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미래 우리사회를 지해할 키워드는?



■ 미래생활사전
페이스 팝콘ㆍ애덤 한프트 지음/인트랜스 번역원 옮김/을유문화사 펴냄.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전은 3만 여종이 훨씬 넘는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도서목록에는 3만2,000 여종의 사전들이 올라와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사전 뿐 아니라 자수용 바느질 사전, 동물 행동에 관한 사전, 공상과학 소설에 나오는 장소들을 정리한 사전 등등 온갖 종류의 사전들이 나와 있다. 심지어는 러시아 음란물에 대한 사전도 있다고 한다.

이 책도 특이한 사전의 범주에 들어간다. 사전에 담긴 것이 미래 용어들이다. 미리엄 웹스터 사전이나 아메리칸 헤리티지 사전에는 “상당 기간 폭넓은 범위의 출판물에서 충분한 빈도로 사용된”단어만 실릴 자격이 있지만 이 사전은 정반대다.

막 번데기를 벗고 나오는, 그리고 일상 생활의 언어 속으로 들어오기 위해 고치 밖으로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미는 새로운 단어와 용어들만 모았다. 지은이들이 만들어 낸 ‘아직 없는’ 단어들도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단어들로 만든 가상의 글을 한번 보라. “지난 밤 11시께 의학박사 000씨(75)가 요구르트 도시(Yogurt Cities)에 있는 자신의 집 거실에 숨져 있는 것을 그의 게리보그(Geriborg)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000시는 두달 전 심장 오염 증세가 악화돼 ADLs 상태까지 이르러 게리보그의 도움을 받아왔다.”

도대체 게리보그는 뭐고, ADLs는 또 뭔가. 요구르트 시티는 어디고, 또 심장 오염은 어떤 질병인가. 오늘을 사는 현대인이라면 이 글의 절반도 이해하기 힘들다. 수십년 전 사람들이 인터넷이니 디지털이니 하는 단어들을 생소해 했던 것처럼.

이 책은 ‘미래에는 과연 우리들이 어떤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지은이 두 사람은 그 동안 새로운 어휘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독자들의 지적인 욕구를 자극해 온 미래학자이자 트렌드 전문가다.

문화, 예술, 비즈니스, 정치, 과학 등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의 테마를 35개로 나눈 뒤 분야별로 총 1,200개의 미래 생활 키워드를 제시해 놓았는데 지은이들은 단순한 용어 해설에 그치지 않고, 급속하게 발전하는 21세기 사회 현상을 통찰하고 새로운 미래를 예측한다. 사전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마치 미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참고로 위의 글에 나오는 게리보그는 노인을 뜻하는 그리스어 게리와 사이보그의 합성어로서 신체장애인을 돕는 로봇이고, 요구르트 시티는 생동감이 넘치는 번화한 거리를 일컫는 말이다. ADLs 는 Activities of Daily Living의 약어로 옷 입기 목욕하기 식사하기 등의 활동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키며 심장오염은 대기 오염에 따른 심장 질환이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3-10-21 15:55


최성욱 기자 fee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