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自我와 정체성


■ 제목 : 자화상 (Self-portrait)
■ 작가 : 질리안 웨어링 (Gillian Wearing)
■ 종류 : C-type print
■ 크기 : 172cm x 172cm
■ 제작 : 2000

길거리에서 만난 누군가가 난데없이 지금 당신이 생각하거나 느끼고 있는 것을 글로 표현해 달라고 부탁한다면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질리안 웨어링의 ‘당신이 남들에게 말하길 원하는 말, 그리고 누군가가 당신에게 말하도록 원하는 말이 아닌 것’이라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제목의 연작 사진들은 그렇게 공공 장소에서 만난 불특정인의 외부 상황과 내면의 감정 사이에서 순간적인 느낌을 담아내는 것이었다.

웨어링은 때로는 꿈과 희망을 꿈꾸고, 때로는 좌절과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인간의 정신 세계가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영역 안에서 어떻게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되는가에 관심을 가진 작가이다. 주목 받는 영국 출신의 현대미술 작가인 그녀의 작품들에는 사회의 주변에서 소리 없는 대중 가운데 하나인 개인성에 대한 탐구와 대중사회, 권력, 규약 아래에서 지극히 평범하거나 특별한 차이를 지니는 사람들의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작품 ‘자화상’에서는 자신의 얼굴을 가면으로 덮어 씌우고 실제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채 정면을 주시하고 있는데, 몽상과 이상에 빠지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 압박감 속에 가두어진 자아의 존재를, 인식 할 수 있지만 정체성을 알 수 없는 모호함으로써 형상화 시키고 있다. 웨어링은 사람들이 공공성과 개인성 사이에서의 긴장감을 표출하는 순간 그들은 어떤 것인가를 드러내거나 숨기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고 믿었다. 바로 그때의 이미지를 잡아내어 보여주는 그녀의 작품들은 거리에서 스쳐 지나치는 일상의 영상들과 타인들처럼 놓쳐버리거나 깊게 사고 하지 않는 자아의 형상에 잠시나마 멈추게 하고 있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1-16 15:08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