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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방지법' 말 많은 이유 있네

"그동안 거둔 차익 엄청나!" vs "과징금 부담 너무 커!"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 재계 vs 시민단체 왈가왈부
총수일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로 수천억원대 종잣돈 마련
과징금 부담도 만만찮을 듯
"마침내 올 것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일명 '일감몰아주기방지법'으로 불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공정위는 총수일가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의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금지 행위의 세부기준을 규정한 개정안을 1일 발표했다. 내달 11일까지 40일에 걸친 입법예고 기간 동안 국회나 재계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시행령을 완성, 내년 2월 14일부터 개정안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시민단체 및 야권에서는 "재벌 눈치를 너무 본 나머지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반면, 재계에서는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상반된 주장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양측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된다. 오랜 논의 기간을 거치며 성긴 그물처럼 빠져나갈 구멍이 커진 법안으로도 볼 수 있지만 정작 해당 법안의 대상으로 지목, 과징금폭탄을 맞아야만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재계와 정치권, 시민단체 등 수많은 눈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개정안은 실제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재계의 총수 및 후계자들이 일감몰아주기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 계열사들에 묻어둔 주식자산이 얼마나 되며 이번에 입법예고된 개정안을 통해 각 그룹이 어느 정도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되는지를 확인, 해당 법안이 가져올 파장을 예상해봤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감몰아주기로 종잣돈 획득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된 것은 "총수일가라는 이유만으로 돈을 너무 쉽게 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부터다. 실제로 일감몰아주기는 총수일가가 쌈짓돈을 늘리는 데 필수적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런 식이다. 수십억원대의 현금으로 비상장 계열사를 하나 차리거나 기존 계열사의 주식을 싸게 매입한 뒤, 해당 계열사에 그룹 전체의 일감을 몰아주기 시작한다. 그룹 차원의 일감몰아주기로 계열사의 매출 및 영업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자연스레 총수일가가 지니고 있는 지분가치도 늘어나게 된다. 만약 해당 계열사가 상장되거나 기존의 상장계열사와 주식교환을 하게 되면 총수일가가 투자한 처음의 수십억원은 수조원대로 불어나게 된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친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다. 2002년 이노션 설립 당시 12억원을 출자하며 40%의 지분을 확보한 정 부회장의 현재 지분가치는 9월 30일 종가 기준 1,118억원에 달한다. 마찬가지로 2000년 10억원을 출자한 현대오토에버의 현재 지분가치도 368억원을 웃돈다.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정 부회장의 자산 증식 과정에서 백미를 차지하는 것은 2001년과 2002년 30억원을 들여 지분매입한 현대글로비스이다. 2004년과 2005년 지분 일부를 매각하며 현재 남은 지분은 31.88%에 불과하지만 현재 지분가치는 2조5,165억원에 달한다. 2005년 상장하며 그 지분가치가 폭등한 까닭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판 종잣돈으로 그룹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구매, 후계구도를 완성하지 않겠냐는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 부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의 지분가치가 지금처럼 폭등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상장차익이겠지만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매출 및 영업이익의 상승도 무시할 수 없다. 그룹에서 현대글로비스가 하는 역할은 운송주선업이다. 완성차 운송을 한다고 했을 때 공장에서 고객에게 제품을 운송하는 화물차를 주선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직접 화물차를 보유하거나 운송을 담당하고 있지 않고 단지 '주선'만 해주는데도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은 매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002년 3,74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9조2,729억원으로 24배 이상 급증했고 같은 기간 359억원이었던 영업이익도 4,229억원으로 12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 10년간 내부거래 비중이 평균 86%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룹 차원의 일감몰아주기로 정 부회장의 주머니를 채워줬다고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정 부회장만큼은 아니지만 현대글로비스 지분의 11.51%를 보유하고 있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 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지분의 현재 가치는 9,086억원에 달한다. 총수 부자가 일감몰아주기로 소위 대박을 친 셈이다.

