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중국詩聖의 삶과 문화



■ 이백, 두보를 만나다
다카시마 도시오 지음/이원규 옮김/심산 펴냄.

두 사람은 동시대 사람이다. 각지를 방랑하다 생애를 마친 것도 흡사하다. 두 사람은 똑같이 중국의 언어와 시적 형식을 이용해 시를 지었다. 그 시가 얼마나 뛰어났던지 시선(詩仙) 혹은 시성(詩聖)으로 불렸다. 그런데도 두 사람의 시는 비교하기 곤란할 정도로 전혀 다른 경지를 전개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 두 사람, 당나라 중기의 큰 시인 이백과 두보의 삶과 문학에 관한 책이다. 책은 그 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어렴풋한 짐작이 사실은 상당 부분 근거가 없는 것임을 알게 해 준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알고 상상했던 이백과 두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새로운 이백과 두보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호방하고 은자적 풍류를 즐겼다고 알려져 있는 이백, 국가와 민중의 안위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 두보. 그러나 그들은 젊은 날 관직을 구걸하기 위해 세력가들의 집에 드나들었다. 비굴하게 세력가들을 터무니없이 높여야 했고, 그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어렵사리 관직을 얻었지만 처세에 서툴러 곧 쫓겨났고, 이후는 머나 먼 중국 땅을 헤매다 객사했다.

둘의 문학적 지향은, 두보가 대대로 관리를 지낸 명문가 출신이었던데 반해 이백은 가계가 불분명한 이민족 또는 수배자 집안의 출신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것 만큼이나 차이를 보였다.

두보가 칠언율시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오언율시와 칠언가행에 훌륭했던 데 비해 이백은 칠언가행에서 독보적이며 오언절구와 칠언절구에 능했다.

책의 전반부는 이백과 두보의 삶을 철저히 고증, 복원해 냈고, 후반부에서는 그들의 시편들을 섬세히 검토하고 있다. 두 사람의 삶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자연히 당나라 중기의 역사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3-10-21 15:58


최성욱 기자 fee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