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국물에 쫀득쫀득 씹는 맛 일품

[맛이 있는 집] 사청동 부영 도가니탕
진한 국물에 쫀득쫀득 씹는 맛 일품

삼청동 길을 유난히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동십자각에서 시작해서 삼청터널까지 이어진 제법 긴 그 길을 일부러 걸어가는 친구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걷는 것은 아니고 그날 기분이나 컨디션 따라 적당히 걷는다. 어떤 날은 마을버스를 타고 사간동에서 내려 갤러리들을 구경하고, 삼청동 길 초입에서 차를 한잔하고 돌아오기도 하고, 날씨가 따스할 때는 삼청공원까지 걸어가기도 한다. 높지 않은 건물들과 좁은 도로, 가로수로 심어 놓은 굵은 은행나무들, 다닥다닥 붙은 한옥들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 자리한 한적한 공원까지….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운치’가 느껴지는 서울의 몇 안되는 길 가운데 하나라는 게 그 친구의 생각이다.

삼청동 길에서 새로운 맛집을 찾아냈다며 그 친구가 데려간 곳이 부영 도가니탕이다. 식당은 삼청동 길에서 감사원으로 꺾어지는 골목에 자리하고 있었다. 관공서 주변에 맛있는 집이 많이 몰려 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 감사원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관공서가 들어서 있기 때문인지 삼청동 길에는 유난히 맛있는 식당들이 많다. 워낙에 맛집이 많다 보니 웬만한 손맛으로는 이 길에서 살아 남을 수 없을 것이다. 기억을 떠올려보니 삼청동 길에서 먹어본 밥 치고 수준 이하였던 곳이 없었다.

부영 도가니탕은 일본풍이 느껴지는 옛 한옥 1, 2층을 이용한 아담한 가게였다. 1층 테이블에 앉아 수육과 도가니탕을 시켰다. 다른 메뉴는 없이 달랑 두 가지 메뉴가 전부다. 광우병 파동이 일고 난 후에도 이 집의 매출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단다. 수입 쇠고기가 아니라 한우를 쓰기 때문이라고.

도가니탕은 일단 진한 국물이 좋다. 색다른 것이 있다면 도가니탕이지만 도가니보다 살코기를 많이 넣어 준다. 갈비고기를 쓴다고 하는데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고소하면서도 쫀득한 도가니 맛도 비길 데가 없다.

탕에 곁들여 나오는 것은 깍두기와 생마늘, 고추장이 전부다. 깍두기는 알맞게 익어 시큼하면서도 감칠맛이 깊다. 칼칼한 맛이 제대로인 고추장에 생마늘을 푹 찍어 고기 위에 얹어 먹어도 맛있다.

메뉴 : 도가니탕 5,000원, 수육 1만3,000원 02-730-9440

찾아가기 : 동십자각에서 삼청동 길로 접어들어 삼청터널 쪽으로 가다가 감사원 방면으로 우회전, 30미터 정도 올라가면 도로 오른편에 부영 도가니탕이 보인다.

수육은 살코기 없이 도가니만 내온다. 도가니는 무릎이나 발목의 연골과 그 주변 부위를 가지고 만드는데 아교(젤라틴) 성분이 많아 삶아 놓으면 투명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탄력이 떨어지고 뼈에 진액이 빠져나가므로 아교질이 풍부한 도가니 같은 음식을 섭취해 주면 좋다고 한다. 부위에 따라 어떤 것은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아들고, 또 어떤 것은 조근조근 씹는 맛이 그만이다.

부영 도가니탕은 이 자리에서만 30여년 가까이 됐다고 한다. 매일 한결 같은 맛을 내는 것이 그 오랜 세월을 지켜온 비결일 것이다. 모든 것이 재빠르게 변하고 쉽게 유행되었다가 사라지는 요즘 같은 세상에 30년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인심을 담듯 푸짐하게 내 온 도가니탕과 수육을 한 점 남김 없이 깨끗하게 비우고 일어선다. 뜨거운 국물 덕분인지 바깥 공기가 차갑다기보다 시원하게 느껴진다.

입력시간 : 2004-02-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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