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탈피 생색내기 국감… C학점"

홍금애 국정감사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 이혜영 기자
요즘 국회 본청 250호실은 늦은 밤까지 좀처럼 불이 꺼지지 않는다. 이곳은 바로 법률소비자연맹을 주축으로 국내 NGO 27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하 NGO모니터단) 임시 사무실이 들어선 곳이다. NGO모니터단은 지난 1998년, 15대 국회부터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국감기간 동안 각 상임위 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곳에선 매년 국감 총평과 함께, 상위 25% 의원들에게 우수의원상을 수여함으로써 의원별 국감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홍금애 집행위원장(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은 NGO모니터단이 처음 조직 됐을 때부터 매년 국감 모니터링을 진두지휘 해온 유명인사다. 아마도 국감기간 동안, 감시의 대상인 일선 의원들에게 있어선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 10월 29일, 그를 찾았다.

- 아마도 요즘 가장 바쁜 인사가 아닌가 싶다

"정말 그렇다(웃음). 어제도 집에 새벽 1시가 다 돼서야 들어간 것 같다. 요즘은 아무래도 이런 생활이 반복되고 있다"

- 벌써 15년 넘게 국감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다. 이미 국회 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그렇다. 매년 NGO모니터단에 참여하는 각 단체별로 자원봉사자들과 회원들을 모집해 각상임위에 투입한다. 평균 한 상임위당 매일 3~5명이 투입되는 시스템이다. 우리 목적은 이러한 요원들의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국회의원의 질을 상향평준화 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모니터링 시스템은 외국에도 없다. 외국 교수들도 우리 데이터를 인용해 발표할 만큼 좋은 선례로 남고 있다고 자부한다"

- 그 동안 성과도 크다

"모니터링을 시작했던 초창기만하더라도 국정감사는 의례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의원들이 일괄적으로 질의를 하고 나가면, 두 시간 정회를 했다가 피감기관장들이 밑에서 준비한 답변서를 쭉 읽는 것에 불과했다. 답변하는 동안 정작 질의를 한 의원들은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 NGO모니터단은 초창기, 일문일답 형식으로 똑바로 하는 의원들에게 가산점을 줬다. 이때부터 지금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것 자체가 큰 성과 아닌가"

- 요즘 의원들에게 있어선 무서운 존재가 아닌가 싶다. 잘 봐달라는 의원들도 많을 것 같다

"국감 기간, 평가를 통해 전체 의원의 25%에게 상을 준다. 당연히 국감기간 동안 잘 봐달라는 전화가 오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굉장히 다양한 통계로 의원들을 평가한다. 국감현장 이석률은 물론 각 의원, 피감기관, 보좌진 설문과 전문가 평가를 의뢰하기도 한다. 평가 기준이 아주 세세하게 돼 있다. 안 그랬으면, 지금까지 의원들로부터 많은 불평불만이 나왔을 것이다"

- 올해 NGO모니터단이 평가한 중간 국감성적은 C학점이다. 높은 점수가 아니다

"지난해에는 D학점이었다. 아무래도 지난해에는 국회의원들이 처음 당선된 시기이고, 대선이 있었다. 초선 비중이 70%에 달한다. 초선들은 선배들에게 배워야 하는데 선배들은 대선을 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상 19대는 올해 국감이 첫 국감이다. 그런데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이 지난해에 국감을 잘못 배운 것 같다. 전체적인 국감 수준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 매년 반복되는 국감 모니터지만, 올해 특히 중요하게 본 포인트가 있었나

"국감이 끝나면 결과보고서가 나오고, 이에 따라 피감기관의 시정조치서가 나온다. 그리고 이 시정조치 사항은 의회의 의결사항이 된다. 그런데 이것을 누구도 검토 안 했다. 올해 우리는 이러한 사안을 제대로 점검하고 검토한 의원들에게 가산점을 주겠다고 했다. 이게 올해 포인트다. 이것만 제도화된다면, 도돌이표 국감, 붕어빵 국감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다"

­- 올해 국감이 낮은 점수를 받은 데에는 최대규모로 기록된 국감의 규모 탓도 큰 것 같다.

