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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벌 프로젝트’ 개성공단 대체한다

● 다시 주목 받는 '청주벌 프로젝트'
남북 경협으로 재원 마련
연해주 개발… 러 적극
朴 정부 '경제' 매개로
북에 '갑' 될 기회
남-북-러 잇는 그랜드 플랜 3국 균형 발전 이룩할 수

남북 공동관할로 개성의 지역한계, 군부 반발 벗어나

‘경제’를 매개로 북한에 ‘갑’이 될 수 있는 계기

개성공단 근본적인 문제 지녀

“개성공단은 잘 될 수가 없어요. 북한내 지역이어서 남북경협에 걸림돌이 많고, 무엇보다 개성을 관할하는 군부의 반발이 커 언제든 공단이 멈출 수 있습니다.”

  • '청주벌 프로젝트'의 내용을 담고 있는 '한강하구개발사업' 문건
1990년대부터 북한과 무역을 해와 북측 사정에 정통한 장석중(62) (주)극동러시아개발 대표는 처음부터 개성공단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역인데다 군사 요충지로 군부의 반발이 크다는 배경에서였다.

장 대표는 1990년대 중반 북한이 민족경협 공단을 거론해와 휴전선(38) 접경지역인 경기도 연천 일대를 언급한 적이 있다며 북한내 (개성)공단을 조성한 것은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1999년 10월 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접경지역 공단설립 등을 협의한 뒤 김용순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위원장과 공단건설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하면서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현대와 북한은 공단 후보지를 논의해오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2000년 6월15일) 직후인 2000년 8월9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몽헌 현대 회장의 면담에서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개성공단 개발이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그러나 2001년 3월 현대 정주영 회장이 별세하자 개성공단 조성 사업의 주도권이 사실상 정부로 넘어가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03년 6월에 가서야 1단계 착공식이 열릴 수 있었다.

  • 장석중 극동러시아개발 대표가 '청주벌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남북경협과 교류의 상징으로 출발한 개성공단은 10여년이 지나 파국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이 지난 4월8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을 철수시킨 데 대해 우리 정부도 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해 귀환 조치를 취하면서 개성공단은 잠정 폐쇄된 상태다.

사실 개성공단은 출범 초기부터 줄곧 3통(통행ㆍ통관ㆍ통신) 문제로 삐걱거렸고, 북한 군부에 자주 휘둘려 왔다. 특히 군부의 반발이 심해 개성 지역을 관할하는 4군단 6사단은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개성공단을 수용했지만 늘 불만을 가졌다. 가장 큰 요인은 군사 핵심 지역을 남한 기업에 내준 것과 당의 아태평화위가 군을 제치고 개성 경제를 좌우하는 것이었다. 금강산관광객 박양자씨 피살사건과 이번 개성공단 사태는 군부의 불만이 우회적으로 표출된 것이기도 하다.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남북경협 모델로 10여년전 제기되었던 ‘청주벌 프로젝트’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청주벌 프로젝트’는 강화도 교동도 앞 청주벌에 남북 협력 공단을 세워 남과 북은 물론, 러시아(연해주)까지 함께 발전하는 그랜드 플랜으로 2001년 장석중 대표에 의해 제시됐다. (주간한국 제2121호, 2006년 5월9일 자)

사실 역대 정권은 ‘청주벌 프로젝트’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에서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일부 대선후보는 대선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남-북-러 3국 공동발전 모델

‘청주벌 프로젝트’는 개성공단 개발에 앞서 남북(민족)경협 사업으로 남북은 물론,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형태로 구체적으로 추진됐다.

1990년대 초 북한의 룡흥무역과 수산업을 하던 장석중 대표는 이후 북한 대외경제추진위원회, 아태평화위 등 관련 부서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남북경협지대 개발에 관여하게 됐다. 북한이 1997년 장 대표에게 남북경협 공단을 제의해온 게 계기였다.

장 대표는 공단 적합지로 경기도 연천을 제안했으나 북한이 6.25 당시 매설된 지뢰를 이유로 난색을 보이자 이후 북측의 요구도 참작해 ‘청주벌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북한 군부의 입김에 방해받지 않고, 또한 DMZ 육로 개통의 난제 등을 고려해 ‘섬’을 검토하던 중 남북이 일부씩 관할하는 ‘청주벌’을 최적지로 꼽았다. 그러면서 북한 군부 및 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러시아를 끌어들였다.

장 대표는 “이번 개성공단 사태는 북한 군부가 어깃장을 놓은 것으로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선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벌 프로젝트’에 러시아 극동 연해주 개발이 연계된 것은 그러한 배경에서다.

장 대표의 ‘청주벌 프로젝트’는 남-북-러를 잇는 그랜드 플랜 ‘한강하구개발사업(Buriness Development Plan of the Mouth of Han River)’의 일환으로 요체는 한강하구를 포함한 38접경지역을 개발해 남북한의 경협을 강화하고 여기서 마련된 재원을 기반으로 극동러시아(연해주)를 개발하자는 것이다.

