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단체장 '공약' 얼마나 지켰나대구 동구·대전 동구·전남 영광군 등 3곳 가장 높은 점수 받아철원군·하남시·인천 남구 등 'F학점'… '0점 공약'도 594개나

민선 5기(2010년 출범) 기초단체장 227명이 내세운 공약은 총 6,824개. 평균 공약이행률은 66.56% , 'D학점'으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아예 실행에 옮기지 않은 '0점 공약'도 594개(8.7%)나 된다. 이미 이행이 완료된 '5점 공약'은 794개다.

공약이행률이 가장 높은 3개 지역은 대구시 동구(87.27%), 대전시 동구(84.71%), 전남 영광군(84%)이었고, 가장 낮은 3개 지역은 강원 철원군(42%), 경기 하남시(41.82%), 인천시 남구(40%)로 나타났다.

서울ㆍ경기ㆍ인천 '초라한 성적'

서울 기초단체장들의 평균 공약이행률은 63.23%. 15개 광역단체 중 11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성적이 저조하다. 강북구(박겸수·선거 당시 민주당)가 75%로 가장 높았다. 서울시 고위 공무원 출신들은 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동작구(문충실·민주당)는 44.29%, 구로구(이성·민주당) 47.27%, 중랑구(문병권·한나라당) 47.37%로 나타났다. 4선을 한 성동구(고재득·민주당)나 3선을 한 중랑구(문병권·한나라당)도 하위권이다.

경기는 '지키지 않은 공약'이 가장 많은 곳으로 낙점됐다. 경기지역 전체 31명의 시장·군수가 약속한 1,042개의 평균 공약이행률은 65.77%. 이 중에서 전혀 이행되지 않은 '0점' 공약이 무려 109개, 반대로 만점 공약은 141개다. 경기지역에서 공약을 잘 지킨 단체장은 수원시(염태영·민주당) 81.94%, 시흥시(김윤식·민주당) 81.29%, 남양주시(이석우·한나라당) 순이다. 경기도에서 꼴찌를 차지한 건 하남시(이교범·민주당)다. 용인시(김학규·민주당) 44.71%, 고양시(최성·민주당) 55.24% 등도 모두 하위에 머물렀다. 공약을 모두 이행한 만점 공약이 가장 많은 곳은 의정부시로 전체 24개 중 9개를 실천해 완성했다.

인천 단체장들의 성적도 초라하다. 평균 공약이행률은 61.82%로 전국 평균(66.56%)을 밑돈다. 인천의 낮은 공약이행률은 실제 추진된 공약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0~5점으로 나뉘어진 평가에서 예산이 배정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있다면 3점 이상을 받았는데, 정책 추진이 안 되거나 아예 실행 계획조차 없는 공약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인천지역에선 실적이 없어 0점 평가를 받은 공약이 전체 386개 공약 중 38개였다. 특히 남구(박우섭·민주당)의 경우 전체 16개 공약 중 7개가 0점 공약으로 집계됐다.

부산ㆍ경남 성적은 '평균'

부산 단체장들의 평균 공약이행률은 68.31%. 전국 평균(65.56%)을 웃돈다. 연제구(이위준·무소속)가 78.67%로 가장 높았고 동구(정영석·무소속)가 54.05%로 가장 낮았다. 연제구는 거제종합사회복지관과 국민체육센터 건립, 연제문화체육공원 조성 등 현안을 임기 내 완료한 점이 좋게 평가 받았다. 동구는 '재개발·재건축 지역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관련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았다.

울산 평균 공약이행률은 살짝 웃도는 68.97%였으며 가장 높은 이행률을 보인 곳은 북구(윤종오·민주노동당)로 74.71%였다. 경남의 공약이행률 평균은 63.05%로 비교적 저조했다. 의령군(김채용·무소속)은 76%로 1위, 거제시(권민호·한나라당)가 꼴찌다.

공약이행률은 높았지만 '속 빈 강정'과 다름없는 공약을 내걸어 빈축을 산 곳도 있다. 부산 강서구(강인길·한나라당)는 '미래형 도시공원 조성계획 수립','강서 농업 발전계획 수입'공약을 냈는데, 이는 2010년 당시 용역만 끝나면 완료되는 공약이었다.

함양군의 임창호 군수는 재임 기간 내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제시해 빈축을 샀다. 선관위에 등록한 5대 공약은 추상적이고 선거 이후엔 공약 대부분이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임 군수는 2013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지만 공약으로는 '2014년 스포츠파크 완공'등이 예다. 하동군의 조유행 군수도 '100년 대계를 위한 도로 주택 등 미래도시 설계' 등 실천과 평가가 애매한 공약을 내세워 비난을 받았다.

