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선율에 휘감긴 만추의 서정

[문화가 산책] 이루마 가을 야외 콘서트
피아노 선율에 휘감긴 만추의 서정

10월의 가을 밤, 북한강 굽이 치는 아차산 기슭이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로 발갛게 채색됐다. 가을비에 젖은 푸른 달, 추억을 떠올리는 강변의 달빛, 붉게 타는 단풍 나뭇잎, 코끝을 시리게 하는 가을 바람. 이 모든 가을 정서를 그는 시린 손끝으로 한 폭의 그림처럼 섬세하게 담아냈다.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루마(26)가 만추의 서정을 예감케 한다.

10월 17일, 그의 가을 콘서트가 한강의 야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서울 쉐라톤 워커힐 애스톤 하우스 야외 가든에서 ‘보보스존(BOBOSzone.com)’ 주최로 열렸다. 투명한 피아니즘에 실려 온 여피적 감성이 새로운 문화 코드의 도래를 알린다.

그의 음악은 투명하지만 강렬한 가을 햇살을 닮은 느낌이다. 첫 사랑이 문득 그리워 지는 설레임도 함께 묻어 난다. 한 올 한 올 엮어 내는 그 선율은 창문 너머 가을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와서는 첫 사랑을 기억하냐고 묻고 또 묻는다.

이날 음악회에서 첫 선을 보인 ‘From The Yellow Room (발매예정 3집 앨범)’은 창문에서 본 풍경을 첫사랑의 설레임으로 연주했다. 방안의 노란벽지, 노란 색 줄 무늬커튼, 노란 색 침대 커버 등이 강렬한 가을 햇빛에 둘러싸여 마치 노을처럼 물들기 시작하는 그런 느낌을 연출한다.

인기 드라마 ‘겨울연가’에 삽입돼 알려진 ‘When The Love Falls’에서 보여 준 이루마의 감미로운 선율이 재현됐다. 그의 감성은 과거에 한 번은 봤을 것만 같은 기시감(旣示感)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 온다. .

첫 사랑의 기억을 주제로 한 1,2집 ‘Love Scene’과 ‘Firtst Love’가 기억 너머의 첫사랑을 보여줬다면 3집에서는 이게 사랑일까를 궁금해 하던 처음으로 돌아가, 그 설레임을 기억하려는 감성적 노력이 묻 어난다.

‘비에 입맞추며(Kissing The Rain)’, ‘그렇게 기다려요(Wait There)’, ‘어디엔가, 언젠가는(Somewhere, Sometime)’ 등은 이 같은 설레임을 보다 구체화한 작품들. 이루마는 이날 밤 야외 공연 분위기에 어울리게 ‘달을 향한 비상(Flying To The Moon)’, ‘문 리버(Moon River)’, ‘이별해야 할 때(Must Say Goodbye)’ 등의 발라드를 호소력 있게 소화해 내 갈채를 받았다.

이날 공연을 주최한 보보스 존이란 잡지, 콘서트, 파티 사업으로의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웹비즈라인의 브랜드 네임이다. 원래 온 라인 콘텐츠 개발 회사로 시작, 지난해 부터 온ㆍ오프 라인 통합 모델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장학만 기자

사진 임재범 기자


입력시간 : 2003-10-23 10:31


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