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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김장수 '갈등설' 내막은

"개성공단 총괄 숲, 숲 못 보고 나무만 본다" 불만… 대북 강경책도 도마 위에
'북한판 마셜플랜' 등 차질
朴 7차 실무회담 중시… 결과 따라 金 거취 달라져
  • 박근혜(오른쪽) 대통령이 6월 1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고영권기자
"그나마 다행이다. 이젠 숲을 보고 전략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당장 폐쇄될 것 같던 개성공단이 북한의 전격적인 7차 실무회담 제의로 위기를 넘기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원로그룹 인사들 사이에서 나온 소리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각료를 지낸 한 원로는 "개성공단은 단지 공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관계를 새롭게 전개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남이나 북이나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로그룹의 좌장 역할을 하는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큰 구상을 하고 있는 데 청와대 일부 인사가 개성공단에 얽매여 일을 그르치는 경향이 있다"면서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보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개성공단을 포함해 기존의 남북관계를 포괄적으로 변화, 발전시키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인데 일부 인사들이 개성공단 문제에 집착해 큰 길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로를 포함해 원로그룹 다수 인사들과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에서는 박 대통령이 새로운 남북관계라는 '숲'을 바라보는 데 반해 그 안의 '나무'만 보는 대표적 인물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거론했다.

대북 문제를 비롯해 국가안보 현안들을 진두지휘하는 김장수 실장은 이번 개성공단 실무회담도 막후에서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에서 신설된 국가안보실은 외교ㆍ안보 정책을 조율하고 위기관리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안보 컨트롤타워로 국방부, 외교부 등과 함께 외교안보분야를 총괄한다. 현 정부에서는 김장수 실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트로이카 체제로 외교안보분야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지만 구심점은 단연 김장수 실장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남북관계의 첫 단추가 돼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와 실무회담도 김 실장이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롤러코스터의 개성공단

개성공단 문제는 지난 4월 8일 지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가 개성공단을 방문해 "북측 근로자들을 철수시킨다"는 담화를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우리 정부도 공단 기업을 철수시키는 강수로 맞서면서 개성공단은 파국으로 치달았고, 6월 6일 북한의 대화 제의로 햇살이 깃드는 듯하더니 이내 회담 대표의 '격(格)' 문제로 틀어졌다.

한달여 즈음인 7월 4일,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방북을 허용하고 우리 정부가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을 역제안 한 것을 북한이 수용하면서 개성공단은 원상태로 회복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달 6일부터 25일까지 6차례 실무회담에서 남북은 개성공단 중단사태 재발방지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다시 등을 돌렸다.

이어 우리 정부가 '중대 결단'을 예고하는 최후 통첩에 북한은 "군대 주둔" 운운하며 협박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공단 폐쇄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북한이 7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7차 실무회담을 전격 제의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극적으로 공단의 불씨가 살아났다.

이렇게 개성공단 문제가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인 데는 김장수 실장을 비롯한 정부내 대북 강경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청와대와 실무 부서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난 달 12일 개성공단 실무회담 우리 측 서호 수석대표가 3차 실무회담을 불과 사흘 앞두고 갑자기 교체된 것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교체 당시 통일부는 "예정된 정기 인사의 일환"이라며 '경질설'을 잠재우려 했지만 공단 정상화와 재발방지 방안 마련을 본격 논의할 3차 실무회담을 앞두고 수석대표를 교체한 것은 문책성 경질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당시 정부 안팎과 여야 정치권에서는 개성공단 정상화 회담 과정에서 통일부의 대북 유화기조에 불만을 품은 김장수 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본보기를 보이는 차원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를 내쳤다는 주장도 흘러나왔다.

이후 개성공단 회담은 주무부처인 통일부 대신 청와대와 국정원이 주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남북 양 측은 공단 중단 사태의 책임 소재와 재발방지 대책을 놓고 '치킨게임'을 벌였고, 결국 회담은 결렬됐다.

북한이 회담에 나온 이유

오는 14일 열리는 개성공단 7차 실무회담은 향후 남북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실무회담 결렬의 쟁점이 된 공단 중단사태 재발방지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유보한데다 7차 회담에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 알 수 없어 개성공단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 정부의 대북 입장도 관건이다. 북한이 '침묵'을 깨고 회담 제의를 해 온 것을 두고 '최후 통첩' 의 강공책이 효과를 본 것으로 판단할 경우 자칫 남북관계가 더 악화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개성공단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십년감수 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당과 군 수뇌부는 올 초부터 개성공단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군사적 요충지인 개성을 내 준 것에 대해 불만이 잠재해 있는 군부가 "페쇄"목소리를 높인 데 반해 '경제'를 중시하는 당 중심의 '선경(先經)파'는 '유지'쪽을 고수하는 과정에 남한의 대북 강경책이 북한 군부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군부 강경파 중에는 연평도 포격이 무색할 정도로 남한에 상당한 타격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런 격앙된 군부를 달랠 수 있던 것은 박근혜정부의 '큰 선물', 즉 대규모 대북지원에 대한 기대였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는 이른바 '북한판 마셜플랜'(본지 제2488호, 2013년 8월5일 자)으로 북한은 물론, 기존의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가운데는 개성공단 시스템을 바꾸는 것을 비롯해 제2ㆍ제3의 개성공단을 휴전선(38) 접경지역에 조성하고, 남북한과 러시아가 연계된 3국 공동개발 프로젝트 등이 포함돼 있다.

