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가을철 감기


찬바람이 불면서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한 환절기에 찾아오는 가장 흔한 질병이 감기이다. 올 봄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스(SARS)가 가을 겨울 다시 창궐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여, 요즘 조금만 감기 증상이 있어도 사스가 아닐까 의심하고 한다.

감기는 인체의 저항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증상의 변화를 병사(病邪)와 인체 정기(正氣)의 싸움으로 표현한다. 피로가 누적되거나, 수면부족,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으로 체력이 저하되었을 때,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체내의 정기가 약해져서 갑자기 들이닥친 찬 기운을 폐의 조절기능이 감당하지 못하면 발병하게 된다.

감기에 걸리면 처음에는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 호흡기에 염증을 일으키면 발열이 수일동안 지속되며 뼈마디까지 쑤신다.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흐르고 목이 가라앉거나 붓고 아프며, 기침에 가래가 끓는다. 더 심해지면 전신이 무력해지며 노인이나 어린이들은 폐렴을 일으킬 수도 있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잘 먹고 푹 쉬는 것이 최고의 치료법이지만 바쁜 현대인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때는 간단하게 복용할 수 있는 생강즙이 좋다. 엄지손가락만한 생강을 강판에 갈아 그 즙을 찻잔에 넣고 취향에 따라 꿀을 넣은 다음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면 되는데 자기 전에 마시는 것이 효과적이다. 쪽파를 달여서 뜨겁게 복용하는 총백탕이나 파뿌리 흰부분에 설탕을 넣고 달이는 백미탕은 땀을 나게 하여 열을 내리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어 감기를 완화하는데 효과가 있으며, 임산부 감기에도 효과가 좋다. 파뿌리는 감기치료에 사용되는 약으로 결핵균 등 각종 염증을 일으키는 균의 발육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은행이나 더덕, 도라지를 즐겨 하는 것도 폐를 부드럽게 해주므로 환경공해로 인한 호흡기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호두, 은행, 밤, 대추, 생강을 넣고 끓인 오과차를 장복하면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질환의 예방과 폐기능의 보강, 노약자의 체력보강 등에 좋다. 모과, 당귀, 생강, 진피, 계피, 오미자 등의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초기 감기의 경우 귤껍질과 대추를 적당량 넣고 끓여 꿀을 약간 타서 마시거나, 계피에 대추와 생강을 함께 끓여 차처럼 마시면 도움이 된다. 유자차는 겨울을 지내는데 이상적인 차 가운데 하나다. 감기를 이겨내고 기침, 가래와 열을 삭여주며, 목이 붓고 아픈데 특효가 있고, 감기 예방에도 큰 효과가 있다. 주독을 풀어주고 음주 후나 입 속에서 항상 냄새가 풍길 때 냄새를 가시게 해준다.

감기 예방을 위해서는 감기환자와 접촉을 피하고 찬바람을 많이 쐬지 않도록 한다. 특히 운동 후나 목욕 후 옷이나 몸이 젖었을 때는 찬바람을 피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주의하여 목 주위와 손, 발을 항상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

가을은 숙강(肅降)의 계절. 즉, 천지자연이 엄숙해지고 장차 겨울을 대비해 기운이 가라앉고 갈무리하는 계절이다. 이런 시기에 너무 과로하여 체력의 소모가 크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평소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적당한 운동, 규칙적인 생활을 통하여 인체의 면역기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냉수마찰이나 건포마찰, 냉수욕, 일광욕 등으로 피부의 저항력을 높이는 것도 좋겠다.

감기가 으레 오는 불청객으로 여기지만 합병증과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어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가을철 날씨 좋을 때 가족과 함께 야외로 놀러 갔다가 유행성 출혈열, 렙토스피라. 쓰쓰가무시 등의 급성 전염병에 감염될 수 있으니 풀밭에 드러눕지 않도록 하고 긴 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만약 야외에 다녀 온 후 일주일 정도 지나고 고열, 발열, 근육통 등이 있으면 단순 감기로 치부하지 말고 병원에 가야 한다. 아무튼 요즘 같은 환절기나 대기 오염이 심각한 이때 어린이나 노약자, 얼마 남지 않은 수험생들의 호흡기 관리에 만전을 기할 시기이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 2003-10-09 18:58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