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일부다처제가 인간본성에 가깝다?



■ 도덕적 동물

로버트 라이트 지음 박영준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인간의 행동, 사고, 감정을 다윈의 진화론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말하자면 다윈과 프로이트가 만나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는 셈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진화생물학을 대중에게 처음으로 선보인 ‘고전’이라 할 만하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인간 본성과 관련한 논쟁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사람에게 일부일처제는 적합한 결혼 제도인가? 또 이 제도는 남자에게 유리한가, 아니면 여자에게 유리한가? 부모는 왜 자식들 중 누군가를 편애하는가? 지위상승에 대한 욕망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에게 항상 죄의식을 갖도록 하는 양심이 ‘자연선택’된 이유는 무엇인가? 과연 양심이 실제로 도덕적 행동을 낳는가? 지은이는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의 인생을 쫓아가면서 위에서 던진 질문들에 답한다.

따지고 보면 진화론에 기초해 인간을 이해하고자 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시도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20세기 초 다윈주의는 정치철학 이론과 뒤섞여 ‘사회다윈주의’라고 알려진 정체불명의 이데올로기를 형성했고, 이는 인종차별주의자, 파시스트, 냉혹한 자본주의자들에게 남용됐다.

그렇지만 지은이는 여전히 진화론을 옹호한다. 지은이는 오래 전부터 진화론이 살아있는 모든 것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20세기 사회과학의 주류였던 문화결정론의 주장과는 달리 도덕 가치의 근원에는 유전자의 번성을 위한 최적의 상태를 지향하는 유전자의 이기심이 전제돼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사족. 위의 첫번째 질문에 대한 지은이의 답은 어땠을까? 일부일처제는 인간 본성에 역행하는 것이요, 일부다처제가 자연스럽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1,154개의 사회 가운데 980곳에서 한 명의 남성이 여러 여성을 거느리도록 허용해 왔으며, 아내를 둘 이상 거느릴 기회가 주어진 남성들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유리한가. 일부일처제는 남자에게, 일부다처제는 여자에게 유리하다. 일부일처제 아래에서는 남자는 다른 남성과 심한 경쟁을 할 필요가 없고, 일부다처제에서 여러 명의 여성들이 능력있는 한 남성에게 높은 수준의 생활을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성욱기자


입력시간 : 2003-11-04 14:04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