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인권변호사, 그들의 용기있는 삶의 궤적


■ 역사가 이들을 무죄로 하리라
박원순 지음/두레 펴냄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좋지않게 그려지는 직업이 있다. 변호사다. 우리 사회라고 해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들이 그리는 변호사의 얼굴은 십중팔구 일그러진 모습이다.

그러나 어느 집단에도 아름다운 얼굴은 있기 마련이다. 변호사 사회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인권변호사’가 그들이다. 어찌보면 ‘인권변호사’라는 말 자체에 어폐가 있다. 우리나라 변호사법 제1조1항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돼 있다. 모든 변호사가 인권변호사여야 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인권변호사’라는 별칭이 생겨났다는 것은 그 만큼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인권변호사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변호사라는 신분이 그 사회의 일정한 특권과 특혜를 보장해 주는 것이었음에도 그 이익을 뿌리치는 용기를 가졌다. 권력자의 편에 서기보다는 그들에게 핍박받고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편이 되었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기꺼이 박해와 수난의 희생자들이 됐다.

일제시대, 김병로 이인 허헌 등은 ‘3인 변호사’로 불리며 일신의 영달을 뒤로 한 채 독립운동가들의 변론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했다. 이어 해방 정국을 거쳐 군사독재 시절,‘인권변호사의 대부’로 불린 이병린 변호사는 독재정권에게는 눈엣가시였다.

한승헌 변호사는 1970년대 민주화운동이 본격화하는 동안 꼿꼿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고, 유신체제의 무자비한 인권유린이 자행되면서 ‘4인방 인권변호사’(이돈명 황인철 조준희 홍성우)가 형성된다. 전두환 정권 후반에는 최초의 인권변호사 상설 조직인 정법회가 만들어졌고, 이는 6월 항쟁으로 전두환 정권이 무너지고 노태우 정권이 등장하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으로 확대 재편된다.

책은 이처럼 우리나라 인권변호사들의 역사를 꼼꼼히 정리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변호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사회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인권 변론과 사회정의 실현의 방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기에, 인권 변론의 전략과 내용, 방식도 사회발전의 양태와 더불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밤마다 과거 서적과 논문과 자료집을 뒤적이면서 내내 즐거웠다고 고백했다. 한 시대를 온 몸으로 끌어안고, 고민하고, 행동하며, 그 시대의 고난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들의 용기와 양심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3-12-11 14:41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