대구, 공약이행률 1위 선전

대구는 공약이행률 74.40%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이행률을 보였다. 대구 동구(이재만·한나라당)가 87.27%로 전체 1위를 차지해 우수 기초단체장으로 꼽혔다. 특히 약 11개 중 6개가 만점 공약이었다. 대구 남구(임병헌·한나라당)는 공약의 목표가 매우 구체적이고 예산계획을 모두 명시해 놓아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구 수성구(이진훈·한나라당)는 '얌체 공약'으로 지적을 받았다. 파동정비사업 확실하게 마무리, 욱수천 생태하천 조성사업 확실하게 마무리, 대구스타디움 연계 자전거길 조성사업을 확실하게 마무리 등 기존에 진행되던 사업을 마무리 한다는 공약이 여러 개 있었다.

경북은 평균 공약이행률이 69.01%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경북에서는 영덕군이 77.65%로 가장 높은 공약이행률을 보였다. 청도군·군위군·울릉군·문경시·청송군·울진군·경산시·경주시 등 8곳은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특히 공약이행률 꼴찌를 차지한 경주는 '민간 자문 화백위원회 설치'이행 완료를 주장했지만 사실은 목표를 축소 달성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광주 성적표는 '울상'

광주 평균 공약이행률은 61.27%로 역시 저조하였다. 가장 높은 이행률을 보인 자치구는 동구(노희용·민주당)로 69.23%다. 북구(송광운·민주당)는 51.67%로 하위에 머물렀다. 송광운 북구청장의 경우 '광주정신계승 마라톤 대회 세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법률연맹 측은 "세계화를 위한 사업내용이 전무함은 물론 마라톤 대회가 현재까지 존속하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충고했다.

전북은 임실군을 제외한 13개 기초단페의 평균공약이행률이 68.5%다. 남원시(이환주·민주당)와 순창군(황숙주·민주당)은 80%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남지역의 평균 공약이행률은 69.44%로 평균을 웃돌았다. 영광군(정기호·민주당)이 84%, 장흥군(이명흠·민주당)이 50.00%를 차지했다. 전북 전주시는 타 지자체와 달리 홈페이지에 공약사항을 게재하지 않고 공약 이행사항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게시하지 않아 지적을 받았다.

충북 약진… 강원 저조

대전 기초단체장들의 평균 공약이행률은 68.90%다. 대전 동구(한현택·자유선진당)는 84.71%를 기록했다. 55.56%로 하위에 머문 대전 중구(박용갑·자유선진당)는 보문산 관광벨트화 추진 관련 사업의 재정에 대한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예산 확보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전 유성구(허태정·민주당)는 홈페이지에서 대부분의 공약 이행률을 100%로 표시해놓고 추진실적 등 내용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충북의 평균 공약이행률은 70.61%로 비교적 양호하였으며 가장 높은 공약이행률을 보인 곳은 옥천군(김영만·자유선진당)으로 80%였다. 충북의 경우 공약일치율에서는 가장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공약일치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과 지방자치홈페이지 자치단체장의 추진공약과의 일치율을 조사한 것이다.

충남의 평균 공약이행률은 62.92%로 평균보다 저조하였으며 가장 높은 공약이행률을 보인 곳은 논산시(황명선·민주당) 76.67%다. 충남 청양군(이석화·한나라당)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공약으로 인해 이행성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률연맹 측은 "청양군은 '행정은 경쾌, 공평하고 투명한 자치행적을 구현하겠습니다' 공약에서 '내 집 같은 군청, 형님 같은 군수가 되기 위해 사심을 버리고 일하는 군수가 되겠음'이라는 공약이 있는데 평가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강원지역의 경우 동해시, 춘천시, 고성군을 제외한 15곳 기초단체의 평균 공약이행률은 63.78%였다. 가장 높은 공약이행률을 보인 곳은 태백시(김연식·한나라당) 77.89%, 꼴찌는 철원군(정호조·한나라당) 42%다. 특히 철원군은 전체 20개 공약 중 9개(45%)가 이행을 하지 않은 0점 공약으로 평가 받았다.

공약이행률이 공개되자 최우수 등급을 받은 자치단체는 우쭐하고 최저 등급을 받은 자치단체는 발표 내용에 반발하는 등 촌극도 빚어지고 있다. 법률소비자연맹 측은 "6·4 지방선거 전에 자신이 사는 지역의 시장, 군수, 구청장들이 내건 공약 중 실현된 것은 얼마나 있는지,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누구인지 살펴보는 게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