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입구엔 진홍빛 지면패랭이꽃 500년 느티나무와 울창한 대나무숲 농가벽엔 예쁜 벽화가 나그네 반겨'가보고 싶고 살고 싶은 농촌전통마을' 대나무 낚시 등 다양한 체험도 가능

거북이마을 중심에 있는 500년 수령의 느티나무
장항선 열차를 타고 홍성역에서 내리자 약 400미터 앞에 ㄹ마트가 보인다. 최근 이전한 홍성종합버스터미널이 들어서 있는 신축 건물이다. 홍성역에서 오륙 분쯤 걸으면 버스터미널에 다다른다. 여기서 농어촌버스를 타고 20분 남짓 달려 거북이마을 입구인 내현리 버스정류장에 이르렀다.

거북이마을은 거북이의 목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또한 거북이 모양의 바위가 머리를 안쪽으로 향하고 있어 내현리(內峴里)라는 지명을 얻었다. 거북이마을의 30여 가구는 모두 농가이며 120여 명의 주민이 살아간다. 2009년 농촌진흥청이 '살고 싶고 가보고 싶은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했다.

버스에서 내리면 우선 다목적회관인 전통체험관과 연자매를 보관하고 있는 초가지붕의 연자방앗간이 보인다. 마을로 접어드는 길에는 지면패랭이꽃이 곱게 피어 나그네를 반긴다. 꽃잔디라고도 일컬어지는 지면패랭이꽃의 진홍색 빛깔이 눈부실 만큼 화사하다.

마을로 들어서면 벽화로 장식된 화장실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대전 목원대학교 미대생들이 농촌체험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공용화장실 벽에 그린 마을 지도 그림이 참으로 귀엽다. 화장실 맞은편 수선화 꽃밭 너머의 농가에도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어 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마을을 대표하는 상징인 구산사와 약천초당

수선화 꽃밭 농가에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다.
거북이마을을 대표하는 상징물은 구산사(龜山祠)로 1858년(철종 9년)에 세워졌다. 구산사는 담양 전씨(潭陽田氏)의 삼은으로 불리는 야은 전녹생(壄隱 田祿生), 뇌은 전귀생(耒隱 田貴生), 경은 전조생(耕隱 田租生) 삼형제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사당으로 매년 음력 10월 1일에 제향하고 있다.

이들 삼형제는 고려 말의 문신으로 모두 학식과 덕망이 높아 후손들이 삼인(三仁)으로 추존하기도 했다. 전녹생의 16대손인 간재 전우(艮齋 田愚)가 이들의 시문을 모아 1890년(고종 27년)에 간행한 4권 2책의 <삼은합고(三隱合稿)>는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대표적인 권농가로 <청구영언>에 실려 있는 이 유명한 시조를 쓴 이는 조선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약천 남구만(藥泉 南九萬, 1629~1711)이다. 그는 관직에서 물러난 뒤 향리인 거북이마을로 돌아와 전원생활의 풍류를 즐기며 이 작품을 썼다. 현재 그의 생가 터에는 초가집인 약천초당이 세워져 있다. 남구만이 쓴 시집의 영인본을 전시하여 그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한 전통가옥 형태의 체험장이다.

석천한유도가 눈길 끄는 장충영각

공용화장실 벽에 그려져 있는 거북이마을 지도
장충영각(仗忠影閣)도 거북이마을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자천공 전운상 영정(충남유형문화재 147호)과 석천공 전일상 영정(충남유형문화재 127호) 및 석천한유도를 보관하고 있는 고택으로 전통한옥 숙박시설로도 활용된다. 전운상(1694~1760)과 전일상(1700~1753)은 조선 후기의 무신으로 명성을 떨쳤는데, 특히 전운상은 전라좌수사 시절인 1740년(영조 16년) 수군의 특수함정인 해골선을 건조하는 업적을 남겼다.

석천한유도(石泉閒遊圖)는 1748년(영조 24년) 여름, 전라우수사 석천공 전일상이 정자 위에서 더위를 씻으며 여가를 보내는 모습을 그린 풍속화다. 김희겸의 작품인 이 그림에서 주인공이 잡고 있는 매(鷹), 기둥에 걸린 칼(劍), 마부가 물로 씻기고 있는 말(馬), 술시중을 들며 가야금으로 흥취를 돋우는 관기(色) 등은 무인들이 좋아하는 네 가지, 즉 무반사호(武班四好)를 상징한다.

거북이마을 곳곳에는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마을 중심에 있는 500년 수령의 느티나무는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며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쉼터로 사랑받는다. 주변의 울창한 대나무 숲도 이 마을의 운치를 돋우는 데 한몫 거든다.

거북이마을은 아홉 가지 보물을 덮고 있다는 보개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이곳에서는 소나무 삼림욕과 아침산책을 즐길 수 있으며, 삼형제바위, 산재바위, 굴바위, 줄바위, 보살바위, 말바위, 범바위 등 전설을 간직한 일곱 개의 바위가 있어 얘깃거리가 풍성한 산이기도 하다.

거북이마을에서는 종가음식 체험, 전원시조 체험, 대나무 낚시, 나물 채취, 화전놀이 등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어 농촌의 전원생활에 빠져들기에도 그만이다(문의 041-631-0402). 이 마을이 자랑하는 특산물로는 연잎을 넣어 빚은 전통주인 연엽주와 보리고추장이 꼽힌다.

남구만의 생가 터에 세워진 약천초당
■ 찾아가는 길

홍성 나들목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벗어난 뒤에 홍성 방면 29번 국도-구항면을 거친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장항선 열차나 버스를 타고 홍성으로 온다. 홍성에서 구항면 내현(거북이마을 입구)으로 가는 농어촌버스 하루 5회 운행.

■ 맛있는 집

거북이마을에는 음식점도, 가게도 없다. 전통체험관 안에 있는 식당은 단체로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다.

거북이마을을 대표하는 상징물인 구산사
홍성 한우는 2012년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에서 한우 부문 대상을 차지해 뛰어난 맛과 육질을 인정받았다. 홍성에는 한우 전문점이 많은데 그 가운데 구항면사무소 인근에 있는 홍성구항한우(041-633-0243, 634-4564)가 유명하다. 참숯으로 구워 먹는 한우 생고기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고 육회도 고소하니 일품이다. 야채버섯불고기, 갈비탕, 육개장, 사골곰탕, 선짓국 등의 식사류도 내는데 모두 한우만 이용한다. 전국에 택배로 암소고기를 배송도 한다.


거북이마을 주변의 울창한 대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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