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주는 조개 "맛보러 와봐유"

[맛이 있는 집] 충남 서천 조개 샤브샤브
죽여주는 조개 "맛보러 와봐유"

겨울 추위가 꽤 매섭던 지난 주말, 충남 서천에 있는 신성리 갈대밭을 찾았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 각지에서 여행자들이 찾아들고 있는 곳이다. 철새 도래지로 이름난 금강 하구의 철새탐조여행과 곁들이면 하루 코스로 딱 좋다.

해 뜰 무렵 서울을 출발해 금강 하구둑에 닿은 것은 10시반 정도. 철새가 많이 모여드는 하구둑에 철새 탐조대가 있다. 탐조대 2층에 설치해 놓은 망원경을 이용하면 철새들이 가까이 잡힐 듯 생생하게 보인다. 철새는 주로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에 떼지어 날아다니기 때문에 철새들의 군무를 보려면 시간을 맞춰 가는 것이 좋다.

탐조대를 나와 금강을 따라 얼마간 달리니 신성리 갈대밭 입구에 이른다. 바람결에 아우성치는 갈대밭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갈대밭 서쪽 귀퉁이에 사람들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도록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시를 적어 놓은 길, 오솔길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좁은 길 등 구불구불한 길이 여러 갈래다. 자칫 하다간 갈대밭 속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 신성리 갈대밭은 다른 곳에 비해 갈대 키가 큰 편이다. 어른 키의 두 배가 넘는 갈대들로 빽빽하기 때문에 갈대숲 안에 들어가면 갈대와 하늘 이외에 다른 것은 보이지도 않는다.

갈대밭 산책을 끝낸 다음 찾아간 곳은 서천군 서면의 마량리. 아담한 동백숲과 일출․일몰로 유명한 포구 마을이다. 서해에 있는 마을 가운데 바다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데 마량리도 바다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일몰 또한 장관이다.

마량리에는 화력발전소가 있는데 발전소 서쪽 언덕에는 500년된 동백나무들이 80여 그루 자란다. 바닷바람 때문에 높이 자라지는 못하고 옆으로 넓게 퍼진 나무가 독특하다. 해풍을 바로 맞는 곳이긴 하지만 벌써 꽃을 피웠다. 붉디붉게 피어난 동백꽃과 사철 푸른 이파리들이 겨울 추위도 잊게 한다.

메뉴 : 조개 샤브샤브 20,000~40,000원, 주꾸미 샤브샤브 20,000~40,000원, 전어구이(1㎏) 25,000원, 각종 생선회 및 매운탕. ☎041-951-9803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 서천IC로 나간 뒤 21번 국도와 만나는 지점에서 비인면 방면으로 우회전. 비인면 소재지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삼거리에서 마량리 방면으로 좌회전해서 607번 지방도로 접어든다. 마량리 표지를 따라 계속 가다가 홍원항 갈림길에서 직진, 300미터 전방 오른쪽에 있다.

동백숲에서 돌아 나오는 길에 식사를 해결할 양으로 도로변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마량리는 주꾸미가 많이 잡히는 곳이기도 한데 초봄이면 주꾸미 축제가 열릴 정도다. 주꾸미 철은 아직 이르니 매운탕이나 먹을까 하던 차에 눈에 띈 것이 조개 샤브샤브. 주꾸미를 샤브샤브로 먹어 본 적은 있으나 조개는 처음이다. 개운한 해물 육수에 조개를 익혀 먹는 것도 좋겠다 싶어 들어선 곳은 해돋이 회센타.

조개 샤브샤브를 주문하니 바지락, 홍합, 채소가 가득 담긴 냄비를 불에 올려 내온다. 이렇게 끓인 국물을 육수 삼아 쓰는데,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커다란 쟁반에 키조개, 가리비, 대합, 주꾸미 등을 가득 담아 내온다.

인근에서 캔 조개들이라 싱싱하고 주꾸미는 살아 꿈틀거린다. 이렇게 내온 것을 하나씩 익혀 먹어도 좋고 가리비와 주꾸미는 회로 먹어도 좋다. 너무 익으면 살이 딱딱해지므로 살짝 익었을 때 꺼내야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새콤한 초고추장이나 겨자를 푼 간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해물이 잘 우러난 육수를 떠먹으면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보글보글 끓는 육수와 신선한 조갯살의 만남, 겨울철에 잘 어울리는 먹거리가 아닌가 싶다.

글 김숙현(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1-28 20:28


글 김숙현(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