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현대과학의 단초를 제공한 천재



■ 레오나르도 다빈치-최초의 과학자
마이클 화이트 지음/안인희 옮김/사이언스북스 펴냄

아래와 같이 묘사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는 채식주의자였다. 동물은 모두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여긴 까닭이다. 그러면서도 전쟁 기구를 만들어 내는 일에는 열광했다. 새장에 갇힌 새를 놓아주면서도 이따금 인간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인간의 사체를 며칠 밤을 새워 해부하면서, 인간의 신체가 가치없는 인간이 지니기에는 너무 훌륭한 것이라고 경탄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 초상화를 그렸지만 여성을 혐오하고 아름다운 소년만을 사랑했다.”

그는 바로 예술과 과학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르네상스인(人)’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다. 그는 빼어난 미술가이자 건축가였으며, 위대한 사상가이면서 또한 기술자였다. 그의 이름 앞에 붙일 수 있는 수식어로 ‘천재’보다 더 적절한 것은 없다.

수많은 사람이 그의 전기를 썼고, 수많은 사람이 그의 전기를 읽었다. 과학 저술가 마이클 화이트가 쓴 이 책도 다빈치의 전기다. 그러나 이 책은 기존의 전기와는 다르다. 화가도 건축가도 아닌 ‘과학자’로서의 다빈치를 재조명한 까닭이다.

다빈치는 인간보다는 자연에 한없이 매혹됐다. 자연의 모든 현상에 경탄했고, 끈질기게 모든 것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이런 관찰과 기록의 상당 부분이 그가 탐구한 과학의 내용을 이룬다.

다빈치는 과학이란 용어조차 없던 시대에 오늘날의 분화된 개념으로 보면 여러 자연과학 분야에 걸친 관찰과 실험을 하고 기록을 남겼다. 분화되지 않고 뒤섞인 상태로 해부학, 천문학, 지질학, 항공학, 지리학, 광학 등의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일종의 성형술을 창안하고, 정교한 카메라의 주름상자를 발전시켰으며, 콘택트렌즈와 증기의 힘에 대해서 기록하고, 어째서 하늘이 푸른지를 설명하고, 컴퓨터 단층 촬영기의 발명을 통해서만 가능한 신체 재현 기술을 발전시켰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분화된 과학으로 완전히 넘어오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빈치의 과학적 사유의 상당 부분은 진정 선구적이다.

다빈치 이전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프톨레마이오스, 피타고라스, 데모크리토스, 코페르니쿠스 등과 같은 위대한 과학자가 있었음에도 다빈치를 ‘최초’의 과학자라고 한 지은이의 고집을 책장을 넘기면서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다.

입력시간 : 2003-12-1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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