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장수하는 사회


산업 기술의 향상, 경제적인 풍요, 생활 환경의 개선,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많이 증가하였다. 여자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섰다는 뉴스가 화제이다. 전체 평균 수명은 1999년(75.55세)에 비해 1살 늘었다고 한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고 해도 인간이 영구 불멸할 수는 없겠지만 평균 수명이 연장되는 추세는 아마 계속 이어질 것 같다.

한의학 고전인 <황제내경>에 천수(天壽)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옛날 사람은 법도를 잘 지켜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고, 음식에 절도가 있었으며, 기거함이 일정하고, 일을 하는데도 함부로 몸을 피로하게 하지 않아 신체와 정신을 다 온전하게 함으로 천수를 누릴 수 있었으나, 요즈음 사람은 반백에 수명을 다하는 이유가 술을 자주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부부관계를 해서 정기가 손상되고, 진기를 소모시키고, 만족을 모르고, 정신을 가다듬지 못하고, 일상 생활에 절도가 없어 단명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명은 연장되었지만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질병과 고통 속에서 산다면 생명 연장은 고통의 연장에 불과할 것이다. 어떻게 건강하게 늙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네소타 주 의학협회에서 ‘노인’을 이렇게 정의했다고 한다. 첫째, 자신이 늙었다고 느낀다. 둘째, 배울 만큼 배웠다고 느낀다. 셋째, ‘이 나이에 그깟 일은 뭐 하려고 해’라고 말하곤 한다. 넷째,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고 느낀다. 다섯째, 젊은이들의 활동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여섯째,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이 좋다. 일곱째, ‘좋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이것은 나이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광고 카피처럼 60, 70대 노인들-이제는 노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이 신세대 전유물로 여겨지는 스포츠를 즐기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몸에 딱 달라붙는 화려한 색상의 유니폼, 선글라스와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는 노인들을 한강 둔치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얼굴을 가리고 있으면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노익장(老益壯)이라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었어도 결코 젊은이다운 패기가 변하지 않고 오히려 굳건함을 형용하는 말이다. <후한서(後漢書)> <마원전(馬援傳)>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의 명장 마원(馬援) 평소 친구에게 “대장부라는 자는 뜻을 품었으면 어려울수록 굳세어야 하며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 (大丈夫爲者 窮當益堅 老當益壯)”고 하였다.

만족(蠻族)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광무제가 군대를 파견하였으나 전멸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마원이 자신에게 군대를 달라고 청하며 나섰다. 광무제는 그가 너무 늙었으므로 주저하자 마원이 말하길 “소신(小臣)의 나이 비록 예순 두 살이나 갑옷을 입고 말도 탈 수 있으니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하고는 말에 안장을 채우고 훌쩍 뛰어올랐다. 결국 마원은 군대를 이끌고 반란을 평정하고 흉노(匈奴) 토벌에 큰공을 세웠다.

이들은 바로 ‘젊은 노인’이다. 젊은 노인이란 노년에 자신의 건강과 삶의 여유를 충분히 누리고자 노력하는 신선하고 젊은 생명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비록 젊은 사람이라도 전진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미 늙은 사람이다.

건강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제일로 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적당한 운동이다. 그러나 지나친 운동은 금물이다. 예전부터 해오던 사람이라면 계속해서 운동을 하면 되지만 갑자기 힘든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니 젊었을 때에 내 몸에 맞는 운동 하나쯤은 익혀 놓아야 하겠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우리 속담이 건강 장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의 최대 수명은 약 120~130세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무병 장수를 하는데 유전적인 요소도 물론 중요하게 작용하겠지만 70~80%는 후천적 또는 환경적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 천수를 누리는 그날까지 건전한 정신, 건장한 육체를 갖도록 노력하자.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 2003-10-06 18:42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