러시아는‘청주벌 프로젝트’에 적극성을 나타냈다. 청주벌 개발을 통해 연해주 개발 기금을 마련하고 나아가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으로 극동러시아를 개발하는 종합적인 계획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 측은 ‘청주벌 프로젝트’의 실현을 위해 2001년 4월25일 베주이크 주한 러시아 무역대표부 대표 일행이 장 대표와 함께 강화도 교동도를 찾았다. 이날 교동도행에는 기자도 동행해 ‘청주벌’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5월1일 다시 교동도를 방문한 베주이크는 주민들 앞에서 “청주벌 프로젝트가 러시아 정부 정책으로 공식 채택됐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그해 7~8월에는 러시아 정부의 지시를 받은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관 일행과 청주벌 관할 북한 군부가 함께 현장을 시찰했다. 이어 9월25일 장 대표와 러시아 측은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극동러시아개발위원회’를 창립했고, 장 대표의 ‘한강하구개발사업’ 문건은 당시 폴리코프스키 푸틴 대통령 전권 대표 측을 통해 모스크바에 전달됐다.

이듬해인 2002년 4월 푸틴 대통령 극동 담당 보좌관인 봐오와슨은 정식으로 장 대표를 모스크바 크레믈린 궁으로 초청했다.

이렇듯 ‘청주벌 프로젝트’는 남북한과 러시아의 공동 관심 대상이었으나 북한 내부 사정과 북한을 둘러싼 국제관계의 영향으로 표류하다 최근 개성공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한에 ‘갑’이 될 수 있는 카드

‘청주벌 프로젝트’는 청주벌에 남북경제협력 지대인 인공섬을 구축해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남한-북한-러시아의 경협을 유대,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강하구개발사업’ 문건에 따르면 ‘청주벌 개발’은 단계별로 추진된다. 먼저 무학리 서북방에서 고구리 북방지역에 나타나는 퇴적지 400만평을 개발하고, 이어 교동도 동북방과 강화도 북방 지역에 나타나는 800만평의 퇴적지를 개발한다.

공업단지가 조성된 후에는 5개 구역으로 나눠 자동차조립공단 및 부품조립공장, 엑세서리 임가공 공단, 자전거조립공단, 식품 가공 및 임가공 사업 공단 등 남북한에 필요하고 적합한 사업 단지를 조성한다.

‘청주벌 프로젝트’에는 공업단지 조성 외에 부수적으로 ▦희원소광(라듐, 니켈 등) 개발 ▦조력발전소 건설 ▦북한 예성강 홍수 방지 ▦내륙 수운 개척 등이 포함돼 있다.

‘청주벌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남북 경협이 활성화되고, 남북 양측의 신뢰도 구축돼 한반도의 발전과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실은 역주행하는 상황이다. 개성공단 사태는 이제 경협의 문제를 넘어 남북 갈등뿐 아니라 대북 정책을 놓고 ‘남남갈등’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설령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 하더라도 북한 지역과 군부라는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개성공단 사태를 계기로 수면 위로 부상한‘청주벌 프로젝트’가 박근혜정부에서 어떤 행로를 가게 될지 주목된다.

개성공단 문제는 당장 박근혜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경제’를 매개로 이전 정부와 달리 북한에 ‘갑(甲)’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청주벌 프로젝트’는 박근혜정부가 ‘갑’의 위치에 설 수 있는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인터뷰-장석중 (주)극동러시아개발 대표

‘청주벌 프로젝트’는 1990년대 초부터 대북사업을 하면서 북한 고위인사들과 신뢰를 쌓아온 장석중(62) 극동러시아개발주식회사 대표에 의해 2001년에 제안됐다. 장 대표는 개성공단 사태의 해법으로 ‘청주벌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 청주벌 프로젝트가 나오게 된 계기는

“1990년대 중반 북한이 민족경협을 제의해 와 경기도 연천군 장단면 휴전선 일대를 제시했 었다. 남한에 공단을 세우고 북한 인력이 출근하는 형태로 운영되면 북한의 간섭을 받지 않고 공단이 제대로 운영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북한이 지뢰가 다수 매설돼 있어 경제단지를 조성하기가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그래서 대체지로 강화도 교동도 앞 청주벌을 제시했다.”

- 남북(민족)경협 지역으로 청주벌을 선택한 이유는

“청주벌은 지정학적으로 남한과 북한의 공동관할 지역이어서 북한이 개성처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북한과도 가까워 그들의 노동력을 활용하면 남북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봤다”

- ‘청주벌 프로젝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2001년 4~5월 러시아 무역대표부 일행이 현장 답사를 한 후 ‘청주벌 프로젝트’를 수행, 협력하겠다는 러시아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리고 그해 7~8월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일행과 청주벌 관할 북한 군부가 함께 현장을 시찰했는데 북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 프로젝트 내용을 보면 러시아의 역할이 강조됐는데

“북한, 특히 군부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활용하고 남-북-러 3국의 공동 발전을 모도하기 위해서였다. 즉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으로 극동러시아(연해주)를 개발하는 대신 러시아는 북한의 참여를 독려하고 제어도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 개성공단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개성공단은 출발이 순수하지 못했다. 진정으로 민족 대 민족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고려가 앞서 추진됐다. 기업 입장에서도 3통(통행ㆍ통관ㆍ통신) 문제 등 북한 내에 위치하다 보니 사업하기가 어렵다.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는 제품도 북한 현실을 반영해 임가공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 더 좋은 것은 북한이 아닌 남북 공동관할 지역인 청주벌이나 38접경지대에 공단을 조성해 북한 인력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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