최태원, 이재용도 큰 이익 거둬

정몽구 부자 외에도 재계에는 일감몰아주기 대상 기업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 자산을 증식함으로써 세간의 비판 섞인 시선을 받고 있는 총수일가가 상당수 포진해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인물들로 꼽힌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최 회장은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SK C&C의 지분을 38.00% 보유하고 있다. SK C&C는 SK그룹이 1991년 4월 제2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세웠던 선경텔레콤의 후신이다. 선경텔레콤은 1992년에 대한텔레콤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SK그룹은 1990년대 초 전직대통령 노태우씨의 사돈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논란이 발생하자 결국 제2이동통신사업권을 반납했고 최 회장은 무용지물이 된 회사의 지분 79%를 주당 400원에 사들였다.

대한텔레콤은 1998년 SK컴퓨터통신과 합병하면서 현재 사명인 SK C&C로 변경, SK그룹에 정식 편입됐다. 그 과정에서 급상승했던 SK C&C 주식 가치는 2009년 상장하며 더 높게 날아올랐다. 그동안 워커힐호텔과의 주식교환 등으로 지분율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최 회장이 지닌 SK C&C의 현재 지분가치는 2조1,850억원에 달한다. 매입금액이 6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최 회장 또한 자신의 개인회사로 시작했던 SK C&C에 그룹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994년 29억원, 1억원에 불과했던 SK C&C의 매출,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5,286억원, 1,811억원으로 늘어났다. 각각 52,700%, 181,100%라는 천문학적인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평균 68%에 달하는 일감몰아주기가 있었음은 주목할 만하다.

이 부회장이 지닌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0%의 현재 가치는 9,587억원에 달한다. 삼성에버랜드를 통한 이 부회장의 자산 증가 과정은 상장차익을 이용한 정 부회장, 최 회장과 다르다. 삼성에버랜드가 1996년 저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주당 7,700원이라는 싼 가격에 사들인 이 부회장은 이를 주식으로 전환,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에버랜드의 현재 지분가치는 200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삼성에버랜드도 지난 15년간 평균 43%의 내부거래율을 기록,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이 부회장의 재산 증식에 도움을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동안 매출은 5배(5,550억원→2조6,872억원), 영업이익은 7배(287억원→2,081억원)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지주회사 통해서도 자산형성

최태원 회장, 정의선, 이재용 부회장 이외에도 주요 그룹의 총수나 총수일가는 대부분 일감몰아주기 대상 기업의 지분을 통해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지주회사를 통한 경우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부자, 허창수 GS그룹 회장 부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부자 등은 각 그룹 지주회사 지분 형태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의 지분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쌈짓돈도 마련하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구 회장 부자는 ㈜LG로 1조8,212억원, 김 회장 부자는 ㈜한화로 7,696억원, 허 회장 부자는 ㈜GS로 2,72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박정원 ㈜두산 회장도 ㈜두산의 지분을 각각 4.17%, 6.40%를 보유하고 있다. 액수로 따지면 3,333억원에 달한다.

해당 지주회사들은 상당한 내부거래율을 기록하고 있다. ㈜LG, ㈜GS, ㈜두산의 지난해 내부거래율은 56.57%, 88.42%, 39.22%로 상당한 수준이다. 또한, 상장하면서 총수일가에 막대한 차익을 안겨줬다는 것도 이들의 큰 공통점이다.

그밖에 현대엠코(정의선 부회장 25.06%, 1,490억원), 한국후지필름(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9.79%, 844억원), 정석기업(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27.21%, 778억원), 한화에스엔씨(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50.00%, 1,662억원)도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총수일가에 종잣돈을 마련해준 기업으로 꼽혔다.

공정위, 살생부 오른 122곳 과징금… 기업들 불만속 내부거래율 신경


김현준기자
송응철기자




자산총액 5조 이상 43개 대기업 중 계열사 122곳 최종 타깃
현대차·삼성 순으로 과징금 규모 커
기업들 경영 효율성 악화 우려… 계열사 흡수 합병 총수 지분 매각 등 재계 판도변화 예상


이번 공정위의 개정안이 발효되면 부당성이 인정되는 내부거래 매출액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때 일감을 몰아준 회사와 받은 회사 모두 관련 매출액의 최대 5%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그룹 입장에선 관련 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내는 셈이다.

