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자연스러운 신고전주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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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밴더린의 작품 ‘낙소스 섬에서 잠든 아리아드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가 위험을 무릅쓰고 적국의 영웅 테세우스를 도와 미궁을 함께 탈출하지만 결국 그에게 버림받는다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은 두 사람이 미래를 약속하고 크레타 섬을 떠나던 중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를 버리고 도망친 낙소스 섬이다. 그 순간을 증명이라도 하듯 멀리 해안가에는 황급히 출발하려는 배 한 척이 보인다.

미국 출신의 존 밴더린이 파리와 로마 등지에서 익혔던 고전주의적 감각과 수사학적 표현법의 그랜드 매너는 당시 로코코 양식의 매너리즘을 거부하는 신고전주의 미술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로고스 중심의 고전주의로 복귀하려는 경향은 고고학적인 정확성과 함께 표현과 형식에서 조화로운 비례와 균형을 지향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세밀한 묘사력은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어스름해지는 숲속의 음영과 백옥 같은 아리아드네의 흐르는 듯한 피부결, 밤을 향하는 하늘의 색조와 홍조 띤 얼굴에서 느껴지는 빛의 대조는 연극의 클라이막스와 같이 밴더린 작품에서 절정의 아름다움을 이룬다. 이러한 색채가 주는 긴장감은 연인의 배신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진 아리아드네의 신화를 의식했을 때 더욱 감각적인 효과를 낳는다.

존 밴더린은 19세기 초 미국 사회에서 흔하지 않았던 외국 유학을 통해 거장의 작품을 모사하면서 유럽식 표현기법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이는 미국 내 많은 미술 관계자들과 일반인들에게 묘한 시기심을 일으켜 당시 미국 내에서는 작품성에 비해 크게 환영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유럽의 다비드 또는 앵그르와 견줄 수 있는 신고전주의 화풍의 대가로 인정 받고 있다.

입력시간 : 2004-01-0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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