히거나 해가 떠오르는 순간, 또한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등의 자연의 시간들을 5∼10분 가량 담아낸 것으로, 비나 바람 등의 음향은 모두 제거돼 있다. 그의 영상 속의 침묵은 광활한 자연 아래 하나의 미물로 존재하는 우리 스스로를 각인하게 하는데 어떠한 웅장한 소리보다도 더 큰 울림을 전하며 깊은 명상 속에서 만물의 본질을 찾아가게 한다.

이번 전시는 문명비판적 영상 작업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을 현대인들에게 깊은 명상의 시간과 함께 한 해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에너지를 받을 기회가 될 것이다.

02)543-7337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