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낭만을 낚는 1500년 저수지아름드리 나무와 숲길, 겨울철 별미 '공어'가 있는 곳

[주말이 즐겁다] 제천 의림지
겨울 낭만을 낚는 1500년 저수지
아름드리 나무와 숲길, 겨울철 별미 '공어'가 있는 곳


제천 의림지(義林池)는 김제 벽골제(碧骨堤), 밀양 수산제(守山堤)와 더불어 고대 우리나라 3대 저수지로 손꼽히는 수리시설이다. 전하는 바에는 신라 진흥왕 때인 550년경 가야에서 귀화한 우륵이 처음 쌓았다고도 하며, 그보다 700년쯤 뒤인 1250년 무렵에 박의림(朴義林)이라는 사람이 축조한 것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제천은 산 위에 터를 잡았는데, 안으로 들판이 펼쳐진데다 산이 낮아서 훤하고 명랑하며 대대로 사는 사대부 집안이 많다. 북쪽에 의림지가 있는데 신라 때 큰둑을 쌓고 물을 막아서 온 고을의 논에다 물을 대었다”고 그 내력을 기록하고 있다. 충청도 지방의 별칭인 호서(湖西)란 말도 이 저수지의 서쪽에 있는 지방이란 데서 유래한 것이니 의림지의 상징성을 짚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인데, 저수지가 투명한 얼음으로 뒤덮이는 한겨울이 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입맛을 다시며 이곳 의림지로 몰려든다. 바로 겨울 의림지의 명물인 ‘공어(空魚)’를 낚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삼대 수리시설의 하나로 꼽히는 제천 의림지의 겨울 풍경. 작은 사진은 의림지에서 낚아올린 공어.

얼음 구멍을 뚫고 공어를 낚는 사람들

공어, 병어, 은어 등의 별칭을 갖고 있는 빙어는 10㎝쯤 되는 가녀린 몸집에 등쪽은 옅은 황갈색이고, 배쪽은 은백색을 띠며 전체적으로 반투명한 민물고기다. 겨울에는 먹이를 잘 먹지 않아 몸이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깨끗한데, 공어나 빙어라는 이름도 몸이 투명하여 속이 훤히 비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물론 빙어가 표준어이지만 제천 주민들은 공어라고 부르기를 고집하고 있다.

의림지 주변에는 저수지와 어우러진 소박한 풍경의 솔밭길이 있다.

공어는 여름에는 수온이 낮은 깊은 물에 살다가 겨울철에는 활발히 움직여 얼음낚시의 표적이 된다. 식도락가들은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린 맛이 없는 이 공어를 깻잎과 쑥갓에 싸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때의 맛을 겨울철 별미 중 별미로 꼽는다. 인제의 소양호를 비롯해 전국의 수많은 호수와 저수지에서 이 민물고기가 자라고 있지만, 1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저수지 얼음을 뚫고 낚아내는 공어는 다른 곳에 비해 그 맛이 조금 유별나지 않겠냐는 게 겨울만 되면 의림지를 찾는 매니아들의 주장이다.

공어낚시를 하려면 2호 크기의 바늘이 5~7개 정도 달려있는 견지낚시(3,000원)와 구더기 미끼(2,000원)만 있으면 된다. 의림지 주변의 가게에서 이 견지낚시도구를 사서 재미 삼아 던져도 아침이나 저녁이라면 어렵지 않게 손맛을 볼 수 있다. 공어는 주로 이른 아침과 오후 늦게 잘 잡히고 한낮엔 입질이 뜸한 편이다. 저수지 바람이 매우 차가우니 옷이나 모자, 장갑 등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가야 한다. 간이의자 등이 있으면 얼음 위에 앉아 낚시할 때 편하다.

얼음구멍에 낚싯줄을 내리고 고패질을 살살 해주면 입질을 한다. 그리고 찌가 흔들릴 때 잽싸게 낚아채면 반드시 손가락 만한 빙어가 걸려있다. 한창 입질을 받을 때는 한 번에 서너 마리를 낚기도 한다. 의림지 전문 낚시꾼들은 “공어는 떼지어서 다니기 때문에 10~20분 동안 입질이 없으면 미련 없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귀띔한다.

숙식

의림지 주변에는 공어회, 공어무침, 공어튀김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여럿 있다. 맛은 거의 비슷하지만 낙원식당(043-643-6430), 산장식당(043-644-9140) 등이 친절하다. 의림지 주변은 숙박하기가 그리 마땅치 않은 편이다. 승용차로 10여분 거리의 시내권에 있는 숙박업소를 이용하는 게 좋다.

교통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수도권에서 2시간 30분쯤 ?객? 중앙고속도로 서제천 나들목→38번 국도(5번 국도 공용)→제천 시내→모산동→의림지 주차장. 서제천 나들목에서 의림지까지 20여분 소요.

낚시하기가 마땅치 않다면 의림지 주변의 포장마차나 식당을 들르면 된다. 1만원 어치면 어른 두어 명이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양을 내놓는다. 남성들은 주로 회나 무침을 즐기지만, 여성들이나 아이들은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튀김을 더 좋아한다. 공어회를 맛본 후에는 영호정, 경호루 같은 정자들과 수백 년 묵은 소나무, 버드나무 숲이 어우러진 저수지 주변을 천천히 거닐며, 1500여년에 이르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의림지가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 재미도 있다. 둘레가 2㎞쯤 되는 의림지를 한 바퀴 도는 데 40분쯤 걸린다.

의림지에서 열리는 겨울 페스티발

한편 제천시에서는 매년 정월 초하루나 대보름을 전후해, 역사가 깊은 의림지도 자랑하고 공어도 널리 알리기 위해 ‘의림지 겨울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올해는 설 다음날인 1월 23일(금)부터 25일(일)까지 3일간 의림지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때에는 공어낚시는 물론이고 빙판썰매, 눈썰매 등 농한기의 전통 겨울놀이도 즐길 수 있다. 또 서바이벌 눈싸움, 빙판 줄다리기, 공어낚시대회, 빙판축구, 알몸마라톤대회 등 관광객이 참여하는 행사가 준비되어 있고, 의림지의 역사와 문화를 살필 수 있는 특별전과 의림지에서 찍은 추억의 사진콘테스트 등의 볼거리도 마련되어 있다. 기타 궁금한 사항은 의림지 겨울페스티벌 추진위원회(043-640-5705)에 문의하거나, 겨울페스티벌 홈페이지(www.uirimji.com)를 참조.

민병준 여행작가


입력시간 : 2004-01-09 18:04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