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돌나물


봄비가 많이 내린다. 봄 구경을 계획하고 있다면 잦은 비소식이 섭섭하기도 하겠지만 흠뻑 비 내리고 난 대지에는 파릇파릇한 새순들이 싱그럽기만 하다. 그 중에서도 요즈음 가장 눈에 뜨이는 연녹색의 싱싱한 잎새 중 하나가 바로 돌나물이다.

봄 시장에 나가 한 소쿠리씩 담아 파는 돌나물을 사다가 새콤달콤 매콤하게 무쳐 식탁에 올려놓으면 나른한 봄의 기운을 한번에 상큼하게 바꾸어놓을 것만 같다.

돌나물은 돌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키는 한 15㎝정도 자라지만 바로 서지 않고 누워 자라므로 키를 따지기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돌나물과에 속하는 대부분의 식물들이 그러하듯이 식물체 전체가 식물학적 용어로 육질이다. 즉 단단하지 않고 꾹 누르면 즙이 나올 정도로 무른 조직을 가졌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봄에 먹는 나물은 이 육질의 잎이다. 줄기는 옆으로 기면서 뿌리를 내리며 자라는데, 보기와는 달리 그 생명력이 얼마나 왕성한지 웬만큼 고된 조건에서는 얼마든지 견뎌 내는 장한 풀이다.

잎을 자세히 보면, 한 장씩 혹은 두 장씩 줄기에 마주 달리는 여느 식물과는 달리 한 자리에서 세 장씩 모여 달리는 것이 특징 중에 하나이다. 꽃은 늦은 봄부터 여름에 걸쳐 두고두고 핀다. 꽃잎은 5장인데 조금 뾰족하고 10개의 수술을 가지고 있다. 돌나물은 보통 무리지어 자라게 되는데 그 이유가 줄기가 땅 위로 뻗으면서 밑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그 마디에서 뿌리가 나며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어느 곳이든, 산이나 들이나 풀밭이나 돌 틈이나 가리지 않고 자라는 우리와는 아주 가까운 이 식물을 지역에 따라서 돈나물, 또는 석상채(石上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석상채란 말 그대로, 돌나물이란 이름 그대로 돌 위에서 자라는 채소라는 뜻이다. 어느 곳엘 가나 돌나물의 무리들은 자주 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느껴질 때는 식물이 자라기에는 가장 어렵고 험난한 자연 조건인 바위틈에서 뿌리를 내리고 탐스러운 꽃을 피워 내는 모습이고 보면 돌 위에 있는 채소라는 이름이 적절하게 느껴진다.

돌나물의 가장 중요한 쓰임새는 아무래도 먹거리에 있다. 익혀 먹기보다는 그대로 초무침을 해먹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유명한 것은 시원하고 칼칼하며 씹히는 맛이 색다른 돌나물 김치이다. 어른들은 이릴 적 뒷산에 나가 고무신 하나 가득 돌나물을 담아 와서 먹던 고향의 향수 때문인지 요즈음도 이 나물이 나기 시작하면 시장이나 백화점을 찾는다. 건강식으로 돌나물 생즙을 먹기도 한다.

돌나물은 약으로도 이용한다. 약이 흔치 않던 예전에는 밭에서 일하다 손을 베이면 돌나물을 뜯어 찧어서 상처에 발라 두면 쓰리기는 해도 점차 부기가 가라앉아 곧잘 이용했노라는 이야기도 있다. 한방에서는 불갑초(佛甲草), 말린 것은 경천초(京天草), 또는 석지갑이라고 하여 이용하는데 마른 것을 차처럼 끓여 마시면 해열, 해독 작용이 있으며 돌나물 생즙은 간경변에 좋고 피로 회복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돌나물은 분에 넣고 키우기에도 아주 그만인 식물이다. 연초록빛 잎새나 노란 꽃잎이 워낙 고운데다가 분에 넣고 잘 기르면 마치 분을 싸안을 듯 아래로 줄기를 내리며 잘도 자란다. 물론 요즈음 유행하는 암석원 즉 돌과 함께 식물을 배열하여 만드는 정원에도 잘 어울린다.

사람은 참으로 자기 본위 적이어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을 생각할 때 그 존재 가치보다는 그 생물이 사람에게 어떻게 이로운가를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사실 돌나물의 노란 꽃들은 여름에 피어 나지만 봄나물을 떠올리며 누구나 가슴속엔 봄꽃이려니 생각하니 말이다.

이유미의 국립수목원 연구관


입력시간 : 2003-10-01 17:18


이유미의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