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휴식과 수면


한 사립대학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도교수가 누운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이른 아침에 한 조교가 울면서 뛰어왔다. 급하게 청진기를 챙기고 달려가 보니 젊은 교수 한 분이 의자에 기댄 채로 죽어 있었다. 한참 연구에 몰두할 연세에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 잠깐 눈을 붙이신 것이 명을 달리하게 된 것이다.

어제까지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연구하던 젊은 교수가 하루아침에 왜 저승사람이 되었을까? 우리나라에서 시신을 손상시키는 것을 죄악시하여 부검을 잘 실시하지 않지만 외국의 보고에 의하면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장판막증 등의 심장질환과 뇌졸중이 갑작스러운 사망의 대부분의 원인이라고 한다.

타고난 수명 시계가 다한 시점에서 모든 사람이 수긍하는 사망을 ‘자연사’라고 한다. 반면에 ‘자연사’가 아닌 사망 중에서 직업적인 과로가 관련되어 있는 경우를 ‘과로사’라고 한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과로사에 해당하는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해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사람들의 수가 매년 10%씩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760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는 신청 받은 사건만을 심사하여 판정한 것이므로 신고 되지 않은 과로사까지 고려한다면 그 수는 훨씬 더 클 것이다. 최근에는 30대에도 과로로 사망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분히 쉬지 못하고 집안일과 회사 일에 매달리고 살고 있다. 한마디로 과로하면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느 정도로 업무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까? 정확하게 꼭 집어서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관련된 연구 간에 어느 정도의 공통점은 발견되고 있다.

가장 우선적인 위험요인은 일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긴 경우이다. 외국의 연구에 의하면 주당 60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이 보다 장시간 일하는 경우는 과로사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주 5일제 근무의 영향으로 일하는 시간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에 속하지 않을 대한민국 ‘월급쟁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근무시간 동안 무슨 일을 하는 가도 중요하다. 같은 시간을 일한다고 해도 하는 일이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일인 경우에는 과로사의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예리한 기계를 만지는 일이나 직업적 운전이 특히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밤낮이 자주 바뀌는 야근과 교대근무도 생체리듬을 거슬리기 때문에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위험요인이 된다.

하루의 일과는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쉬는 시간의 대부분은 잠을 자면서 보내게 되므로 평균적으로 인생의 20년은 잠을 자게 된다.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반대로 쉬는 시간, 특히 잠자는 시간이 줄어든다. 20대에는 밤늦게까지 자지않더라도 별탈이 없지만 나이가 들어가면 하루 저녁이라도 푹 자지 못하면 휴유증이 사흘 동안 지속된다. 하루 1~1.5시간만 잠을 덜 자도 다음날 직장에서의 업무수행 능력이 3분의 1 감소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밤이 되면 쉬기 위한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긴장을 완화시키는 부교감 신경계가 활성화하면서 수면을 준비한다. 아침이 되면 반대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활기차게 일할 준비를 하게 된다. 생체리듬이 쉴 준비를 하고 있는 늦은 시간에 일을 해야 하거나 깨어 있게 되면 제대로 능률이 오르지 않고 몸에도 무리가 온다. 생체리듬을 거슬러 움직이기 위해 인체가 쏟아 부어야 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생각해 보라.

사람마다 수면의 생체시계가 달라서 드물게 하루 4~5시간 잠자는 것이 적절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성인에게 적정한 수면시간은 8시간으로 되어 있다. 이는 장수하는 노인들의 평균적인 수면시간이기도 하다. 아침에 기분 좋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도가 자신에게 적절한 수면의 양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절대적으로 수면이 부족하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20세 이상 직장인을 대상으로 수면시간을 조사한 보고에서 평균 수면시간이 6시간 28분이고, 반수 이상이 12시가 넘어야 잠자리에 든다고 보고하였다. 두 명 중 한명은 새벽에 잠들고 새벽에 억지로 일어나는 셈이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수면시간이 하루 6시간 미만이면 업무수행능력이 떨어지고 사망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종전 의학계에서 계속적으로 잠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적응이 일어나서 인체에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만성적인 수면부족이 두뇌반응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최대로 일할까가 최고의 가치였다. 하지만 聘캔?일하는 만큼이나 건강과 업무능률에 중요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어떻게 제대로 쉴까도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새해는 조금 느리게 나가보자.

입력시간 : 2004-01-1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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