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동포지원사업단 대북 투자… 극동러시아개발은행 탄력정치상황과는 별개로… 박, 대북 경제문제 큰 관심'복지' '창조경제' 화두… '신뢰프로세스' 연계땐 시너지 효과 기대금융은 제3지역 바람직… 러 블라디보스토크 급부상

개성공단에서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로 입경하는 개성공단 업무차량들. 미 정보당국의 대북 소식통은 "개성공단 문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엿새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함에 따라 국내 상황은 물론, 남북관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남북관계는 공개적으로 전해진 것 외에 한미 간에 대북 문제 해법을 놓고 깊은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져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미 정보당국의 대북 소식통은 "한미 정상 간에 북한 문제를 두고 매우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면서 "개성공단 문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어 개성공단 사태는 예상보다 수습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박 대통령이 대북 문제에서 놀랄 정도로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그 배경이 궁금하다고 물어왔다.

개성공단 사태 등으로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 및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대 관심사는 단연 남북문제와 대북 로드맵이었다.

박 대통령은 미 상ㆍ하원 합동연설과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대북 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인 '서울프로세스'를 통해 대북 메시지를 전했다.

남측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전경. 미 정보당국의 대북 소식통은 "개성공단 문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한의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북한의 도발엔 단호하게 대응하되 영·유아 등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상황과 관련 없이 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말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과 같은 비정치적 분야는 정치상황과 관련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서울프로세스'에서도 북한에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국가들이 환경, 재난구조, 원자력안전 등 연성이슈부터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고 점차 다른 분야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는 동북아 다자간 대화 프로세스를 시작할 때가 됐다. 여기에는 북한도 참여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북한에도 서울프로세스의 문을 열어놓은 것은 북한이 동북아 역내국가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역할을 한다면 비정치적 분야에서 남북 간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방미 기간 중 '외교' 못지 않게 '경제'에도 방점을 두어 새 정부의 국정기조를 달성할 핵심전략으로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한미경제인들에게 '창조경제'를 화두로 세일즈 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朴 정부 '창조경제' 北 변수

박근혜정부에서 '복지'와 '창조경제'는 핵심 비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복지와 창조경제의 가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연계됐을 때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즉 복지와 창조경제가 선순환적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북한을 포함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인 장석중 극동러시아개발 대표는 "복지나 창조경제를 남한으로 국한할 경우 한계가 있는 만큼 북한과 연계된 광의의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 비정치적인 분야는 정치상황에 상관없이 추진한다고 한 만큼 복지와 창조경제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복지'는 2010년 12월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처음 공론화 됐다. 당시 박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생애주기별로 겪게 되는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소득 및 사회서비스를 함께 보장해 평생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생애 맞춤형 복지'와 '한국형 복지체제 구축'을 제시했다.

이러한 '복지'의 핵심은 소외계층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을 극대화 하는 것은 박근혜정부가 강조하는 선제적 복지의 최고 정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복지'에는 몇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복지의 '대상'에서 우리 헌법의 규정 대상인 북한주민과 해외동포가 빠져 있다. 북한주민의 헌법상 지위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복지의 최대 수혜 대상이 되는 북한주민과 해외동포를 배제한 것은 문제가 있다.

이들이 복지의 대상으로 뿐만 아니라 실천 방안과 관련해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남북 및 해외동포 간 '물물교환', 되거리(2중ㆍ3중적 물물교환)' 교역을 통해 복지를 활성화하고 수혜의 범위를 넓히게 되면 남북관계 개선, 통일기반 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창조경제'도 북한과 연계됐을 때 경제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서울프로세스는 남북관계에서 '비정치적인' 분야를 강조하고 있고 '경제'가 최적 대상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경제 비전과 관련,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육성을 최대 현안의 하나로 꼽고 있다.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은 '창조경제'에 부합할 뿐 아니라 '선제적 복지'와도 상통한다.

남북경협이 성사되면 남한에서는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생활필수품, 식자재 등을 북한에 건네고 북한으로부터 고급 인력, 원자재(농ㆍ수ㆍ임ㆍ해산물, 특산물, 지하자원), 에니매이션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나아가 물류채널인 경원선과 TKR(한반도횡단철도), TSR(시베리아횐단철도)를 통해 경제 영역을 남북한과 극동러시아까지 확대할 수 있다.

남북경협이 활성화 되면 자연스럽게 민족경제 융합이 이뤄지고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시너지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해외동포지원사업단 투자 주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나 '창조경제'의 경제를 비롯해 모든 경제생산활동은 기본적으로 인력, 토지, 자본, 기술 등이 전제되야 한다. 남북경협에서 자본(금융)과 기술(특허, 기술자)을 남한이 제공할 경우 북한의 토지 및 인적자원을 활용하게 된다.

이럴 경우 막대한 자금이 요구되고 이를 제공할 금융기관이 요구된다. 그러나 북한은 매판자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고 민족자본을 선호해 자금 주체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해외동포들이 중심이 돼 투자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또한 이때 필요한 금융(은행)은 남도 북도 아닌 제3지역에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 북한 군부의 극동러시아와의 관련성 등을 고려할 때 블라디보스토크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이같은 배경에서 남북한과 러시아와 연계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이 결성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추진하는 측에서는 산하 기관 성격의 극동러시아개발은행 설립을 준비해 왔다.

이들은 2001년 2월 김대중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주도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동북아 공동개발 및 38접경지역개발기금 마련을 위한 극동러시아개발위원회(한국ㆍ러시아 총리 직속기관으로) 창설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해 9월25일 러시아 측은 극동러시아(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극동러시아개발위원회를 창립했지만 국내에서는 DJ정권의 견제로 설립하지 못했다.

최근 개성공단 사태로 인해 공단의 고질적인 한계가 노정되면서 대안으로 '청주벌 프로젝트'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극동러시아개발은행 설립이 탄력을 받고 있다.

'청주벌 프로젝트'는 강화도 교동도 앞 청주벌에 남북 협력 공단을 세워 남과 북은 물론, 러시아(연해주)까지 함께 발전하는 그랜드 플랜으로 2001년 장석중 대표에 의해 제시됐다. (주간한국 제2121호, 2006년 5월9일 자)

'청주벌 프로젝트'에는 연해주개발을 비롯해 사할린 GAS 유전개발, 쿠릴 수산사업, 북극항로 활용, 경원선과 TSR 연결 등의 프로그램이 담겨 있다.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은 극동러시아개발은행을 통해 '청주벌 프로젝트'에 투자할 예정이고, 경기도와 강원도의 휴전선 접경지역에 '해외동포공단'을 조성하고 투자하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남-북-러를 잇는 3국 공동 발전을 추진하다는 계획이다.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의 장백산 대표는 "해외동포 중에는 남북 교역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고, 남북한 경제기반 조성에 도움이 되는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한다"면서 '청주벌 프로젝트'실행과 해외동포공단 조성에 낙관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일단 정치를 배제하고 남북이 공동협력을 추진하자는 것으로 '경제'가 1차 목표라 할 수 있다.

남북경협은 일자리 창출, 소외계층 소득 증대 등을 꾀할 수 있는 '복지'플랜이자 최소원가의 이익 극대화가 가능한 '창조경제'의 복합체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창조경제'가 급변하고 있는 남북관계에 어떠한 성과로 나타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