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러 공동 발전 '빅 프로젝트' 경연선·38선하 축으로 경제 개발DMZ 넘어 연해주·사할린까지…해외 동포들이 중심 남북한 축으로 러시아 연계북·러 이미 긍정적인 반응… 화해 무드 타고 현실화 탄력

박근혜 대통령.
개성공단 사태를 계기로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던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 북한이 6일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한 데 대해 우리 정부가 장관급 회담을 역제의 하면서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다. 나아가 개성공단 정상화를 비롯,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도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이번 북한의 당국간 회담 제의는 박근혜정부 대북정책의 근간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탄력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남북대화의 진전에 따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본 궤도에 오를 경우 남북관계는 이전 정부와는 전향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대선공약에 명시된 북한 인프라 확충과 국제투자 유치 등을 아우르는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을 향한 행보가 빨라질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3단계로 대북 인도적 지원→농업‧조림 등 낮은 수준의 남북 경제협력→교통‧통신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전코리아 프로젝트 실현을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궁극적으로 남북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고 이를 통해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경제공동체'나 '비전코리아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나 박 대통령 대선캠프 관련자들도 그에 대한 '총론'을 얘기할 뿐 각론의 실천 방안은 나오질 않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연합뉴스
최근 정부 관계자가 "박 대통령이 제시한 DMZ 내 평화공원 조성방안에 남북한 경제협력지구 성격의 제2 개성공단을 넣는 안도 함께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국토부는 이를 부인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2000년대부터 남북경협을 꾸준하게 추진해온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의 '동북아 그랜드 플랜' 이 주목받고 있다. 남북(민족)의 통합에 관심이 많은 해외 동포들이 중심이 돼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남북한을 축으로 러시아와 연계해 동북아를 공동 발전시킨다는 내용으로 이미 북한과 러시아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다.

구체적으로 남-북-러를 잇는 경연선(서울-연해주), 38선하(휴전선 접경지역-경연선), 간도선하(신의주-혜산-청진-경연선) 등 교통망을 축으로 남한에는 제2 개성공단에 해당하는 해외동포공단을 조성하고, 북한의 동북지역을 개발하는 한편, 극동러시아 연해주, 사할린, 쿠릴열도 등을 개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동북아 그랜드 플랜' 에는 극동러시아개발은행이 남ㆍ북ㆍ러 개발에 투자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최근 정부가 밝힌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 취지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이 프로젝트를 접한 러시아 측은 2000년대 초반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극동러시아개발위원회를 창립할 정도로 적극성을 띠었고, 북한에서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선당(先黨)ㆍ선경(先經)파들이 이 프로젝트의 현실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김정일 체제때 이 프로젝트를 알고 있는 장성택은 김정은 체제에서 군과 당을 경제일꾼으로 교체하면서 남북경협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면서 "최룡해의 방중이 성과 없이 끝난데다 한ㆍ미ㆍ중이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장성택이 남한과의 민족경협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해왔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대화에 주도적인 행보를 취하고 북한도 한결 유화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는데다 푸틴 대통령이 극동 러시아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동북아 그랜드 플랜' 의 현실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탄력을 받고 있다. 그만큼 한반도,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대륙 진출의 교두보 역할 기대
▲ 경연선

경연선은 '동북아 그랜드 플랜'의 주된 사업(계획)을 가능하게 하는 중추 골간이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대륙진출 기지화의 교두보가 된다는 데 의미가 크다.

경연선(서울-연해주)은 한반도 남쪽의 부산(또는 목포)에서 출발해 서울을 거쳐 북한의 원산, 청진을 지나 연해주까지 이어지는 철도 노선을 말한다.

옛 간도 땅인 압록강에서 백두산에 이르는 지역, 그리고 함경북도 일대를 연결하는‘간도선하’로 인해 평북 신의주에서 압록강을 따라 백두산 인근 혜산까지는 선박으로, 그리고 혜산에서 함북 청진까지는 철도를 통해 경연선과 연결된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경연선 노선에는 남북경협을 상징하는 해외동포공단이 들어선다. 이 공단에서 남북이 공동생산한 제품(농식품, 경공업 제품 및 생활필수품)은 북한의 식량난 및 기초 생활난을 해결하고 경연선을 통해 물류비까지 낮출 경우 국제경쟁력은 크게 제고된다.

