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만 떠도 서울시민 전멸할 수도… 국가 핵심 시설 순식간에 타격 가능소형핵무기·화생방 물질 등 탑재 서울 상공 살포 땐 대참극 불 보듯조잡한 수준이라도 무시해선 안돼일부선 시선돌리기 '자작극' 의혹

지난 11일 대전시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열린 북 추정 무인기 중간조사결과 발표에서 김종성 UAD 체계개발단장이 무인기에 탑재된 부품과 카메라 제원 등을 설명하고 있다.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의심되는 무인기가 백령도와 강원도 등에서 발견됨에 따라 무인기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기체에 대한 견해가 분분하다. 무인기가 북한의 새로운 비대칭전력(非對稱戰力)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최근 발견된 무인기를 둘러싼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에서 넘어왔다고 보기에는 의문점이 많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무인기를 보낸 의도가 분명치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무인기에서 발견된 사진 등을 분석해 보면 해상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북한으로 사진을 송신하는 기능이 갖춰져 있지 않다. 그렇다면 무인기가 촬영임무를 완수한 후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남한으로 회항시스템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 무인기는 무인정찰기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히 남쪽 하늘로 띄워진 무인기라는 소리다. 이에 일부에서는 무인기와 관련, 정치적 의도에서 만들어진 '조작극'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현 정권이 국정원 위기 등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리자 시선돌리기를 꾀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북한이 의도적으로 남한에 무인기를 추락시켜 '존재'의 위험성을 경고하려고 한 것이기 때문에 일부러 고성능 무인기를 내려보내지 않았을 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최근에는 무인기에 대한 군과 정보 당국의 어설픈 해명이 구설에 오르면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국방부는 무인기가 북한에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거나 "제대로 정찰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조잡한 비행체이고 우리 무인기의 성능이 월등하다" 등의 다소 엉뚱한 주장을 내놓고 있어 군 당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핵무기보다 무서운 무인기

국방부는 무인기의 위협에 대해 "정찰기능이 거의 없는 모형비행기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무선조종장치도 없어 특정 목표에 자폭할 수 있는 기능도 없다"고 전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북한 무인기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또 무차별 자폭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TNT소량만 적재할 수 있어 파괴력이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이를 두고 군사전문가들은 황당한 소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 장관의 이 같은 발표는 현대전의 기본조차 모르는 상식 밖의 소리라는 이야기다.

군사전문가들은 "최근 발견된 무인기 10여대만 서울상공에 투입돼도 서울시민이 몰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TNT는 폭약의 가장 기본물질"이라며 "TNT의 폭발력으로 폭발물을 논하는 것은 재래식 전쟁과 그에 사용되는 무기에 적용되는 소리다. 최근에는 소형핵무기 등이 발달했기 때문에 폭발물을 TNT로 가정해 이야기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무인기가 TNT를 소량 싣는다면 큰 위협이 아닐 수 있지만 다른 물질을 싣고 남한으로 내려올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김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미국이 이른바 백색가루로 불리는 탄저균 때문에 홍역을 치른 적 있다. 소량으로도 수천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 무인기가 탄저균 가루와 같은 화생방 물질을 싣고 남쪽으로 내려와 서울상공에서 살포를 시작하면 대참극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화생방 무기는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탄저균 백색가루 같은 세균무기를 실은 북한 무인기 10여대가 서울상공에서 백색가루를 동시에 살포할 경우 서울시 인구 1,000만명이 몰살될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 이 같은 내용은 군대를 다녀온 남성이라면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각에서 "정부와 국방부가 대국민 기만극을 벌이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군사전문가들은 무인기의 발견으로 "무인기가 남한상공에 출현 시 공습경보에 준하는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무인기를 이용한 화생방 공격대비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민방위 훈련 시 적의 공습에 대비한 공습경보 훈련을 실시하는데, 무인기 출현 시 화생방 공격이나 자폭공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훈련을 해야 피해를 줄 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무인기를 두고 우리 군은 "구조가 간단하고 저가 부품으로 만들어졌으며 기능도 고성능이 아니다. 최근 무인기 성능이 최첨단인 점을 감안하면 장난감 수준의 무인기"라고 밝히면서 "군사적으로 우리 무인기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반론이 적지 않다. 무선조종비행기 전문가들을 비롯해 군사전문가들은 우리 군 당국의 안일한 자세가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무인정찰기 수입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인사는 "최근 무인기는 그야말로 최첨단장비를 갖추고 있어 가격도 천문학적이다"라며 "이 때문에 무인기 한 대가 수행하는 작전영역은 실로 방대하다. 북한의 무인기는 그런 것과는 거리다 멀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우리 군은 북한의 무인기를 평가절하하려고 애쓰지만 경우에 따라 무시무시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게 북한 무인기"라며 "첨단 정찰기가 아니라 소형무인공격기로 활용될 경우 핵심지역 타격은 물론이고 핵심시설 파괴까지 모두 소화할 정도의 수준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 무인기와 관련해 정곡을 찌르는 지적을 했다.

이 전문가는 "과거 2차 대전 때 독일의 최정예군을 물리친 소련군은 우선 물자전략에서 승수를 잡았다. 독일은 당시 최고성능의 무기를 생산하는데 주력한 반면 소련은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대량생산이 가능한 무기 생산에 주력했다"며 "소련은 모든 무기를 공장에서 찍어내다시피 했다. 즉, 최고의 성능이지만 생산에 시간이 걸렸던 독일과 달리 소련의 무기는 구조가 간단하고 가격이 저렴했다. 그 결과 대량생산된 소련 전차가 명품 독일전차의 진격을 막았고 막 찍어낸 일명 '소련따발총'에 많은 독일군이 희생됐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에 따르면 구조가 간단하고 저렴한 부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북한 무인기가 위협적이다. 말하자면 간단하고 저렴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해 비대칭전력으로 충분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이 전문가의 견해다.