"정확히 올해 피감기관이 638개다. 사실 피감기관 한곳도 매우 큰 곳이다. 많은 돈을 쓰는 곳이다. 이런 피감기관이 각 상임위별로 10~20개가 쭉 앉아있다. 오죽했으면 졸다가 의원들에게 혼나는 피감기관장이 나오지 않느냐. 국감현장에 출석한 피감기관장들 중에는 마지막까지 아무 말없이 있다가, 마지막으로 3분간 소감만 말하고 나가는 이들도 있다. 이게 무슨 국감인가"

- 무엇보다 올해 국감을'기업국감'으로 칭한다. 기업인들의 증인 출석 규모 매머드급이었다. 그 실효성을 두고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기준도 원칙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올해 모든 국감이 증인 위주다. 정작 피감기관이 실질적인 감사를 못 받는 지경이다. 기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다. 국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을 감사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기관으로부터 혜택을 입었거나 그 혜택을 토대로 직권을 남용했던지, 반대로 불이익을 받은 기업이라면 증인으로 부를 수 있다.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르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 이전에 최소한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굳이 부른다면 평소 상임위에서 얼마든지 부를 수 있다"

- 이 때문에 상시 국감체제 얘기도 나오는 것 아닌가

"상시 국감체제가 아니더라도 현재 존재하는 상임위 제도에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올해까지 반복되는'한 말씀 국감'은 평소 상임위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필요에 따라 증인을 출석시키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 각 상임위 별로 국정원 대선개입, 4대강 문제, 역사 교과서 논란 등 사회적 이슈 역시 올해 국감의 주요 얘깃거리였다. 이에 대한 성과를 평가한다면

"그러한 논쟁점은 국감에서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문제는 그러한 이슈들이 각 상임위, 각 기관의 핵심적인 문제점이냐는 말이다. 예를 들어 역사교과서 문제를 보자. 물론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교육부에서 그것은 핵심사안이 아니다. 국정원 댓글 의혹도 마찬가지다. 이번 정권 들어 핵심적으로 해나가겠다는 사안이 있다. 앞서의 이슈들은 사실 다 물 건너간 것들이고, 법대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아마도 단순히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들이다. 소상공인 상생, 일자리 창출, 창조경제 발현 등 정작 중요한 일들은 국감에서 다루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 개별 의원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올해 꼽을만한 초선 국감 스타가 있는가

"전혀 없다. 초선 비중이 70%인데 눈에 띄는 초선 의원이 없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굳이 꼽자면 김진태, 김종태,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 등 정도다. 공통적으로 전문성이 드러나는 의원들이다. 검사 출신인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소신대로 종북과 좌파에 대한 수사 방법을 정확히 나눠서 제안하는 등 전문성이 드러났고 무엇보다 성실하더라. 기무사령관 출신인 김종태 의원 역시 자신이 몸담았던 군 경력을 토대로 애정 어린 대안을 제시해 눈에 띄었다. 경찰 출신인 윤재옥 의원도 자신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국감에 임하더라. 야당에선 참여연대 출신인 김기식 의원이 눈에 띈다. 과거 시민단체 경험을 토대로 정확한 사례를 들어 피감기관장들에게 질의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시각장애인인 최동익 의원 역시 일반인들의 네다섯 배 이상 노력한다. 피감기관을 정확히 알고 제대로 질의하더라"

­- 초선들 중 많은 관심을 받고 입성한 이들이 비례청년대표들이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야를 불문하고 대부분 학생운동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애초 역할을 못하고 있다. 특히 총학생회장 출신 새누리당 김모 의원은 나이를 불문하고 피감기관장만 나오면 '그만두라'고 소리만 지르더라. 좋지 않은 모습이다"

- 여야 지도부 의원들은 어떤가

"대체로 우수하다. 다만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경우 국감 출석을 잘 안하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성실하게 임하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 좋은 평가를 받은 상임위원장은

"솔직히 여당 상임위원장은 전멸이다. 정무위원회(위원장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를 제외하고 파행을 안 하는 곳이 없다. 반면 민주당 소속의 강창일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무엇보다 파행이 없었고, 회의 진행을 정말 잘하더라"

­- 대선후보감들은 국감에서 어떤 모습인가

"일단 국정감사 출석은 다 잘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안철수 의원 등 대부분 돋보이는 질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기관에 대해 파악이 잘 안된 것 같다. 예전 박근혜 의원은 안 그랬다. 남들로 하여금 '저런 시각으로도 볼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들게끔 했다. 그분은 상도 받았다. 중진 의원 중에서는 그래도 이재오 의원이 가장 열심히 한다.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열정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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