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세르주 블로크&미레이유 보티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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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우연한 마주침들은 흔히 지나치기 쉽다. 마치 무덤덤하게 흘러가는 우리의 삶처럼. 그러나 그런 '우연'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면 새삼 일상의 가치, 삶이 얼마나 진지한지를 경험할 수 있다.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는 프랑스 작가 세르주 블로크와 그의 아내 미레이유 보티에의 2인전'우연한 마주침 (Unexpected Encounters)'은 그러한 '우연'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신선하게 전한다.

세르주 블로크는 일상 속에서 또는 여행하는 도중에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것들, 역에 버려진 기차표, 오래되어 본체에서 떨어져버린 조각들처럼 사소하지만 나름의 의미를 지닌 객체들을 모은다. 미리 정해놓은 뚜렷한 목표와 의도 없이 낯선 곳, 낯선 시간에 작가와 인연을 맺게 된 이들은 그의 선 드로잉과 함께 작품의 한 부분을 이루게 된다

그가 행하는 단순한 선의 드로잉 또한 자신이 그린다기 보다 도구가 스스로 움직이고 이를 따를 뿐이라고 말하듯, 즉흥성을 기본으로 한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꾸밈없는 자유분방함과 재치가 만연하다. 예정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우리의 삶과도 닮아있는 그의 작품에 관객은 더욱 큰 기대감과 낭만을 느끼게 된다.

미레이유 보티에는 2006년부터 책, 비닐봉지, 천 등에 수를 넣는 형식의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작가는 쉽게 사용되고 버려지는, 가치 없는 대상에 시간과 노력의 표상인 수를 놓음으로써 또 다른 존재 가치를 만들어낸다. 무언가를 만들어내겠다는 목적성보다 행위의 반복, 시간의 흐름 속에 얻어지는 경험과 기억에 몰두하는 작가는 반(反)의도와 의도를 적절히 뒤섞어 섬세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세르주 블로크와 미레이유 보티에는 서로 다른 방식과 주제를 따르지만 자유롭게 사고하고 단순한 색과 형태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가진다. 이번 전시의 제목처럼 기대치 않았던 만남, "Unexpected Encounters"로 보여지는 두 작가의 공동전시는 대조와 조화를 동시에 보여주며 색다른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전시는 5월5일까지. 02)720-5789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