소식통은 북한 고위층의 말을 빌려 '북한판 마셜플랜'은 2002년 5월 당시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담하는 과정에 '민족 공영' 차원에서 거론된 적이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이 박정희-김일성 시대 7ㆍ4 남북공동성명에서 강조된 '민족'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그에 기반한 '민족적 남북경협'의 형태로 북한판 마셜플랜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진짜 관심사는 개성공단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는 '선물 보따리'"라며 "그것 때문에 북한이 개성공단 회담에 다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회담은 사실 '선물'에 대해 대화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을 돕는 원로그룹의 한 인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마지막 과업으로 생각한 것은 '남북통일'이었고, 이에 대한 방안과 재원도 상당히 마련했다"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유훈을 박근혜 대통령도 잘 알고 있고, '선물'이 있다면 그(남북통일) 목적에 쓰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새로운 남북관계는 부친의 유훈을 따르는 것으로 현재까지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 관료들이 박 대통령의 큰 구상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은 것'에 매달려 '큰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과 극한 대결을 하면서도 결국은 함께 가야 할 '민족'으로 여겼고, 7ㆍ4 남북공동성명은 그래서 나왔다"면서 "북한을 적으로만 보고 무조건 누르고, 이겨야 한다는 편협한 생각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또 다른 원로들과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깊이 관여한 인사들은 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대북 강경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인사는 "북한에 관한 한 강온 전략이 필요하지만 그들의 버르장머리부터 고쳐놔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사들이 있고, 개성공단 문제를 남북대결의 장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김장수 실장 등이 유연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개성공단 7차 회담을 앞두고 이전 회담에서와 같은 강성 태도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와 통일부 측 얘기를 종합하면 개성공단 실무회담 과정에 국가안보실 쪽에서 "강하게 밀어붙여라"는 직간접의 주문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타협하지 않고 압박하면 결국 북한이 손을 들 것"이라는 얘기도 파다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실장이 노무현정부 때 밝힌 'NLL 발언'을 야당이 문제삼자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대북 강경책을 주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7차 회담에 걸린 운명들

7차 실무회담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한 원로는 "정부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동북아개발은행'을 구상하고, 'DMZ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잘 읽어야 한다"면서 "이는 한반도(남북)를 기반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동북아의 중심축이 되겠다는 것으로 개성공단은 그 출발이 되는 남북 신뢰의 상징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넘어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를 아우르는 '그랜드 프로젝트'(본지 제2480호, 2013년 6월 10일 자)를 구상하고 있는데 너무 개성공단에 얽매여 남북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고언했다.

그에 따르면 개성공단만 해도 박 대통령은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북한의 입김을 덜 받는 것이 중요하고 그럴려면 운영주체와 업종, 경영방식 등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령 운영주체의 경우 남과 북이라는 부담에서 비껴 있는 '해외동포'가 공단 사업 주체로 적합하다고 본다. 이는 한민족 연합이라는 측면과 남한의 일방적 지원을 꺼리는 북한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공단 사업 업종도 남북이 '윈(win)-윈(win)' 하는 쪽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의 60%는 섬유 임가공 관련 기업이고, 그밖에 기계, 금속, 전기.전자, 화학, 비금속 부품 가공 생산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식품 및 식자재, 생활필수품, 농용자재산품 등의 업종은 거의 없다. 공단 업종의 변경이 시급한 상황이다.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한 역시 개성공단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소식통은 북한이 7차 실무회담과 관련, 회담 대표를 한단계 격상시킨 인물로 교체하는 것을 고려하는 등 결실을 얻어내려는 데 적극적이라고 했다.

7차 회담에 우리 정부는 기존 대표단과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각에서 북한이 7차 회담을 제의한 것을 두고 '강경론의 승리'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만일 7차 회담마저 결렬된다면 개성공단뿐 아니라 남북관계는 심각한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이번 7차 회담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면서 "개성공단을 지렛대 삼아 남북관계의 새 장을 열어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북한이 7차 회담을 제의한 진짜 이유를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 측 실무진들이 회담을 잘 풀어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 측의 한 원로는 "지난 6월 북한이 당국자 회담을 제의해 왔을 때 우리 쪽에서 장관급 회담을 역제의하면서 '격(格)'을 강조해 결국 회담이 무산된 것은 큰 실수였다"며 "'회담'의 형식이 아니라 시작이 중요하고 이를 통해 다른 현안들도 풀어가려는 게 박 대통령의 뜻인데 작은 것에 집착해 '소탐대실'의 우(愚)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7차 남북회담이 중요한 만큼 김 장수 실장이 이를 어떻게 이끌고 갈지 많은 사람들이 예의주시 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에 따라 김 실장의 거취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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