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기가수 음반 국내 발매, 본격 공략땐 시장 급속 잠식 우려

일본 대중음악 전면개방 "잽에 무너질라"
일본 인기가수 음반 국내 발매, 본격 공략땐 시장 급속 잠식 우려

일본음악이 전면 개방의 물결을 타고 밀려들고 있다. 이제 공연, 음반, TV를 통해 일본의 인기 가수들을 듣고 볼 수 있게 되었다. 손쉽게 동네 레코드 점에서도 일본음반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문화관광부의 4차 일본문화 개방 발표 이후 국내 대중음악계는 일본대중음악의 대 공습으로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당장 음반과 공연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와 무차별적이었던 표절로 인한 저작권 문제 등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예상대로 썰렁하던 년 초 음반시장은 한국시장을 겨냥한 일본의 인기가수들의 음반 발매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hottracks, phono, yes24등 대형인터넷매장도 벌써 20 타이틀이 넘는 일본가요 음반의 예약, 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최대매장인 hottracks 황은정 일본음반 담당자는 "안전지대,차게&아스카, X-JAPAN등 옛날 인기 가수들의 음반은 반응이 없다. 현재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히카루나 케미스트리, 윈즈 같은 젊은 가수들의 음반들은 10대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하루 200장 이상이 판매되고 있다"고 전한다.

베스트 앨범된 합법적 일본 최초 음반

합법적인 국내 최초의 일본 가창 음반은 4인조 록밴드 튜브의 베스트 앨범 `Melodies & Memories II'가 차지했다. 소니뮤직 코리아는 지난 7일 오후 6시 교보문고 등 대형음반 매장에 튜브의 베스트앨범 490여장을 배포, 일반판매를 시작했다. 최초라는 의미 때문에 영상물 등급위원회로부터 정식 심의번호 스티커까지 교부받았다. 지난해 5월 일본에서 발매된 이들의 다섯 번 째 베스트앨범은 한국 팬을 겨냥해 캔이 리메이크한 '봄날은 간다'의 원 곡인 `유리의 추억'과 정재욱이 불러 TV CF배경 음악으로 인기를 끈 `Season In The Sun', 신승훈과 함께 부른 `Dreams of Asia' 등이 전진배치 되어있다.

1985년 데뷔해 2800만장의 음반판매고를 올린 일본 최정상급 록밴드 튜브. 이들은 지난달 31일 11시 30분부터 지난 1일 새벽 1시 30분까지 서울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열린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축하하는 '드림 오브 아시아’무대에 올라 히트곡 13곡을 노래했다. 이 공연은 일본 위성채널 viewsic과 국내 케이블TV 음악채널 m.net을 통해 동시 생 중계되면서 한국 방송에서 일본어로 노래한 첫 아티스트로도 기록되었다. 주최측인 CJ미디어 관계자는 "'튜브를 시작으로 케이블. 위성TV 음악채널의 일본 가수 공연 방송이 잇따를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음악채널들이 그동안 일본 대중가요와 관련한 방송 개방에 맞춰 콘텐츠 교류 협력 등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말한다.

속속 발매하는 일본 신세대 스타들

록밴드 1월 말 내한 예정인 제이워크(JayWalk)의 앨범 또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1980년 결성되어 16장의 앨범을 발표한 이들은 음악성을 겸비한 열정적인 라이브 공연으로 일본 록 계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정상급 밴드이다. 일본 신세대를 대표하는 R&B 가수 히라이 켄 역시 12곡을 담은 앨범을 발매했다. 그는 톱스타들만이 자리할 수 있는 미국의 'MTV 언플러그드' 무대에 오른 최초의 동양인 가수.