경연선을 거쳐 TKR(한반도 횡단철도), TSR(시베리아 횡단철도), 그리고 북극항로와 연결되면 남북한 상품의 경쟁력 증대는 물론, 남북에서 다방면의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또한 남북한이 경연선을 통해 식량, 농ㆍ임ㆍ해ㆍ수산물, 자원, 인력 등의 교류가 활성화되면 식량 자급자족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고 나아가 통일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아울러 경연선의 종착지인 북러 국경지대에 북한의 해외식량공급기지를 조성하면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또한 경연선을 통해 남한의 화훼 과일 종묘와 북한의 특산물, 러시아의 에너지, 임산자원을 교환하는 형태를 취하면 3국이 공동 발전할 수 있다.

경연선은 남한이 북한에 막혀 '섬'처럼 고립된 지정학적 특성에서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동맥 역할을 할 수 있다.

활성화땐 아시아 물류 허브로
▲ 38선하(線河, 철도+운하)

38선하는 38(휴전선) 접경지대의 철도와 운하로 연결된 교통로를 말한다. 즉 서해에서 경기도 연천까지는 선박을 통한 운하로, 연천 이후부터는 철도로 연결돼 극동러시아 연해주까지 이어진다.

38선하는 '동북아 그랜드 플랜'과 관련해 경연선과 연결되는 데 주된 의미가 있다. 38선하와 경연선이 연결되면 교통망(물류 수단)으로서 경연선의 가치는 크게 증대되고 이에 따라 38선하의 중요성도 배가 된다.

38선하-경연선-북극항로‧미주지역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국내 물품은 물론, 중국에게도 수출입 물류효과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38선하-경연선이 활성화되면 파나마, 수에즈 운하에 버금가는 아시아의 물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남한 주축 경공업 제품·생필품 생산
▲ 해외동포 제1공단(임진강 북단, DMZ 남단지역)

휴전선 접경지대 개발 지역으로 경기도 문산, 적성, 백학, 전곡(연천) 등이 중심 도시이다.

이 지역에는 남한이 주축이 되고 북한, 해외동포들이 참여해 경공업 제품 및 생필품을 주로 생산하는 공단을 조성한다. 특히 '해외동포'공단이란 명칭이 붙을 정도로 해외동포의 참여가 중요한데 이는 10ㆍ4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제8항)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 그랜드 플랜'취지에 부합하고 무엇보다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는데 효과적이다.

제1공단은 남한 지역에 위치하고 북한은 인력을, 해외동포는 자본 및 자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개성공단과 차이가 있다. 공단이 남한에 있게 되므로 개성공단과 같은 3통(통신, 통행, 통관) 의 문제가 없을뿐 아니라 북한의 저임금과 숙련된 노동력은 제품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해외동포의 참여는 자체 의의와 더불어 북한 주민의 정서에 부합해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다.

제1공단은 휴전선 접경지역에 맞게 남북이 함께 생산할 수 있는 농식품 및 생필품 생산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북한의 식량자급과 생활필수품 공여에 필요한 식품가공업, 농ㆍ수ㆍ임산물 가공업 등이 주대상이다. 예컨대 도축장, 도계장, 반찬류‧순대 공장 등이 적합하다.

또한 재생가공공장을 건설해 재생비닐(플라스틱), 재생식용유, 음식물 발효에 의한 비료를 생산하고, 자전거 등 운반수단 등도 북한이 재활용할 수 있다.

특히 해외동포 제1공단은 중국을 비롯 해외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중소기업이 국내에 정착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들 지역에서 생산한 제품은 인접한 북한은 물론, 경연선을 타고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미주지역 등에 수출되고 북극항로를 이용할 겨우 유럽 수출이 활성화된다.

북한 인력, 해외동포 자본 제공
▲ 해외동포 제2공단(경연선 주축)

해외동포 제2공단은 38선하(철고+운하)의 중요 지점인 경기도 연천, 강원도 철원, 회양(평강) 지역에 조성된다. 철원은 경연선이 북측으로 연결되는 중요 지점이며, 회양(평강)은 경연선의 길목이다.

