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와 함께 하는 로맨틱 디너

[맛이 있는 집] 사직공원 옆 '더 소호(The Soho)'
피카소와 함께 하는 로맨틱 디너

연말 연시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엔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픈 생각이 자리잡고 있을 터이다. 여기 특별한 날에 딱 어울리는 레스토랑이 있다. 사직공원 옆에 자리한 더 소호(The Soho). 물론 특별하지 않은 날 찾아도 좋은 곳이지만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자주 들르기에는 부담스럽다. 더 소호는 이탈리안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이탈리안 스타일의 파스타류와 프렌치 스타일의 스테이크 그리고 엄선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한옥이 있던 자리를 현대적인 건물로 개조해 실내는 모던하다. 거기에 그랜드 피아노라던가 고풍스러운 촛대와 촛불 등을 두어 차분하게 꾸몄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클래식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펼쳐 놓은 느낌.

메뉴가 무척 많은 편인데 그렇다고 한참을 고민할 정도는 아니다. 스테이크나 해산물, 파스타 가운데 뭘 먹고 싶은지 먼저 선택하고 그 안에서 재료나 요리법을 보고 입맛에 당기는 것으로 주문하면 된다.

버섯과 호박, 아스파라거스 등 채소들을 그릴에 구워 푸짐하게 나오는 뜨거운 야채 요리를 주문하고, 혹시 허전할까 싶어 스프를 하나 곁들이기로 한다. 따뜻하게 내주는 호밀빵도 좋고, 식사하는 속도를 한 템포 느긋하게 만들어 주는 와인을 한 잔 곁들여도 그만이다.

소금과 후추만 뿌려 그릴에 구운 야채와 드레싱을 곁들인 신선한 채소가 접시 가득 담겨 나온다. 고구마와 감자까지 있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채식주의자들이 무척 좋아할 만한 메뉴.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채소를 무척 좋아하는 편인데 맛이나 음식재료, 양 등 여러 모로 만족스러운 메뉴였다. 채소가 유난히 맛있고 신선한데 유기농 채소만 쓴다고.

매콤 고소한 소스로 버무린 안심요리 스트라제티는 젊은층에게 인기 메뉴. 부드러운 생선요리나 깔끔한 파스타도 먹음직스럽고, 코스로 즐기고 싶다면 세 가지 종류로 마련된 디너세트를 주문하는 것도 괜찮을 듯.

건물은 하나지만 계단과 벽을 이용해 몇 개의 공간으로 나눠져 있는데 맨 위층에 있는 ‘피카소의 방’은 단 둘만을 위한 자리다. 2인용 테이블 하나만 놓인 아담한 공간은 피카소의 그림과 접시들, 은은한 불빛으로 둘러싸여 있다. 물론 모두 진품이다. 의자는 단 두 개지만 피카소와 함께 식사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사랑하는 이와 로맨틱한 식사를 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을 듯 싶다.

식당 곳곳에 그림들이 걸려있는데 피카소와 샤갈의 진품들이다. 메뉴를 주문하고 나서 기다리는 동안 찬찬히 작품들을 감상하면 된다. 1층 입구 근처에 자리한 시인의 자리는 더 소호의 주인인 이승신씨의 어머니 손호연 시인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라고.

더 소호 안에서 이벤트도 가끔 열리는데 피아노나 연주 등 음악 공연이 마련되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달콤한 공연과 함께 식사를 즐기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단, 예약을 미리 해야 한다.

△ 메뉴 : 뜨거운 야채요리 26,000원, 스트라제티 34,000원, 스파게티 부카니에라 15,000원. 오늘의 스프 8,000원. 디너 세트 A 53,000원. 02-722-1999 www.thesoho.co.kr

△ 찾아가기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 사직공원방향으로 나와서 뉴월드마트에서 우회전해서 50m여 직진하면 길 왼편에 더 소호가 보인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1-02 20:28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