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45m의 거대한 피라미드세계 7대 불가사의한 인류 보물수천년간 웅장한 자태 그대로…

기자 지구 피라미드 전경
이집트를 찾는 이방인들에게 피라미드는 숙명이다. 한번쯤 알현해야 할 듯한 묵직한 유혹에 빠진다. 기자지구 피라미드 앞에 서면, 무슨 주문에라도 홀린 것처럼 하늘에서 땅으로 이어지는 영겁의 흔적에 고개를 떨구게 된다. 수천 년 세월이 담겼고, 세계 7대 불가사의인 진귀한 보물이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존재감은 오히려 일상과 가깝다.

기자 지구 피라미드는 보통 카이로의 한 부속 관광지처럼 설명되곤 한다. '카이로에서 서쪽으로 13km 떨어진 곳에 위치했으며 버스로는 40여분 정도 걸린다.' 4500년 역사를 지닌 피라미드 입장에서 보면 결코 마뜩지 않다. 카이로가 도시로서 의미를 갖춘 것은 바빌론 성을 쌓은 후부터니 피라미드보다 2000년쯤이나 뒤진다. 기자지구 일대는 카이로가 들어서기 전, 이미 고대왕국의 혼이 담겼던 곳이다. 어쩌면 이곳 투박한 땅에서 어색한 것들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도시의 경관일지도 모른다. 이집트 기자 지구의 피라미드는 그렇게 삶과 뒤엉켜 있다.

파라오의 영혼이 담긴 세계 7대 불가사의

수도 카이로에서 기자지구에 접어들면 시야에 들어오는게 '삼각의 왕릉'들이다. 변두리 재건축 지역에 우뚝 솟은 회백색 건물처럼 피라미드는 생뚱맞게 서 있다. 피라미드는 기자 지구의 대명사쯤 된다. 유명 관광지가 된 피라미드에 다가서고 감상하는 과정이 수월하지만은 않다. 낙타몰이꾼을 만나고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접근하는 호객꾼들의 성화가 이어진다. 수천년 역사를 조용하게 음미할 여유가 부족하다.

하지만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만나는 '진통' 쯤으로 생각 해 두자. 오히려 경계할 것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앞에서 폴짝거리며 사진 한 장 찍고, 훌쩍 이동하려는 가벼운 마음이다.

유적 뒤로 펼쳐진 기자 지구 전경
사실 이집트에서 발견된 피라미드는 70여개가 넘는다. 나일강 일대, 문명의 발상지에 고루 흩어져 있다. 그중 기자 지구의 3대 피라미드는 가장 빼어난 것으로 손꼽힌다. 부터 카프라왕, 멘카우라왕의 피라미드 등 사막 위에 도열한 세 개의 무덤들은 묘한 여운이 서려 있다. 그 중 대 피라미드로 알려진 는 기원전 2650년경 전 만들어진 것으로 이집트의 피라미드중 가장 크고 오래된 대표주자다. 원래 높이가 145m였으며 10만명이 20여년간 동원돼 수 톤 무게의 석재들만 200만개가 넘게 쌓여 있다.

피라미드의 실체에 궁금증을 느끼는 사람들은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서는 투어에 나선다. 사람 하나가 간신히 오갈 작은 통로가 무덤속에는 미로처럼 뻗어있다. 이집트 원정에 나섰던 나폴레옹은 쌓여진 돌들을 바라보며 프랑스 전 국경에 장벽을 세울 수 있겠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윤곽들

이곳 피라미드는 보는 위치와, 높이에 따라 표정이 달라진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바위 하나하나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윤곽도 변한다. 멀리서 웅장한 자태를 감상했으면, 사막의 태양아래 반만년을 견뎌온 바위 하나하나를 곱씹어 본다. 돌덩이에는 지난한 세월의 온기가 전해진다.

피라미드를 둘러싼 학설은 하나로 모아진다. 피라미드가 왕의 무덤이며 왕이 하늘로 오를 수 있는 계단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왕이 죽으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고 태양신과 함께 하늘을 순회한다고 믿었다. 피라미드에 대한 발굴과 연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활발하게 계속됐으며 아직도 진행중이다. 다만 정확한 축조법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스핑크스
기자지구의 피라미드를 지키는 는 길이 57m, 높이 20m의 대단한 덩치를 자랑한다. 하지만 아랍인의 침입때 코가 잘리고 영국에 수염도 빼앗긴 뒤로는 다소 애처로운 모습이 됐다. 피라미드와 를 배경 삼아 야간에는 '소리와 빛의 쇼'가 펼쳐진다. 형형색색 화려하다지만 수천년 잠들어 있을 무덤 속의 왕에게는 번잡한 일이다. 어쩌면 세계유산이자 불가사의인 지상최대의 유적에 조명을 쏘아대는 행위자체가 무례하다.

피라미드에서 나서면 복잡한 거리가 형성돼 있다. 현지인들은 아흐라무거리, 여행자들은 피라미드 거리로 부르는 곳이다. 이집트의 각종 맛집들과 상가들, 전 세계 패스트푸드점들이 거리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외지인들은 이곳에서 파피루스로 불리는 고대 이집트의 종이를 구입하거나,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우아하게 점심을 먹고, 커피를 홀짝대는 것으로 고대유적과의 숨막히는 알현을 정리한다.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피라미드의 모양은 지역에 따라 다른 개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기자 지구 인근인 사카라의 조세르 왕 피라미드는 계단식으로 돼 있으며, 다쉬르는 한쪽변이 굴절된 피라미드로도 유명하다.

이집트인의 신앙심이 표출된 피라미드에 대해 건축가 알베르티는 '미치광이의 발상'이라며 폄훼하기도 했다. 후대 학자들이 무엇이라 떠들던, 주변에 도시가 들어서든 말든 피라미드는 말도, 미동도 없다, 수천년간 웅장한 자태 그대로 그 자리에 쓸쓸하게 우뚝 서 있다.

■ 여행메모

몸체만 한 석재로 쌓아올린 피라미드
가는길=인천~이집트 카이로 구간을 카타르 항공이 도하를 경유해 운항중이다. 알렉산드리아, 룩소르행 편도 있어 카이로로 입국한뒤 알렉산드리아나 룩소르 등으로 출국하는 동선이 가능하다. 이집트 입국 때는 별도의 비자가 필요하며 30일 동안 유효한 비자를 현지 공항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다. 카이로에서 기자 지구까지는 버스가 운행되며 택시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기타정보=통화는 이집트 파운드를 쓰며 달러나 유로를 가져가면 현지 호텔 등에서 환전이 가능하다. 기자지구 피라미드 투어때는 모자 등 햇볕 가리개가 필수. 이집트 관광청 공식홈페이지(www.myegypt.or.kr)에서 숙소, 입장료 등 다양한 현지정보를 얻을 수 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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