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죽음 문턱서 들여다본 사후세계



■ 임사체험 상 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윤대석 옮김/청어람미디어 펴냄

인간에게 죽음이란 두려움 그 자체다. 어느 누구도 죽음 앞에 초연할 수는 없다.

떨쳐낼 수 없는 그 두려움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건 죽음이 21세기 첨단 과학조차도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사후 세계가 어떤 곳임을 훤히 안다면 인간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지 모른다.

임사체험(臨死體驗)이란 게 있다. 사고나 질병으로 거의 죽음 직전에 살아난 사람들이 의식을 회복한 후 들려주는 이미지 체험이다. 이러한 체험은 동서고금을 통해 이미 보편적으로 존재해 왔다.

임사체험자는 우주인과 교신을 한다거나 하는 따위의 신비주의자가 아니다. 대다수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다. 심지어 이들 가운데에는 과학적 사고로 무장한 의사나 과학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근대과학의 세례를 받은 현대인들은 ‘죽었다가 살아 온’ 사람들의 진술을 곧이 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는다. 과연 이들은 무엇을 보고 온 것일까. 임사체험은 현실 체험이 아니라 단순한 뇌내 환각에 불과한 것일까.

이 책은 바로 이 같은 논란을 과학적으로 파고 들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임사체험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망라, 현실 체험설과 뇌내 현상설을 각각의 입장에서 소개하며 각 사례에 맞춰 꼼꼼하게 분석해 들어간다. 지은이는 일본은 물론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인도 등지에까지 다니며 수많은 임사체험자들의 증언을 들었고, 갖가지 과학적 방법으로 증언의 신뢰성을 이중 삼중으로 검토했다. 심지어 지은이 스스로 임사체험의 신비를 푸는 실험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은이는 뇌내 현상설에 기운 듯 하지만 현실 체험설 외에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를 과감히 받아들인다. 사후 세계가 있느냐 없느냐의 결론을 분명하게 내리지 않는 것이다. 대신 지은이는 사후 세계와 죽음에 대한 관념은 결국 삶의 문제, 즉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로 연결되는 것에 주목한다.

“임사체험을 취재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어느 쪽이 옳은지 빨리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죽음에 대해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재를 하는 동안 체험자들 대부분이 이구동성으로 죽는 게 두렵지 않게 됐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나도 죽는 게 두렵지 않게 되었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3-10-05 15:16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