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가수들의 '이유있는' 노출 철학

이효리 '미스코리아'
●이효리, "미스코리아처럼 입었을 뿐"
●, "단순 섹시 아닌 건강함 어필"
●걸스데이, "노출보다 그 다음을 상상해서…"

다시 노출이다. 늦은 봄바람을 만끽할 여유도 없다. 수영복 차림으로 노래하는 이효리와 허벅지 등 쇄골 등 신체부위를 강조한 , 은근함과 파격 콘셉트가 혼재된 포미닛까지. 여가수들의 '노출 경쟁'이 시작됐다. 시선 끌기를 위한 선정적인 마케팅으로 보는 대중도 있지만 당사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노출'이라 쓰지만 읽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감춰진 대상을 드러낸다는 본 뜻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고 있는 이들의 '노출 철학'을 들여다봤다.

"벗은 게 아니라 입은 것!"

미스코리아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비슷할 거다. 수영복을 입고 하이힐을 신고 무대를 걸어 다니는 모습 말이다. 이는 3년 6개월 여 만에 컴백한 이효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신곡 '미스코리아' 뮤직비디오에서 이효리는 수영복 왕관 지휘봉 사자머리 등 미스코리아를 상징하는 디테일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아임 어 미스코리아(I'm a Miss Korea)"라고 말하는 이효리에겐 당연한 '노출'이었다.

나인뮤지스
이를 두고 여론은 분분했다. "유리 거울 속 예쁜 아가씨 지쳐 보이네요" "명품가방이 날 빛내주나요" "자고 나면 사라지는 그깟 봄 신기루" 등의 가사가 미스코리아를 비하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무엇보다 나이 지긋한 남자 심사위원의 시선 위로 '워킹'을 선보이며 평가 받는 듯한 연출도 '야한' 이효리의 자태에 '여성 폄하'라는 오해를 낳았다.

반대로 "벗지 않고 입은 것이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효리가 보여준 노출이 몸매로 누군가를 유혹하기 위한 뻔한 전략이 아니라는 것. 미스코리아라면 당연히 입어야 할 옷을 걸쳤다는 의미다. 가슴 골이 드러나고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고 무조건 "야하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문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실제로 미스코리아 출신인 여성들이 생각하는 이효리의 모습도 이러한 의견과 일맥상통했다. 지난해 미스코리아 본선에 진출한 한 김모 씨는 스포츠한국과 전화통화에서 "미스코리아라는 소재가 상징일 뿐이지 노래를 들어보면 자아를 찾지 못한 모든 여성들을 위한 메시지 아닌가"라며 "그런 맥락도 없이 몸매를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노출이 심하다고 치부하는 건 비약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벗은 게 아니라 특화 한 것!"

이효리에 이어 노출 경쟁에 불을 부친 건 9인조 걸그룹 다. '모델돌'이라 불리는 이들은 데뷔 당시부터 훤칠한 키에 매끈한 보디라인, 야릇한 눈빛으로 "뭘 해도 야하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최근 신곡 '와일드'로 컴백한 를 보고 "작정하고 벗었다" "노출의 끝이다"라고 평가하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포미닛 '이름이 뭐예요?'
하지만 의 입장은 다르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만 입어도 야하다더라"며 이들의 '섹시 본능'을 인정하면서도 "우리처럼 섹시한 일반 여성들도 많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와일드'를 통해 "단순 섹시함이 아닌 건강한 이미지를 어필해서 만의 색으로 굳히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는 '9인9색 섹시'를 어필하는 전략을 세웠다. 가슴 등 발목 쇄골 입술 귀 허벅지 입술 목 등 9개의 '특화된 섹시 부위'를 강조했다. 멤버별로 자신 있는 신체 부위를 정해 "우리는 섹시의 완전체다"라는 자신감을 피력하면서도 "우리라고 모두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는 솔직한 태도로 여성들과 공감을 형성하려는 복안이었다.

의 소속사인 스타제국의 한 관계자는 "티저는 포인트로 강조할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는 거라 '19금(禁)' 판정이 날 것이라 예상했다"며 "하지만 진짜 의미가 대중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야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은 것 같아 아쉬운 면도 있다"고 밝혔다.

"벗은 게 아니라 상상한 것!"

노출 수위가 높지 않았음에도 경쟁에 불을 지핀 이들도 있다. 지난 3월 첫 정규앨범 '기대'로 컴백한 걸스데이와 신곡 '이름이 뭐예요?'로 활동 중인 포미닛이 대표적이다.

데뷔 후 가장 높은 성적으로 '1위 문턱'을 넘나든 걸스데이는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와 함께 '벗으니까 통했다'는 인상도 안겼다. 귀여운 이미지의 걸그룹으로 앙증맞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이들이 "너 땜에 너 땜에 미쳐가"라며 성숙한 여인으로 변했기 때문. 특히 핫팬츠와 미니스커트에 달린 멜빵을 벗는 듯한 포인트 안무는 '걸그룹이라 어쩔 수 없는 노출'이란 아쉬운 평가도 받았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걸스데이는 "지금까지의 우리 모습을 생각하면 분명 파격적이라고 받아들일 순 있다"며 "하지만 우린 노출이 심한 것도 아니고 '쩍벌춤'처럼 대놓고 야하지도 않았는데 보는 이들의 생각이 다양했던 것 같다"고 판단했다. 정작 노출이 된 부분은 멜빵 춤이 아닌 이를 보며 '그 다음 일'을 상상한 누군가의 머리속인 셈이다.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도 전작인 '볼륨 업'이나 멤버 현아의 '아이스크림' '버블팝' 등에 비하면 노출 수위가 약한 편이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야하다. 스키니 진에 데님재킷을 매치한 복고 패션이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선명한 복근이 야릇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분위기다. 찢긴 청바지 혹은 스타킹에 드러나는 현아의 가녀린 다리는 늘 그렇듯 섹시함이 묻어있다.

포미닛의 소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춤이나 의상에서 노출을 의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섹시한 그룹'이란 인상이 강하다 보니 특별한 의도 없이 몸짓만으로도 '야한 뭔가가 있다'는 이미지를 안길 수 있다"며 "멤버들도 이런 분위기를 나쁘게 바라보지 않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하다"고 전했다.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