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동북아개발은행' 추진박대통령 방중 앞두고 속도남북관계 획기적 변화 예고'청주벌 프로젝트'도 탄력

극동러시아개발은행 추진을 집중 보도한 주간한국 2476호(2013년 5월13일 자).
개성공단 사태 등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동북아시아판 세계은행'인 동북아개발은행(NEADBㆍNortheast Asia Development Bank) 설립 작업이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앞두고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6월에 열리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고, 이 은행을 2016년 목표로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동북아개발은행을 통해 북한과 몽골, 극동시베리아 일대에 국내 기업들의 진출을 돕는 한편 북방대륙과 한반도를 연계한 통일경제기반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몽골ㆍ중국ㆍ러시아 간 철도 연결과 한ㆍ중ㆍ러 가스관 프로젝트, 북한 나진선봉 특구, 중국ㆍ러시아 도로 건설과 같은 북방경제 사업을 활성화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6년 9월 28일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을 제안한 바 있다. 동북아은행을 북한에 지어주고 6자 회담 주도 국가(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가 주주가 되는 형태로 운영, 북한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방안이다.

동북아개발은행은 운영 주체나 방식, 설립 장소 등에서 동북아은행과는 차이가 있다. 정부는 이 은행 설립에 앞서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회원국인 한국ㆍ중국ㆍ러시아ㆍ 몽골이 참여하는 가칭 '범북방프로젝트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이를 동북아경제협력기구로 격상시킨 후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개발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왼쪽) 대통령은 6월말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 은행의 주력 사업은 남북한, 중국, 극동러시아(연해주), 몽골 지역과 연계된 북방경제 활성화로 알려졌다. 은행의 설립 장소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극동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북아개발은행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일찍이 남북한과 러시아가 연계해 추진한 '극동러시아개발은행' 모델을 떠올린다. 2000년대 초, 남북한과 러시아는 강화도 교동도 앞 청주벌에 남북 협력 공단을 세워 남북한은 물론, 극동러시아(연해주)까지 함께 발전하는 그랜드 플랜 '청주벌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여기에 소요될 막대한 자금을 제공할 금융기관으로 극동러시아개발은행 설립을 계획했다. (주간한국 제2121호, 2006년 5월9일 자, 2475호 2013년 5월6일 자)

장석중 (주)극동러시아개발 대표에 의해 1990년대 말 입안된 '청주벌 프로젝트'는 청주벌 개발을 통해 연해주 개발 기금을 마련하고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으로 극동러시아를 개발하는 것으로, 남-북-러 3국에 걸친 사업에 필요한 투자금은 극동러시아개발은행이 담당한다. 이 은행 자본금은 북한이 매판자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민족자본을 선호하는 것을 고려해 해외동포들이 중심이 돼 투자하는 형태를 취했다.

은행의 설립 장소도 남도 북도 아닌 제3 지역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을 토대로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를 후보지로 지정했다.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과 북한 군부의 극동러시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한 것이었다.

'청주벌 프로젝트' 는 남북한, 러시아가 2001년부터 이듬해 4월까지 직접 실행에 나섰다. 2001년 4월 러시아 무역대표부 일행은 몇 차례 청주벌 현장을 방문했고, 같은 해 7~8월에는 북한에서도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이 북한 관계자들과 청주벌 너머 북측 일대를 답사했다. 2002년 4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장석중 대표를 비롯한 이 프로젝트 관계자들을 모스크바로 초청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 차원에서도 진행됐다. 2001년 2월 김대중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제주도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동북아 공동개발 및 38(휴전선) 접경지역 개발기금 마련을 위한 극동러시아개발위원회(한국.러시아 총리 직속기관)를 창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기구는 러시아에서만 창설됐고, 한국에서는 당시 정부 사정으로 미뤄진 채 아직 설립되지 못했다.

동북아개발은행은 설립 취지가 '동북아' 개발이지만 북한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프로젝트의 내용은 앞서 '청주벌 프로젝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이 러시아개발은행을 통해 '청주벌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휴전선 접경지역에 '해외동포공단'을 조성하는 등 남-북-러 3국이 공동 발전하는 방식안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과정에서 언급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도 부합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21일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 정치·외교 관계 강화를 위한 새 '북방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남ㆍ북ㆍ러 3국이 연계된 극동지역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을 시사했다.

6월 말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과정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남북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6월 방중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는 게 대북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동북아개발은행 뿐만 아니라 '청주벌 프로젝트'나 극동러시아개발은행도 한층 관심과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