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산책] '식탁위의 불로초' 버섯


가을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싱싱한 버섯이 요즈음 한창이다. 솔잎 위에 오순도순 놓여 있는 송이버섯, 잘 말려져 있는 표고버섯, 깨끗하고 하얀 느타리버섯, 동그랗고 귀엽게 생긴 양송이 버섯, 귀 모양의 검은 목이버섯….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버섯의 맛을 즐겨 ‘신(神)의 식품(the food of the gods)’이라고 극찬하였다고 하며, 중국인들은 불로장생의 영약(靈藥)으로 진중하게 이용하여 왔다. 네로 황제는 버섯을 매우 즐겨 먹었는데, 버섯을 따오는 사람에게는 버섯 무게만큼 금을 주었을 정도로 버섯은 귀하고 값진 식품이었다.

버섯은 수 천년 전부터 식용 및 약용으로 쓰였다. 신라 시대의 성덕왕께 버섯을 진상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세종대왕 시대에 식용버섯으로 송이 , 표고, 진이(眞耳), 조족이(鳥足耳), 약용버섯으로 복령(茯笭), 복신(茯神)의 주산지까지 기록하고, 한방의 고전 문헌에도 동충하초나 영지와 같은 버섯을 약으로 처방하고 있다.

비가 온 뒤 산에 가면 나무 계단이나 썩은 나무 둥치 옆에 버섯이 많이 나 있다. 아이들은 신기하다고 따 가기도 한다. 예전에 어른들이 ‘예쁜 버섯은 독버섯’이라고 주의를 주곤 했는데, 실제로 독버섯은 대개 끈끈하거나 빛깔이 고운 것으로 구별한다. 하지만 예외가 있으므로 자기가 확실히 알고 있는 버섯이 아니라면 절대 손을 대거나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곰팡이의 일종인 버섯은 독특한 향기와 맛으로 세계 어디서나 사랑 받는 식품이다. 영양가는 많고 칼로리가 적어 해조류처럼 많이 먹어도 살찌지 않는다. 버섯의 독특한 감칠맛은 구이닐산으로 표고버섯에 특히 많이 들었는데, 혈액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성분이 있어서 고혈압이나 심장병 환자에게 좋다.

또한 씹는 감촉이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면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식품 중의 하나다. 버섯류에는 일반적으로 섬유소가 많이 들어 있어 변비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에도 탁월하며, 비타민 B2가 많아 피를 맑게 하여 혈액 생성을 촉진한다. 또 칼슘, 구리, 철, 인 등이 들어 있어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서양에서는 주로 맛을 위한 음식 재료로 쓰이는 데 비해 동양에서는 음식뿐만 아니라 약성과 효능을 더욱 중요시했다. 특히 최근 들어 누에를 이용해서 암과 결핵, 피로회복에 뛰어난 동충하초(冬蟲夏草)라는 버섯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일찍이 불로초로 여겨진 영지버섯은 일반적인 드링크제로 인기 있는 식품이다. 한방에서는 석이(石耳)라고 하는데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이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인삼과 더불어 상약(上藥)으로 다루어져 왔다. 상약이란 부작용이 없어 매일 복용해서 건강 유지가 되는 약을 지칭하는 것이다.

영지버섯의 효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정기(精氣)를 도와주어 오랫동안 살 수 있게 하고 얼굴빛을 좋아지게 하며, 배고프지 않게 한다. 심장의 수축운동을 돕기 때문에 동맥경화증이나 협심증에도 좋다. 그리고 지혈의 효능이 있어, 토혈, 하혈, 치루 등을 치료한다.

솔잎 향을 먹고 자라 맛과 향이 으뜸인 자연산 송이버섯은 살짝 구워서 소금만 찍어 먹어도 향기가 코끝에 맴돈다. 송이버섯은 위와 장의 기능을 도와주고 기운의 순환을 촉진시켜 손발이 저리고 힘이 없거나 허리와 무릎이 시릴 때 좋다.

또한 녹말과 단백질 소화에 관여하는 효소를 많이 나오게 하여 고기나 밥을 먹을 때 곁들이면 소화가 잘된다. 목이버섯에는 혈액의 응고를 막아주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심장병이나 뇌졸중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팽이버섯은 체내 저항력을 높여서 바이러스를 없애거나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버섯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다양하다. 그냥 구워 먹을 수도 있고, 찌개나 국에 넣어 먹기도 한다. 버섯의 특유한 질감, 향기, 모양 등을 생각하면 벌써 입에 군침이 돈다. 멀리서 불로초를 찾지 말고 지금 바로 식탁에 버섯을 올려보자.

입력시간 : 2003-11-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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