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인간이기를 갈망한다


■ 제목 :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Pygmalion and Galatea)
■ 작가 : 쟝 레옹 제롬
 ( Jean-Leon Gerome)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88.9cm x 68.6cm
■ 제작 : 1890
■ 소장 : 뉴욕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人間’이라는 한자어가 사람 사이의 사람이라는 뜻을 품고, 이때의 ‘人’자 역시 서로 기대어 의지하는 사람의 형상으로 이루어진 것과 같이 사람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살아간다. 때로는 관계에서 이루어진 사랑과 믿음이 증오와 배신으로 되돌아오지만 인간은 고통과 상실감을 딛고 또다시 그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제롬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는 그러한 인간의 속성이 드러나 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피그말리온이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자신의 여성 혐오증으로 인해 어떠한 여성과의 관계도 멀리하고 사랑을 부정했던 시프러스의 왕이었다. 피그말리온은 외로움을 달래고자 그의 재능 있는 조각기술로 갈라테아란 여성 조각상을 만들어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작품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는 피그말리온이 인간에게서 느끼고 싶었던 모든 열정과 애정을 조각상에 쏟아 마침내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로부터 갈라테아의 생명체를 부여받아 결혼하게 된다는 내용의 신화가 프랑스 화가 제롬에 의해 아름답게 묘사된 것이다.

사실성과 낭만성을 혼합한 제롬의 작품들은 앵그르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섬세한 표현력과 아울러 신화의 알레고리를 생동감있게 펼치고 있다. 당시 급진적인 인상주의 화풍의 등장으로 인한 갈등 속에서도 제롬은 전통과 진보를 적절히 결합시킨 그만의 아카데미즘적 기술을 후세에 전수하려는 고집을 버리지 않은 채 일생 흔들리지 않는 작품관을 유지시켜 나갔다.

갈라테아에게 키스하는 순간 서서히 감도는 생명체의 체온, 열망했던 인간애를 느끼며 뜨거워진 피그말리온의 가슴은 현실의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09-30 16:14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