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으로 읽는 한국사 8번째 '현실주의자를 위한 변명'김윤식·최명길 등 기회주의자로 평가받은 역사 속 인물들 재조명당사자 시각으로 본 시대와 삶·선택 그려내

故 이승만 대통령
실리를 추구했던 능력 있는 정치인이라고 평가받기보다는 사대주의자 혹은 기회주의자라고 비판받는 역사 속 인물은 누구일까.

신간 '현실주의자를 위한 변명'은 이러한 인물의 생애를 통해 이들을 다시 돌아볼 것을 권한다. 이 책에서 다룬 인물은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다섯 명이다.

첫 번째 등장인물은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으로 12년간 장기 집권한 이승만이다. '외교에는 귀신, 내치에는 등신'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승만에게 한일 관계는 어떤 의미였고 그 관계에서 미국에게는 어떤 역할을 기대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간다. 이승만이 미국에 올인하게 된 배경과 이유, 그에 따른 선택들을 통해 이승만을 재평가할 기회를 준다.

두 번째 인물은 한일합방에 대해 '불가불가(不可不可)'의 의견을 취했다고 해서 흔히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라고 알려져 있는 김윤식이다. '불가불가'가 '한일합방이 불가하다'와 '한일합방이 어쩔 수 없다'는 두 가지 뜻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학문의 신사조를 공부해 문명개화를 하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종래의 전통적 세계관을 버리지 않았던 이유와 그의 삶을 소개한다.

또한 '청과 화친을 청해서 일단 현실을 모면하자'는 주화론을 통해 최명길이 조선의 정치 질서에 어떤 문제를 제기하려고 한 것인지, 삼별초와 대립하고 원과의 통혼을 추진한 원종의 선택과 결과는 무엇인지, 김춘추가 당나라를 끌어들이는 외교적 선택을 한 이유와 삼국통일의 토대를 닦게 된 배경을 다룬다.

이 책의 집필자로 참가한 이강한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학부 부교수는 "이 책에서 다뤄진 현실주의자 다섯 명은 자신이 처한 현실과 상황에 정면으로 부딪쳤고, 그들의 그릇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들의 삶과 선택에 대해 과거 속 '당사자'들의 판단, 생각, 아쉬움, 성취감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다며 "당대인들의 시각과 후대인들의 시각이 중요하다면, '당사자'들의 시각도 중요하다"고 전한다.

'현실주의자를 위한 변명'은 역사와 인물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통해 한국사를 재조명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사람으로 읽는 한국사'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이다. '사람으로 읽는 한국사'는 한국사에 등장하는 60여 명의 주요 인물들을 선별해 각각의 인물과 시대 관련 전공 연구자들이 썼다. 현재까지 '베스트셀러의 저자들' '이미 우리가 된 이방인들' '왕조의 마지막 풍경' '시대의 디자이너들' '보수주의자의 삶과 죽음' '부자의 탄생' '언더그라운드 슈퍼스타'가 출간됐다. 동녘 펴냄. 1만3,000원



정용운기자 sadz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