현재 일감을 몰아준 회사에만 최대 2~5%의 과징금을 매기는 것과 비교하면 처벌 수위가 크게 올라간 것이다. 재계에선 내부거래 규모에 따라 한 기업에 수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 이상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그룹이 공정위의 살생부에 이름을 올렸을까. 공정위는 규제대상 기업집단을 총수가 있고 자산총액이 5조 원 이상인 43개 대기업집단의 1,519개 계열사로 정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집단'의 기준이다.

이 가운데 발행주식 총수 기준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상장사 30% 이상,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가 규제 적용대상이 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기업은 상장사 30개, 비상장사 178개 등 모두 208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내부거래 비중이 연간 매출액의 12% 미만이고, 내부거래액이 연간 200억원 미만인 회사를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했다. 이 예외규정이 적용되는 회사는 86개다. 결국 공정위는 대기업 계열사 122곳을 '최종 타깃'으로 확정한 셈이다.

그룹별 과징금은 얼마?

그렇다면 공정위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얼마의 과징금을 물어야 할까. 개정안의 세부 기준을 배제하고 그룹별 전체 내부거래 규모에 최고 과징금 부과율인 10%를 적용해 대상 기업들이 내야 할 과징금 규모를 산출해봤다.

먼저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내부거래 규모 1조3,918억원-내부거래율 46.38%)와 삼성SNS(2,833억원-55.62%), 삼성석유화학(2,657억원-11.96%) 등이 대상에 포함됐다. 전체 내부거래 규모 1조9,408억원, 과징금은 1,940억원에 달했다. 대상 기업 중 두 번째다.

과징금 규모가 가장 큰 건 현대기아차그룹이었다. 이노션(2,005억원-48.76%), 서림개발(1억8,000만원-61.02%), 현대머티리얼(652억원-61.75%), 종로학평(14억원-13.05%), 현대위스코(3,861억원-68.66%) 삼우(7,783억원-87.99%) 등이 대상이다.

여기에 현대엠코(1조7,587억원-61.19%), 현대오토에버(6,615억원-78.2%),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171억원-28.68%), 현대글로비스(3조2,495억원-35.04%) 등도 포함돼 총 내부거래 규모는 7조1,189억원에 달했다. 과징금은 7,118억원 수준이다.

SK그룹은 과징금 규모가 세 번째로 많았다. 이 회사의 경우 에이앤티에스(574억원-81.16%) SK텔레시스(3,983억원-80.48%) SK D&D(386억원-24.19%), SK C&C(9,911억원-64.84%) 등 모두 1조4,854억원으로 과징금은 1,485억원이다.

LG그룹은 지흥(255억원-20.24%)과 ㈜LG(3,488억원-56.57%) 등 총 3,743억원으로 과징금은 374억원이다. 롯데는 지분율 기준으로 S&S인터내셔날과 시네마푸드, 시네마통상, 한국후지필름 등 4개사가 해당되지만 모두 예외 적용을 받았다.

GS그룹은 대상이 된 계열사가 13개로 가장 많았다. 보헌개발(14억원-99.45%), 승산(36억원-34.69%), 승산레저(11억원-20.07%), STS로지스틱스(66억원-100%), 엔씨타스(34억원-37.88%), 코스모앤컴퍼니(80억원-96.66%) 등이 대상이었다.

또 GS네오텍(3,922억원-64.86%), GS ITM(1,311억원-71.95%), 코스모산업(116억원-25.85%), 켐텍인터내셔날(42억원-32.97%), 옥산유통(2,780억원-30.32%), GS자산운용(8억-14.77%), ㈜GS(1,140억원-88.42%) 등도 포함돼 모두 9,567억원, 과징금은 956억원이었다.