그가 이번에 국내에 들고 온 앨범 '라이프 이즈'는 지난해 3월 일본 오리콘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밀리언셀러 음반이다. 이밖에도 지난 2000년 일본가수로는 국내 첫 내한공연을 가졌던 남성듀오 '차게&아스카'가 있다. 이들 역시 드라마 주제곡인 'Say Yes','명랑소녀 성공기'에서 장나라가 번안해 부른 '러브송' 등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노래들이 수록된 베스트 앨범을 발매했다. 또한 일본음악 광풍을 몰고 왔던 록그룹 X-JAPAN의 베스트 앨범, 인기힙합 그룹 킥 더 캔 크루의 앨범도 연이어 출시되었다. 또한 일본의 대표적인 아이돌 여가수 우타다 히카루, R&B그룹 케미스트리, 아이들그룹 윈즈, 미샤, 후카다 교코, 힙합그룹 지브라등의 음반도 상륙했다.

60년대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등의 영국밴드들이 미국 팝 시장에 상륙했을 때 미국 언론은 '브리티시 인베이션'이란 전투적인 표현을 썼다. 2004년 한국음악시장은 '재패니즈 인베이션'이란 표현도 부족할 만큼 많은 일본가수들의 공연과 음반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우선 1월중에 3인조 발라드밴드 딘과 힙합그룹 킥더캔크루의 콘서트가 잡혀 있다. 3인조 발라드밴드 딘은 지난 14일 정규 9집 'Utopia'의 발매에 이어 17-18일 내한공연까지 개최했다. 소니뮤직, BMG, EMI, 워너뮤직등 외국 음반공연배급기획사들 뿐 만 아니라 보아, 강타 등이 소속된 국내 SM엔터테인먼트도 적극적이다. 아무로 나미에와 하마자키 아유미의 앨범 수입 뿐 아니라 일본 음반시장 점유율 1위의Avex사와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 인터넷 음악 사이트 'iLikepop.com'을 통해 2만여 일본 인기 가요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있다. 한국디지털오디오방송은 지난 15일 일본 음악 전문채널 `쎄티오 FM 도쿄'를 신설했다. 최초의 일본음악 전문 채널이 된 이 방송은 스카이라이프 813번을 통해 J팝을 중심으로 일본 대중음악을 하루 24시간 내보내고 있다.

한일 가요관계자들의 반응을 들어보자. 강 헌 한국대중음악연구소장은 "언어의 차이와 국내음반 산업의 침체 때문에 결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평론가 임진모는 "완전한 방송 개방이 되지 않아 일부 마니아 외에는 일본가수 누가 누군지 도 알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함용일 YBM서울음반 대표도 "특별히 국내가요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장태연 MBC 예능국장은 "일본어 가창 방송 허용은 부분적이긴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개방된 느낌이다. 지상파방송의 영향력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대처하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성격 다른 우리 시장 연구한 일본

일본의 음악 평론가 담바타 세이치는 "일본의 인기가수가 한국에서 반듯이 통하지는 않을 것이다. 감성적으로 한-일 음악 시장의 성격이 달라 자본 잠식 가능성보다는 상호교류 차원으로 흘러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원표 음반공연기획사 라운드 대표는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음악과 시장에 대해 연구를 마쳤다.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인내를 가지고 서서히 강도를 높여 올 것"이라고 경계한다.

이번에 내려진 일본 대중음악 완전개방의 영향력여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비슷한 양국의 주류 대중음악 수준도 그렇지만 국내 음반시장의 구조적 불황, 그리고 음원의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하는 풍토등은 일본음악의 성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일본의 또 다른 고민은 일본 현지의 음반가격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 1만5천원 내외의 한국시장의 음반가격. '음반의 역수출'까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측은 한국발매음반에는 'only in korea'라는 문구를 넣고 포스터, 한정본 제작도 하지 않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 일본대중음악의 1차 공습은 일단 공습경보 수준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앞으로 국내 신보 규모 선에서 지속적으로 물량공세를 펼치며 조금씩 국내의 음반, 공연시장을 잠식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일본자본이 투입된 300개의 각종 공연장이 한국 땅에 건설될 예정'이라는 소문도 난무하고 있다. 이제 음악인들도 영화인들처럼 뭉쳐야 되고 정부는 국내 대중음악의 보호를 위해 부가세 감면등 다방면의 조치로 국내음악계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최규성 가요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1-30 14:56


최규성 가요칼럼니스트 ks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