북한 비대칭전력의 실체

이와 함께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대한 재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는 대칭전력과 비대칭전력으로 나뉜다. 대칭전력은 탱크ㆍ전차ㆍ군함ㆍ전투기ㆍ포ㆍ미사일ㆍ총 등 실제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뜻한다.

비대칭전력은 비대칭무기를 포함한 말로 핵무기ㆍ탄도미사일ㆍ화학무기ㆍ생물학무기ㆍ장사정포ㆍ잠수함(정) 등을 비롯해 대량살상과 기습공격을 위해 땅굴로 침투하는 무장공비, 게릴라와 같은 비정규군도 비대칭전력으로 분류된다.

비대칭전력은 인명을 살상하는 데 있어 재래식무기보다 월등한 위력을 발휘한다. 또 상대의 강점을 피하면서 취약점을 최대한 공격할 수 있고, 대칭전력에 비하여 비교적 싼 비용으로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어 북한은 비대칭전력 양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북핵문제다. 3자회담 4자회담 6자회담 등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결국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핵무기 외에도 북한은 이미 남한이 대응하기 힘든 비대칭전력이 적지 않다.

최근 우리 전산망에 자주 침입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북한 해커도 위험한 비대칭전력 중 하나다.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해커부대 외에도 북한은 남한의 전기차단, 원자력발전 가동중단, 통신장애 등을 위해 특별 부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부대들이 가진 공격력 앞에 남한은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

이 비대칭전력을 이용한 남한 공격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북한은 해커들을 통해 전산망을 마비시켜 국가 혼란을 야기하고 이어 통신과 전기를 차단해 군사무기의 무력화를 시도한다. 이어 원자력발전시설을 파괴해 전력공급의 기반을 제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이 정도 조치만 취해도 첨단무기로 무장한 남한의 군사력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첨단무기 운용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북한 해커부대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해커부대는 이미 상당한 준비연습을 했으며 남한 전산망에 침투한 것은 연습에 불과하다. 북한이 침략을 앞두고 해커들을 통해 우리 군 전산망을 교란할 경우 전산장비를 이용한 무기는 대부분 사용이 힘들게 된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대한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

한편 북한 무인기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북한의 무인기라고 보기에는 여러 면에서 의심스럽다는 주장이 무선조종비행기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무인기 뿐 아니라 정부에서 밝힌 무인기 촬영사진도 조작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우선 무인기가 실제로 비행한 비행체가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지금까지 공개된 사진을 보면 무인기는 엔진오일과 휘발유가 혼합된 혼합유를 쓰기 때문에 배기관 부분에 그을음이 심하게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 전혀 없이 깨끗하다.

한 동호인은 "비행기는 유인이든 무인이든 양력으로 뜬다. 그 양력은 속도와 날개의 조작으로 발생한다. 이 말은 아무리 작은 비행기라도 이륙하려면 양력 발생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날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정밀한 조정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 북한 무인기를 살펴보면 엔진으로 보이는 물체가 프로펠러 바로 뒤에 달려 있는데, 그것이 엔진이라면 프로펠러의 동력을 감소시킬 위치에 달렸다는 것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양력이 발생하려면 추진 속도와 날개에 붙은 플랩스(flaps)라는 가변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비행기에 가변익 비슷한 것이 붙어있지만 저 모습으로는 양력을 발생시킬 수 없다"며 "게다가 가변익은 정밀하게 움직이는 장치로 조금만 틀려도 날지 못한다. 컴퓨터 같은 시스템이 있어서 매우 정밀하게 콘트롤되어야 한다. 그 콘트롤은 어디서 하는지 배선조차 보기 어렵다. 또 수직 꼬리 날개에 방향타가 있어야 하는 데 역시 없다. 어떻게 방향을 틀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떨어져서 주웠다는 두 대의 무인기는 정찰 임무를 수행 할 수가 없는 모형 비행기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다른 동호인은 "북한 무인기가 진짜 북한에서 내려왔다면 비행에 필요한 연료는 왕복에 10L는 족히 써야 했을 것"이라며 "사진에 보면 연료가 들어갈 만한 공간이 없다. 공개된 비행체 정도의 크기라면 무인기라도 그 비행기가 내는 소리는 굉음에 가깝다. 서울 청와대 상공에 소음기 없는 50cc 엔진의 무인기가 날아가는데 그 소리를 못 듣는다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무인기가 찍은 사진이 조작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북한 무인기가 찍었다는 사진을 과거와 현재 구글어스가 찍은 사진과 비교하면 수년전 구글에 찍힌 사진과 북한 무인기가 찍은 사진이 일치한다"며 "무인기가 찍었다는 사진에는 수년전 청와대 주변이 공사하기 전 모습을 담고 있지만 최근 구글어스가 찍은 사진을 보면 최근 공사 이후 사진"이라고 밝혔다.

구글의 유료 서비스 사진은 디테일한 최근의 자료를 제공한다. 유료 회원의 등급에 따라서 정밀도의 차등을 두고 서비스한다. 구글의 표준 해상도는 15m로 "다음"에서 제공하는 항공사진의 범주로 무료 서비스용 사진이다. 유료 서비스를 받으면 고해상도 사진이 제공되고 특별회원인 VIP용 서비스는 최대 15cm의 해상도의 사진을 제공한다. 15cm 사진은 자동차 번호판이 선명하게 찍힌다고 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