한진그룹은 싸이버스카이(39억원-83.42%), 유니컨버스(160억원-63.45%), 정석기업(60억원-15.66%), 싸이버로지텍(488억원-83.54%) 등 모두 747억원의 매출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고, 과징금은 74억 수준이다.

한화그룹은 에스엔에스에이스(780억원-81.67%), 한화 S&C(2,667억원-46.33%), 한컴(789억원-73.41%), ㈜한화(2,941억원-5.61%) 등 총 7,179억원의 매출이 내부에서 나왔다. 과징금은 717억원 수준이다.

두산그룹은 네오플럭스(158억원-61.44%)와 두산(7,221억원-39.22%) 등 7,379억원, STX그룹은 포스텍(3,280억원-53.83%)과 STX건설(2,554억원-46.67%) 등 5,834억원의 매출이 각각 '안방'에서 나왔다. 과징금 규모는 각각 737억원과 583억원이다.

여기에 CJ그룹(전체 내부거래 규모 2,873억원-과징금 287억원), LS그룹(409억원-40억원), 동부그룹(3,499억원-349억원), 대림산업(5,637억원-563억원), 현대그룹(806억원-80억원), 부영그룹(500억원-50억원), OCI그룹(1,401억원-140억원) 등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어 현대백화점(2,135억원-213억원), 효성그룹(536억원-53억원), 동국제강그룹(780억원-78억원), 영풍그룹(299억원-29억원), 코오롱그룹(1,514억원-151억원), 한진중공업(39억원-3억원), 미래에셋(875억원-87억원), KCC그룹(4,638억원-463억원) 등도 명부에 올랐다.

또 대성그룹(553억원-55억원), 동양그룹(72억원-7억원), 한라그룹(28억원-2억원), 현대산업개발그룹(779억원-77억원), 세아그룹(1,103억원-110억원) 태광그룹(2,386억원-238억원), 교보생명(325억원-32억원) 등도 과징금을 부과해야 할 처지다.

이밖에 한국타이어그룹(603억원-60억원), 하이트진로그룹(1,086억원-108억원), 태영그룹(136억원-13억원), 웅진그룹(116억원-11억원), 이랜드그룹(2,712억원-271억원) 등도 타깃이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내부거래가 없어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업들 내부거래율 희석에 고심

이번 개정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당장 재계는 반발하고 있다. 규제범위가 넓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코에 걸면 코걸이'식 규제나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규제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들이 정상적이고 사소한 계열사간 거래까지 부담을 갖게 돼 경영 효율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왕성하게 활동해야 경제가 살아나는 만큼 계열사간 거래 자체를 부정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선 적용제외 사유인 '효율성 증대'와 '보안성', '긴급성' 요건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돼 물류, 시스템통합(SI), 광고, 건설, 부동산관리, 중개 등 일감 몰아주기가 주로 발생하는 분야가 모두 해당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효율성 증대' 세부유형인 '긴밀하고 유기적인 거래관계가 오래 지속되어 노하우 축적, 업무 이해도 및 숙련도 향상 등 인적ㆍ물적으로 협업체계가 이미 구축돼 있는 경우'는 기존 일감 몰아주기를 인정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지적이다.

규제 대상에 포함된 기업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강력히 제재할 근거가 마련한 후 이를 반하는 대기업은 엄중히 다스리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단단히 별러온 때문이다. 당연히 살이 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공정위가 앞서 재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전례가 있어 더욱 그렇다. 공정위는 2011년 시스템통합(SI)과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등에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대적인 메스를 가했다. 당시 일부 그룹은 관련 계열사를 매각하기도 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특히 새정부가 경제민주화에 대대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어서 자칫 '괘씸죄'에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결국 규제 대상에 포함된 기업들은 어떻게든 내부거래 규모나 총수일가 지분율을 희석해야 하는 셈이다.

규제 대상에 포함된 한 기업 고위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의 개정안은 내부 거래 모두를 일단 부당한 것으로 본 뒤 일부 예외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라며 "계열사의 흡수ㆍ합병 및 총수의 지분 매각 등 재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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