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열·윤의정 '차라리 부모가 가르쳐라'"족집게 학원 보내기보다 스스로 공부법 깨달아야… 최고 공부치료사는 부모"1만명 교육 경험 토대로 공교육·사교육 맹점 짚고 구체적 비법·사례 들어

학부모가 주체가 돼 아이들에게 '자기주도학습'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최고의 공부법이라는 내용을 담은 <차라리 부모가 가르쳐라>를 출간한 송재열ㆍ윤의정 부부. 사진=김지곤기자
"저보고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마라는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률적으로 보내자, 보내지 말자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같은 방식이면 보내봐야 헛공부라는 뜻입니다. KDI 김윤상 박사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매달 과외비, 학원비를 100만원 지출했을 때 전국 4등 상승하고 자기주도학습을 매일 2시간 늘렸을 때 한달 만에 전국 7만등 상승한다고 합니다. 족집게 학원을 보낼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족집게 공부를 해야 합니다."

얼마쯤은 생소한 '자기주도학습' '송재열 시험지존 공부법연구소'의 송재열 소장과 윤의정 '사람 만드는 학원' 원장 부부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참 당차다.

"저나 아내가 모두 스스로 공부하는 '내가 스터디'의 실 사례입니다."

1980년생인 송재열 소장은 고교 내신 성적이 반에서 22등. 서울에 있는 대학에 원서를 내는 것도 불가능했다. 재수했다. 진짜 열심히 공부했다. 아침 8시에 학원에 가고 저녁 10시에 귀가, 또 과외를 받았다. 집안이 넉넉한 편이어서 명문 학원, 족집게 선생은 다 만났다. 하지만 1년 후, 성적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삼수. 더 열심히 했지만 여전히 성적은 요지부동. 이쯤되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수능 4개월 전, 죽을 결심까지 하다가 어느 순간 "아!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하는구나"라고 깨달았다. 그동안 14곳의 학원을 '열심히'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재수, 삼수 때의 성적은 고교3학년 때 성적과 같았다.

'내가 스스로 공부한다'는 평범한 내용을 깨달았다. 스스로 공부법을 만들었다.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송재열 코드로 4개월 만에 서울대 간다'는 바로 그 내용이다. 마치 영화같이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 성적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총장장학금까지 받았다.

"대학을 다니면서 집안이 어려운 아이들 10명 정도를 남산도서관에서 만나서 매주 토요일 같이 공부하고 공부법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이 학생들이 SKY에 입학했지요. 소문이 나고 '시험지존'이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선택한 것은 그런 아이들의 경우 어머니의 '공부 방해'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으니 이른바 명문학원에 아이들을 보내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고요."

송재열 소장은 자신의 꿈을 따라 서울대를 자퇴했다. 건축가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미국 아이비리그인 코넬대학교 건축학과에 편입했다. 코넬대는 매년 편입생을 한명씩만 뽑았다.

윤의정 원장도 마찬가지. 집안이 경제적으로 기울면서 공부와 거리가 멀어졌다. 중2때부터 방황하기 시작해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4년 동안 방황한다. 그러나 고2 겨울 방학을 앞두고 같은 반 반장의 공부 습관을 흉내 내며 공부의 세계로 들어섰다. 그리고 학원 없이 삼수를 하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교육학과에 입학한다, 이후 초등학교 동창인 송재열 소장과 만나 결혼한 후 함께 1만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공부습관을 강화하는 '공부치료'를 근거로 한 자기주도 학습법을 가르치고 있다.

"공부는 열심히 해야 하지만 열심히 하는 걸로 다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포츠 센터에서 운동법도 배우면서 왜 공부법은 배우지 않고 그저 열심히 하라, 좋은 학원 다니면 서울대 간다고 생각하는지 참 답답합니다. 좋은 스포츠 센터에서 무작정 열심히 운동하면 튼튼해지는가요? 스포츠 센터에서는 '운동법을 배우면 확실히 효과가 좋다'고 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좋은 학원, 명문학원, 족집게 과외를 시키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거의 '미신' 수준입니다."

스스로 공부법을 개발한 두 사람이 오손도손 적은 내용들로 이번에 단행본을 냈다. <차라리 부모가 가르쳐라>. 제발 공교육을 탓하면서 많은 돈을 들여서 명문학원에 보내고, 또 족집게 과외선생 붙이면서 '이 정도면 서울대 가겠지'라고 생각하지 마라는 뜻이다. 차라리 공부법을 배워서 부모가 가르치는 것이 낫다는 의미다. 미적분을 못해도 영어단어를 다 잊어도 송재열, 윤의정 부부가 말하는 '내가 스터디' 즉 '자기공부법'은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한다. 원래 책 제목도 '차라리 부모가 가르쳐라'가 아니라 '대치동에는 서울대가 없다' '학원은 망했다'로 할까, 라고 한참 고민했다.

책은 '학부모 학습 컨설턴트 되기'라는 목표를 단계별로 제시한다. 공교육의 맹점과 사교육의 허점을 날카롭게 짚고 공부의 출발과 자녀 알기, 공부하는 방법 등 구체적인 경험과 사례들에서 우러난 호소는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학원 강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방식의 학원 강의는 필요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강의 듣는 것과 공부는 다르다. 실제 모 외국어 고등학교는 학원을 못 가게하고 야간자율학습을 강제로 시킨 후에 오히려 서울대 합격생이 크게 늘었다.

자기주도 학습도 부정적인 면이 있다. 똑 같은 내용의 자기주도학습을 모든 학생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자기주도 학습은 우선 올바른 공부 습관을 가진 학생의 경우에만 해당한다. 이미 나쁜 습관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자기주도 학습법 처방은 '치료'가 아니라 오히려 '방치'가 될 수도 있다.

공부법이 잘못되었다면 공부법을 치료하는 클리닉도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좋은 의사는 바로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송재열, 윤의정 부부는, 공교육의 무기력함을 탓하거나 명문학원, 족집게 선생을 찾을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스스로에게 맞는 맞춤형 공부법을 먼저 알려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