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토마토가 독초였다구?



■ 토마토 이야기

다치바나 미노리 지음 김소운 옮김 뿌리와 이파리 펴냄

현대인에게는 가장 영양소가 풍부한 과일이요(사실은 채소다), 케첩, 식후 디저트, 건강 음료 등으로 너무나 친숙한 토마토. 지금은 세계 제일의 채소로 사랑받고 있지만 안데스 산맥에서 태어나 유럽으로 건너간 초기, 토마토는 너무나도 억울하게 ‘독초’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도 했다. 이 책은 바로 그 토마토의 좌절과 영광의 드라마를 재현했다. 말하자면 ‘토마토 역사문화기행’인 셈이다.

안데스 산맥에서 북으로 북으로 올라가 멕시코에 도착한 야생 토마토. 아즈텍 사람들의 식탁에서는 한껏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스페인의 탐험가 코르테스를 따라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마술적인 식물이자 불륜과 임신의 미약인 맨드레이크와 모양새가 닮아 효능까지 비슷한 것으로 낙인찍힌 것. 때문에 토마토는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어 한 동안 ‘독초’취급을 받았다. 이 후 억울한 누명은 벗었지만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의 흐름을 타고 북유럽으로까지 올라간 토마토는 마침내 그 곳에서 진가를 인정 받는다. 식물학자 의사 궁정 요리사의 꾸준한 연구와 실험이 결실을 맺어 점차 유럽 대중 요리에 빠져서는 안되는 소스로 안착한 것. 지금도 토마토 재배가 왕성한 남이탈리아에서는 여름이 끝나갈 무렵, 온 가족이 꼬박 사흘 동안 1년 동안 먹을 토마토 소스를 만든다고 한다. 고향을 떠난 지 300년 만에 금의환향한 토마토는 미국에서 케첩과의 행복한 결합을 하기도 했다.

안데스 산맥에서 멕시코 고원에 이르기까지 발로 뛰어다니면서 토마토에 얽힌 에피소드와 야생의 기록들을 채집한 지은이의 정성 덕분에 책이 토마토 만큼이나 맛있고, 영양도 풍부하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3-10-31 10:16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