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미국의 세계전락과 지구촌의 미래



■ 타타르로 가는 길
로버트 카플란 지음/이순호 옮김/르네상스 펴냄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초기 외교 정책은 아마 상당한 난관에 부딪혔을 것이다.”‘타타르로 가는 길’에 대한 뉴욕 타임스의 단정적인 서평이다. 비슷한 시기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부시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틀어박혀 ‘타타르로 가는 길’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두 신문에 따르면 현재 부시 행정부의 세계 전략을 파악하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 정도의 대접을 받는 것일까?

‘타타르로 가는 길’은 형식상으로는 21세기의 실크로드로 불리는 발칸, 중동, 중앙 아시아를 발로 누비며 쓴 기행문이요, 고금의 이야기를 듬뿍 담은 역사서다. 지은이는 카스피해 송유관을 둘러싼 국제적 암투, 이라크 다음으로 미국의 타깃이 돼 있는 이란의 모든 것, 지금까지는 소외되었으나 점차 주목받는 지역으로 떠오를 게 분명한 시리아와 그루지야의 정치적 불안 실태, 동구권 몰락 이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혼란 등을 낱낱이 분석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책은 날카로운 안목이 빛나는 국제정세 분석서이기도 하다. 두 언론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책의 이 같은 성격 때문이다.

지은이의 세계관은 지극히 현실주의적이다. 우리의 통념에 비해 너무나 비관적이고 절망적이기도 하다. 지은이의 사상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외친 홉스나 마키아벨리의 사상과 가깝다. “전세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제3세계에서 불평등과 범죄, 테리리즘, 민족간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이들 지역에서는 강제력을 지닌 국가의 존재마저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게 지은이의 진단이다.

“이 세상에는 언제나 악의 무리가 있으며, 세계는 희망보다 야만이 가득 찬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악과 야만을 제거해야 한다.”, “지구촌의 유일무이한 파워로 자리매김한 미국은 그 세력들을 이 세상에서 쓸어버려야 할 도덕적 사명이 있다.”언뜻 동양 사상의 성악설을 떠올리게 만드는 지은이의 이 같은 주장은 작금의 부시 행정부의 행태와 한치의 오차도 없다.

실제 부시 대통령은 이 책을 읽은 뒤 지은이를 백악관에 불러들여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토론하도록 하고, 외교에 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은이의 주장에 공감을 하든 아니면 지극히 미국적인 또는 부시(Bush)적인 세계관을 맹렬하게 비판을 하든, 그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게 있다. 적어도 이 책은 패권국가 미국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세계전략의 배경을 파악하고, 앞으로 어떤 모습을 띠게될 지를 전망하는 데에는 그 어떤 저서, 논문들보다 유효하다는 점이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3-10-06 10:37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