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善의 시선으로 본 역사 속 영웅들



■ 위대한 정복자들에게 배우는 성공의 기술

김후 지음/이마고 펴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정복자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결같이 ‘존경할 만한 인물’로 그려져 왔다. 유럽의 역사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알렉산더 대왕은 ‘근본적으로 선량한 사람’으로, ‘전쟁을 막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는 소명 의식 때문에’ 정복에 나섰으며, “대담하게도 인류의 형제애를 선언했다.”또 아시아의 역사가들은 칭기즈칸을 “올바르고 현명한 사람”으로만 기록했다.

정말 그럴까. 로마 제국의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제시한 신념 관용 용기 지혜 절제의 다섯 가지 미덕을 이들 위대한 정복자들은 얼마나 갖추고 있었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 지은이의 의심이 시작된다.

지은이가 들쳐본 이들 정복자들의 실상은 역사가 그린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알렉산더 대왕은 자신을 옆에서 보좌해 온 필로타스의 사소한 실수를 반역죄로 몰아 그를 처형했으며, 그의 아버지이자 마케도니아군 제2의 권력자로 자신의 정복 활동에 지대한 공을 세운 나이 일흔의 파르메니오도 같이 죽였다.

페르시아 병사들을 자신의 군대로 끌어들이는 데 반발할 만한 마케도니아 세력의 구심점을 제거하기 위해서 였다. 칭기즈칸은 몽골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자신이 가장 어려울 때 힘이 되어준 자무카와 아버지처럼 자신을 돌봐주고 그가 몽골 통일의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도와준 토오릴 완칸을 제거했다.

실제 역사가들도 이들 정복자들로부터 악의 냄새를 맡아왔다. 그러나 그들은 애써 이들에게서 악의 흔적을 지우고, 선의 색깔을 입혔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인 가치 기준을 중시하도록 하기 위한 역사가들의 선의였다. 또 세상을 비교적 제정신으로 살기 위한 인간 스스로의 자기 보호 메커니즘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위대한 시대를 열었던 영웅이나 위대한 통치자, 정복자들에게서 과연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지은이는 역사가 숨기려고 했던 정복자들의 참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이들의 성공 노하우를 찾는다. 정복자들이 행한 악행을 더 깊이 파고 들어가보거나 뒤집어본다면 거기에는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다른, 바로 진정한 성공의 원칙이 숨어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아니다. 정복자들의 성공 요인에서 우리에게 플러스가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을 취하자는 주장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동화 속처럼 선악이 뚜렷이 구별되고 권선징악이 확실히 구현되는 이상향이 아닌 다음에야, 자신을 지키고 똑바로 서기 위해서는 좀 더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봐야 하지 않겠는가.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3-10-05 15:46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