제2공단 역시 남한 지역에 공단이 있고 북한은 인력을, 해외동포는 자본 및 자원을 제공하는 형태다. 경연선의 중요지점에 자리한 제2공단은 주로 경공업 제품을 생산하는 업종이 주류를 이룬다. 자동차 부품 조립공장이나 액세서리 임가공 공단, 자전거ㆍ우산 조립 공단 등이 대표적이다.

경연선이 시작되는 연천 및 철원에는 남북 공동의 공원을 조성, 관광지로서의 활용도를 높이며 금강산 관광과 연계해 수익성을 진작시킬 수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5월 방미 중 언급한 '세계평화공원' 조성과 관련해 철원은 공원뿐 아니라 '남북한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될 수 있다. 아울러 철원은 남북공동의 생태연구단지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교동도 청주벌에 공업단지 조성
▲ 한강하구언 개발

한강 하구인 강화도 교동도 청주벌에 인공섬을 구축해 남북 공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이다.

공업단지가 조성된 후에는 5개 구역으로 나눠 자동차조립공단 및 부품조립공장, 액세서리 임가공 공단, 자전거조립공단, 식품 가공 및 임가공 사업 공단 등 남북한에 필요하고 적합한 사업 단지를 조성한다. 아울러 조력.화력 발전소 건설도 추진한다.

그외 교동도 인근의 해저 희원소광자원 개발, 한강ㆍ임진강 해상운송로 개척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원산·함흥 중심 北 중공업 발전
▲ 북한 동북지역 개발

원산, 함흥을 중심으로 한 북한 중공업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북한 동북지역은 경연선이 TKR, TSR로 이어지는 길목일 뿐 아니라 북극항로와 연계하는 전초기지로 매우 중요하다.

또한 김책 제철소, 안변 조선공단, 6ㆍ3 화차공장, 룡성 농기계, 흥남 비날론ㆍ비료 공장 등 북한 중공업의 중추가 대부분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게다가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이 동북지역을 중심으로 몰려 있어 요즘과 같은 자원난 시대에 남북이 윈(win)-윈(win)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 적합하다.

남북은 10ㆍ4 정상회담 등에서 안변 조선공단 조성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고, 6ㆍ3 화차 공장에서는 오래전부터 현대와 화차를 공동 생산, 동북지역 개발의 가능성을 높여주기도 했다.

北 특산물 유럽·미주로 수출 가능
▲ 간도선하

옛 간도 땅인 압록강에서 백두산에 이르는 지역, 그리고 함경북도 일대를 연결하는 '간도선하'가 새롭게 활용된다. 즉 평북 신의주에서 압록강을 따라 백두산 인근 혜산까지는 선박으로, 그리고 혜산에서 함북 청진까지는 철도를 통해 경연선과 연결된다.

신의주-혜산-청진-경연선-북극항로‧TSR‧미주지역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물류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와 북한경제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임산물, 특산물을 간도선하를 통해 러시아, 중앙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주에도 수출할 수 있고, 중국의 수출입, 남한과의 교역도 수월해진다.

흩어진 동포들 결집·발전 발판
▲ 연해주 개발

'동북아 그랜드 플랜' 중 제3국(러시아)이 관련된 유일한 프로젝트이다. 러시아의 참여는 남북간의 조정자로서의 역할과 연해주 개발에 대한 남ㆍ북ㆍ러 3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러시아는 연해주 개발에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남북한은 이 지역 개발을 통해 자원 등 경제적 이득을 취한다. 나아가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몽골 등에 흩어져 있는 해외 동포들이 결집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취지도 있다.

연해주 개발 프로젝트는 극동러시아개발은행을 설립하고 연해주 지역에 경공업, 생필품 공업단지 조성, TKRㆍTSR 연결, 사할린 유전 개발 및 수산물ㆍ임산물 가공 공단, 북극항로 유지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그밖에 식량난에 대비한 해외식량기지로 연해주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수산자원·북극항로 가치 높여
▲ 사할린 및 쿠릴열도 개발

연해주 지역 동포들이 대부분 거주하는 사할린은 동북아 그랜드 플랜'의 한 축을 담당한다. 사할린에서는 목축, 산림, 가스‧원유, 식품제조업, 수산 등이 주대상이다.

쿠릴열도는 러시아와 일본의 이해가 맞물린 지역으로 남북한에도 중요 거점이다. 수산자원 개발과 함께 경연선-북극항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