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겨울 보양(補養)


아무리 시대가 변하여도 인간의 생활은 자연계를 벗어나서 살 수 없으며 인체 스스로도 일년 사계절 각종 기후변화에 상응하는 적응성을 가지고 있다. 겨울은 날이 차갑고 대지가 얼어붙으므로 이 시기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인체의 생리기능과 신진대사는 다른 계절보다 활발하지 못하게 되며 고요한 상태로 있게 된다.

그러다가 동지(冬至) 이후가 되면 음기(陰氣)는 점점 물러가고 양기(陽氣)가 점진적으로 살아난다. 이 때 보약의 약효는 몸 속에 잘 저장되어 봄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그래서 중국의 민간에서는 “冬季進補, 開春打虎(겨울철에 보약을 먹어두면 봄이 되어 호랑이라도 잡는다)”라는 속담이 회자될 정도다. 정기(正氣)가 충실하면 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이 침범하지 못하므로 겨울에 신체를 잘 돌보면서 몸을 건강하게 하면 병들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겨울철에 보양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겨울철만 되면 병이 생기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신기(腎氣)가 허약하고 양기가 부족해 외부의 차가운 기운에 손상을 잘 받는다. 예방과 치료에 제일 좋은 방법은 성질이 따뜻한 약으로 몸을 보(補)해주는 것이다.

이런 약으로는 건강(乾薑), 육계(肉桂), 인삼, 육종용 등이 적합하다. 이들은 양기를 재생시키며 한기를 몰아내어 건강하게 하는 효능을 나타낸다. 나이가 들어 몸이 허약한 경우에 겨울철은 체력을 증강시키고 연년익수(延年益壽)하기에 가장 적합한 때이다. 이 때 음식의 보양은 아주 중요하다. 닭고기나 우유 등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몸에 어혈(瘀血)이 있는 경우에는 인삼주나 황기주를 잘 응용하면 혈액순환을 좋게 하면서 풍(風)도 물리친다.

겨울철의 보양은 신체를 튼튼하게 하고 추위를 이기는 데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겨울철에 먹는 음식은 대체적으로 기름지고 지방질이 많기 때문에 설사나 비만을 일으키기 쉬우므로 과식하여 체하거나 소화불량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체가 허약하고 소화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이 설사 등의 증상을 자주 보이면 무슨 보약이나 보양식을 먹든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반드시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춥다고 열성(熱性) 음식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체내에 열이 생겨서 목이나 잇몸이 붓거나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음식으로 몸을 보양하면서 이와 함께 적당한 채소를 같이 섭취해야 한다. 식물성 식품은 신체가 영양을 흡수하는 데 유리한 작용을 하며 기름진 과식했을 때 이를 중화(中和)시켜 주며 소화기능의 부담을 줄여준다. 충분한 비타민의 섭취가 감기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감기가 걸려 열이 나거나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는 보양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경우 보양을 하게 되면 외부에서 들어온 나쁜 기운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물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 후환(後患)을 초래하기 쉽다.

저녁 식후에는 가급적이면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시간에는 위장도 쉬어야 하고, 겨울철은 다른 계절보다 빨리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은데 계속 위에 음식이 남아 있으면 충분한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적당히 먹은 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하고, 틈틈이 스트레칭으로 어깨, 허리 등의 피곤한 몸을 풀어주어 전신 기혈의 순환을 도와주는 것이 소화를 돕고, 몸이 처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닥치는 대로 보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몸이 건강한 경우에는 보양이 필요치 않으며, 몸이 허약한 사람은 어디가 부족한 지를 알아서 잘 돌보아 주어야 한다. 한 가지에 편중된 보양을 하면 오히려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동절기에 보양을 할 때 전문 의사의 지도 아래 진행하는 것이 제일 이상적인 방법이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입력시간 : 2003-12-09 14:45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