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일대 음식점서 日관광객 상대 알선 모범택시로 호객 행위고객 한 명에 80만원 짭짤한 수입에 영업 기승 경찰 단속도 효과 미미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성매매, 이른바 '기생관광'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것도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특구이자 서울의 한복판인 명동에서다.

'기생관광'은 2006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자취를 감추는 듯했지만 최근 한층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확산되면서 '관광 한국'의 이미지를 먹칠하고 있다.

관광 명소인 명동이 외국인 관광객 대상 '성매매의 온상'이라는 오명이 덧씌워지는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식당서 식사와 성매매 알선

주말인 지난달 30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명동.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골목엔 일본어나 중국어로 된 간판과 문구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한국 관광의 필수 코스'라는 명성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멀지 않은 식당에선 공공연하게 성매매가 벌어지고 있었다. 문제의 식당은 명동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갈빗집. 특이한 점은 한국인보다 일본인, 그것도 주로 남성들만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여성들을 한 명씩 끼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식당 구석에서 이들의 동태를 살펴 본 결과 일본 남성들 옆의 여성들은 한국인이었다. 그들은 '짧은' 일본어로 일본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연신 깔깔대고 웃었다.

얼마쯤 지나 여성 5명이 한 남성의 보호를 받으며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하나같이 짧은 치마에 가슴이 깊게 팬 야한 차림이었다. 여성들은 일본 남성 3명이 앉아 있는 테이블 앞에 섰다. 남성들은 귓속말을 주고받은 뒤 각각 여성들을 지목했다.

선택을 받지 못한 여성 2명은 남성들에게 가벼운 인사를 한 뒤 식당 문을 나섰다. 룸살롱 등에서 여성을 선택하는 이른바 '초이스(Choice)'와 매우 유사한 장면이었다.

이들 역시 여느 테이블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시작했다. 40분 남짓 지나자 이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기자도 서둘러 이들을 따라 나섰다.

여성들은 남성들과 짝지어 팔짱을 끼고 어디론가 향하더니 도보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숙박업소로 들어갔다.

이렇듯 식당에서 식사와 함께 성매매 알선이 버젓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고전적인 영업소인 유흥업소를 통하는 곳은 여전히 많다. 명동의 D, E업소와 이태원 일대의 B, M업소가 대표적이다.

삐끼ㆍ인터넷ㆍ모범택시로 유치

취재 중 일본 관광객 성매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명동의 한 점주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업소의 손님 모집 방식은 크게 3가지다. 속칭 '삐끼'를 동원, 호객행위를 통해 손님들을 유치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실제 명동에서는 삐끼들의 영업 행태에서 비롯된 심각한 문제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의 주 활동무대는 R호텔 뒤편 골목으로 30여명의 삐끼들이 3~5m 간격으로 줄지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나가는 일본인 남성들을 귀신같이 알아보고 다가가 유창한 일본어로 말을 건넸다.

관광객은 손사래를 쳤지만 삐끼는 계속해서 전단지를 들이밀었다. 전단은 여성을 호텔로 보내주거나 유흥업소, 또는 미아리 등 집창촌을 소개해주는 데 활용되고 있었다.

이날 한국인 가이드와 삐끼들 간에 소란이 일기도 했다. 가이드가 삐끼들의 호객행위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욕설이 오가는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가이드는 "삐끼들이 일본 남성 관광객들을 자꾸 빼가는 통에 다음날 스케줄에 차질이 생긴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여행 코스에 명동을 포함시키기 부담스럽다"라고 하소연했다.

인터넷을 통해 손님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일본인 상대 성매매를 홍보하는 한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룸살롱' '풀살롱' '안마방' '키스방' 등 성매매 업태별로 다양한 게시판이 마련돼 있다. 또 성매매 경험담을 공유하는 게시판도 있다.

해당 게시판에는 일본인들의 '기생관광' 체험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또 업소별 서비스부터 여성들의 '등급' 등 정보가 공유되고 있고, 성매매를 벌인 여성들의 사진도 간간히 눈에 띈다.

이외에 모범택시나 스마트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이 성행중이다. 업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사들이 일본인 승객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모범택시 기사 가운데는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변태영업을 하는 택시들의 집결지로 알려진 한 호텔 앞을 찾았다. 이곳 기사들은 일본인이 아니면 태우기를 꺼려했다. 실랑이 끝에 한 모범택시에 오를 수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업소에 소속된 모범택시 기사들은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자신들끼리 지역을 나눠 영업을 하는데 주 활동무대는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호텔 주변이다. 또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업주는 이들이 모임을 가질 때마다 협찬금을 낸다고 한다.

수사당국 단속에 어려움

새 유형의 기생관광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짭짤한 수입'때문이다. 취재 중 만난 유흥업계 종사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화대는 여성의 등급에 따라 5만~7만엔 선이라고 한다. 한화로 약 60만~85만원 정도인 셈이다.

이중 손님을 유치한 삐끼나 택시기사 등이 전체의 20% 정도를 가져간다. 그리고 남은 돈을 성매매 여성과 포주가 반씩 나눈다. 업주는 술과 안주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이 과정에서 일본인들이 한국 시세에 어둡다는 점을 악용해 과도한 술값을 물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단속은 쉽지 않으리라는 게 유흥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단속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면 일제히 몸을 숨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유흥업소 점주는 '은밀한' 커넥션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단속을 피하거나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속에 성공해도 문제는 근절되지 않는다. 경찰은 지난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일본인을 상대로 성매매 알선을 벌인 일당 30여명을 붙잡았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 벌금형에 그쳤고, 일부는 무혐의 처분을 받고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한국은 지난해 말 외국인 관광객 연 1,000만명 시대를 맞았다. 이런 가운데 '기생관광'이 활개를 치면서 '관광 한국'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정부 당국과 관계자들의 대책과 각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송응철기자 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