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감춰진 고뇌의 표출


근간 정신질환자들이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 등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들 중 대다수가 심한 우울증세를 보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무력감과 공격적 성향이 고조되어 그 같은 불행을 초래했다고 하는데 우울증이란 놀랍게도 5명 중 1명이 경험하는 질병이라고 한다.



■ 제목 : 형광 불빛 아래 두 여인 (Two women with on electric light bulb)
■ 작가 : 쟝 루스땡 (Jean Rustin)
■ 종류 : 캔버스 아크릴화
■ 크기 : 130cm x 160cm
■ 제작 : 1983

미술사에서도 뭉크, 고흐, 쉴레와 같이 심한 우울증세와 정신장애에 시달렸던 화가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어쩌면 자신의 괴롭고 암울했던 삶을 작품 안에 표출하는 것으로 외로운 인생 항해를 견뎌냈을지 모른다. 1991년 런던의 어느 미술 전람회에서 결혼생활의 내용을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묘사하여 세인의 지탄을 받았던 프랑스 화가 장 루스땡 역시 정상적인 시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관의 소유자였다.

전시되던 작품이 관람자의 손에 찢겨지거나 소리치며 욕을 하는 사람들의 모욕을 감수하면서도 루스땡은 끝끝내 자신의 작품은 폭력적이지도 않고 비난 받을 이유도 없다고 고집했다.

위의 ‘형광등 불빛 아래 두 여인’은 구설수에 휘몰리기 전의 작품이지만 우울한 분위기가 밀폐된 방안 가득 점령하며 불안한 기운마저 감도는 가운데 희망 없이 고독만이 지배했던 루스땡의 일생이 엿보이기도 한다. 희미한 형광등이 켜지는 순간 치부가 드러나는 줄 모르고 두 가슴만을 가린 채 서있는 초점 없는 시선의 여인, 어쩔 줄 몰라 가슴을 드러낸 채 두 눈만 황급히 가린 여인의 이미지에서 그가 늘 주의 깊게 관찰했던 정신수용소에서의 영감을 떠올려 본다.

루스땡은 일반인들이 보는 정신 질환자들이 정말은 미친 것이 아니며 자신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과 똑 같은 사람이고 누구든 내부에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가치관이 어떠했든 인공적 빛의 파장을 섬세하게 묘사했던 그의 독특한 화법은 크게 인정 받게 되었고 그의 말대로 비관적인 주제 의식은 도움을 요청하는 고뇌의 울부짖음으로 해석되었다. 매일 30분간의 바이올린 연주를 제외하고 바깥 출입도 삼가며 창작에 몰두 했던 루스땡의 일생이 자신이 생각했던 만큼 우울하고 무의미한 것이었다면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 역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09-30 16:15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