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면발 우동은 '예술의 경지'쫀득쫀득한 도미회 맛 '일품'리쓰린 정원은 '국보급 경치'미술관은 뛰어난 건축미 자랑3,000년 역사의 온천 효능 탁월

세토대교
시코쿠 가가와현은 맛과 예술이 어우러진 땅이다. 우동 한 그릇에 반한 이방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건축미가 도드라진 미술관들은 바다와 맞닿아 있다. 가가와현에서는 자연, 예술, 맛이 어우러진 흔적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맛과 예술이 녹아든 땅을 찾는 것은 가슴 설렌다. 일본 가가와현은 사누키 우동으로 오랫동안 명성을 떨쳐 온 맛의 고장이다. 사누키 우동은 우동기행을 연재했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단박에 감동시키기도 했다. 전 일본 수상도 출장갈 때 챙겨갔다는 이곳 우동 맛은 예술의 경지에 오른 수준이다. 실제로 일본인들은 쫄깃한 면발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가가와현을 찾고 있다.

900여개 우동집이 들어선 우동천국

현의 중심도시인 다카마쓰를 중심으로 900여개의 우동집이 밀집해 있을 정도로 이곳은 우동천국이다. 줄서서 먹는 일이 다반사이며 대부분의 상가가 문을 닫은 야간에만 영업을 하는 우동집도 있다. 이곳에서는 특이하게 우동투어 전문택시도 다닌다. 검은 색 중형 택시의 지붕에 우동모형을 올린 우스꽝스런 모습인데 역이나 공항에서 출발해 명물 우동 맛집 두세 곳을 들리며 투어 비용은 4000~5000엔 정도다.

좋은 밀이 자라는 천혜의 조건은 사누키 우동의 명성에 오랜 밑거름이 됐다. 국물 없이 간장만 찍어 먹어도 우동은 별미를 낸다. 우동학교도 있으며, 발로 반죽을 해 쫄깃한 맛을 내는 광경도 엿볼수 있다.

나오시마 포구
가가와현에는 영화 '우동'의 배경이 된 섬이 자리잡고 있다. '예술의 섬'으로 불리는 나오시마다. 웬만한 가이드북에도 나오지 않던 섬마을은 10여년 만에 가가와현의 새로운 명물이 됐다.

나오시마는 한때 구리 제련소가 있던 섬으로 90년대까지만 해도 외면됐던 폐허의 땅에 한 기업가와 건축가의 손길이 닿으면서 새롭게 단장됐다. 섬 포구에는 사진 속에서 봤던 야요이 구사마의 붉은 '호박'이 덩그러니 놓여 있고 포구 반대쪽 혼무라 지구에는 섬마을과 예술이 어떻게 공존하는가를 보여준다. 삼나무를 태워 담장을 세운 갈색 골목길은 미로처럼 이어져 있고, 100년이 넘은 오래된 빈 집과 염전창고 등이 복원돼 현대미술작품이 녹아들었다.

예술향 묻어나는 섬, 정원, 미술관

나오시마에서 배를 타고 시코쿠로 귀환하면 가가와현의 또 다른 예술들과 조우하게 된다. 다카마쓰 시내의 리쓰린 정원은 일본에서도 국보급 정원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에도시대에 100여년 동안 조성된 정원은 6개의 연못과 언덕과 나무들이 가지런하게 배치돼 있다. 정원 찻집에 앉아 일본식 죽 한 그릇을 비우며 연못의 아침 정취에 젖는 체험 또한 감미롭다.

시코쿠 각지에 남아 있는 에도~메이지 시대의 민가를 자연 속에 담아낸 시코쿠 마을도 서민적인 향기가 가득한 보물 덩어리다.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조지 나카시마의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는 기념관 역시 가가와현에서 만난다. 수백만원대의 의자와 탁자 작품에 걸터 앉아 커피 한잔을 즐기는 품격 높은 여유가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국보급 절경을 자랑하는 리쓰린 정원
가가와현과 맞닿은 세토내해의 바다는 예술작품만 낳은 것이 아니다. 이곳의 빠른 물살은 물고기의 육질을 쫀득쫀득하게 만들었다. '수가타 즈쿠리'라고 테이블에 오르기 직전 칼질을 한 도미회는 가가와현 다카마쓰의 '잔혹 요리'로 명함을 내민다. 신선도가 높아 먹을 때 물고기가 비명을 지른다는 섬뜩한 뜻이 담겨 있는데 도미 회 외에도 조림, 구이 등 다양한 도미요리를 맛볼 수 있다. 다카마쓰 중심가인 효오고마치 거리에는 맛과 쇼핑을 동시에 즐길수 있는 매력 넘치는 번화가가 조성돼 있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여행은 시코쿠 각지와 연결돼 더욱 흥미롭다. 도쿠시마 나루토에 위치한 오쓰카 미술관은 세계최초의 도판명화 미술관으로 세계 각지 미술관에 소장된 1000여점의 작품을 도자기판에 원화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에히메현의 타월미술관에서는 타월로 만들어낸 작품들이 이색적이다. 시코쿠 여행은 에이메현 마츠야마의 도고온천에서 마무리 짓는다. 3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효능이 탁월하며 1894년에 건축된 목조 대중 목욕탕은 중요문화재로도 지정돼 있다.

여행 메모

■ 가는길=인천공항에서 시코쿠 다카마쓰와 마츠야마까지 직항편이 운항중이다. 다카마쓰로 입국해 마츠야마로 이동한뒤 출국하는 이동코스가 적당하다. 나오시마로 가는 배편은 다카마쓰 선포트 지역에서 수시로 출발한다. 항구가 JR역과 도보로 연결돼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나오시마에서는 순환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숙소=다카마쓰에는 선포트 지역의 젠니쿠호텔 클레멘트 다카마쓰가 시내이동이나 나오시마행 배편을 이용하기에 좋다. 나오시마의 혼무라 지역에서 민박을 하며 하룻밤 묵는 것도 독특한 체험이 될 듯.

가가와현의 명물인 사누키 우동

도고온천의 목조 목욕탕
혼무라 지구의 골목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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