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꽃 한켠에 행복 한움큼

[우리풀 우리나무] 양지꽃
활짝 핀 꽃 한켠에 행복 한움큼

어제 받은 카드에 ‘가는 한 해를 따뜻하게 배웅하고 오는 새해를 상쾌하게 맞으세요’라고 써있었다.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도, 다가설 일에 대한 걱정도 많지만 정말 따뜻하고 밝고 맑게 지내고 싶다. 양지꽃은 그런 마음으로 고른 우리 풀이다. 정말 따사롭고 부드러운 햇살을 꽃잎에 담아 밝게 웃고 있는 것 같은 양지꽃, 샛노란 꽃 색이 더없이 환하면서도 깨끗하고 상큼하기 이를 데 없는 양지꽃. 그 꽃이 활짝 피어나 귀엽고 수줍게 웃을 새해의 새봄이 기다려진다.

양지꽃은 양지바른 산과 들이면 이 땅의 어느 곳에서든 어김없이 자라고 있는 아주 친근한 우리 풀이다. 혹시 이름이 낯설더라도 꽃 구경을 한 번 하고 나면 ‘아하 이 꽃. 우리 집, 담장 아래에서 혹은 지난 주에 산책하던 뒷산 길목에서 보았어’하고 말할 그런 식물이다. 줄기는 위로 서지 않고 옆으로 늘어지니 키는 커봐야 한 뼘을 넘지 못하지만, 옆으로 둥글게 퍼져 마치 꽃방석을 만들 듯 큼직한 포기를 만들기도 한다.

장미과에 속하는 여러 해 살이 풀이다. 그냥 보아도 밝고 곱지만 자꾸 자꾸 들여다보아도 여전히 예쁘다. 병아리처럼 노란 빛으로 봄이면 피어나는데, 때론 한 쪽에선 피고 지고 다시 옆에서 피고 지고를 반복하여 여름까지 이어지기도 하니 아름답고도 단명하지 않고, 까다롭지 않아 좋다. 장미과의 특성에 맞게 꽃잎은 5장, 수술이 많다.

조금 변화가 있어 살펴보아야 할 것은 잎인데, 양지꽃의 잎은 본래 작은 잎들이 3장에서 9장까지 장미의 잎이 달리듯 그렇게 달려 있다. 만일 이 작은 잎들이 모두 3장씩 달려 있다면 그것은 ‘세잎양지꽃’, 5장씩 동그랗게 모여 있다면 ‘가락지나물’이 되고, 잎이 아주 갈게 갈라지면 ‘딱지꽃’, 돌틈에 붙어 피고 있으면 ‘돌양지꽃’이기 쉽다. 모두 형제가 되는 식물들이다.

예전엔 예사롭지 않게 여기던 양지꽃을 두고 요즈음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다, 워낙 식물 자체가 강건하여 다른 식물들이 살기 어렵다 싶은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꽃이 오래 피며 그 꽃이 지고 나도 지면을 덮고 있는 잎 모양이 괜찮아 관상적인 가치를 높게 재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꽃밭의 앞면, 절개지나 축대같은 곳에 심어 자라면서 그 면을 덮어 가리도록 하고, 개인적으로 심을 경우에는 투박한 옹기에 담아 소박한 멋을 살리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식물체 전체를 치자연이라고 하여 약으로 쓴다. 기운을 보호한다 하고 피가 잘 돌지 않은데 따른 만성 영양장애 같은 증상에 처방한다고 하며 부인병으로 생기는 출혈 등에도 효과가 높다. 예전에 민간에서는 굵은 뿌리를 캐어 아이들에게 먹이기도 했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는다.

아무 때나 씨앗을 뿌려도, 가는 줄기 한 조각을 잘라 심어도 이내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는 강건한 양지꽃, 어떤 곳에서는 특유의 밝음을 잊지 않고 활짝 웃고 있는 양지꽃. 새해에는 더도 덜도 양지꽃처럼만 씩씩하게 살아야겠다.

입력시간 : 2004-01-02 16:4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