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과 테너의 환상무대가 봄을 부른다

[문화가 산책] 브리 터펠·이안 보스트리지
바리톤과 테너의 환상무대가 봄을 부른다

세계적인 남성 가수 2명이 초봄의 무대를 장식한다. 바리톤이 들려주는 오페라 아리아, 테너가 펼쳐 보이는 이지적 가곡. 당신은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2001년 10월, 첫 내한 공연으로 기립 박수를 받았던 베이스 바리톤 브린 터펠이 다시 온다. 깊고 장중한 저음에, 카리스마와 능청을 겸비한 연기력까지 겸비한 터펠은 음악과 연기를 한몸에 갖춘 가수라는 평을 듣고 있다. ‘피가로의 결혼’의 피가로, ‘돈 지오반니’의 레포렐로, ‘살로메’의 요하난, ‘탄호이저’의 볼프람, ‘호프만의 이야기’의 포블랭 등 강렬한 개성이 필요한 배역에서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카리스마로 객석을 열광시킨다.

1992년 그라모폰의 ‘올해의 신인 음악가상’을 받은 것을 신호로, 국제 클래식 상과 그래미 상 등을 석권하고 있다. ‘바리톤계의 리베로’라는 별명이 그의 완벽한 변신을 압축해 준다.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 토스티의 ‘이별의 노래’ 등 가곡을 들려준다. 3월 4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02)751-9606

“슈베르트 노래의 핵심에 도달했다”는 ‘그라모폰’지의 평 한마디로 요약되는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가 이에 맞선다. 그의 내한은 그 동안 국내 기획사들이 한국 무대에 세워 보려다 일정 등의 이유로 번번이 좌절돼 오다 이번에 처음 성사된 것이어서 음반만으로 만족해 오던 팬들에게는 각별하다. 냉철하고도 생명력 있는 음색에다 세련된 발성, 야성적이고도 동시에 얼음처럼 차가운 이성의 소유자라는 해외 평단의 언급을 생생히 확인해 볼 기회다.

한스 호터의 따스하고 인간미 넘치는 해석, 게르만적 서정을 가장 훌륭히 구현했다는 피셔 디스카우의 정확한 해석 등 기존의 양대 슈베르트 가수들과는 다른 차원의 해석을 구현해 냈다는 것이다. 그 같은 중평에는 옥스포드 대학과 캠브리지 대학에서 역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따냈다는 이력이 한몫 단단히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예술 가곡에서 가수만큼이나 중요한 사람이 반주자인 피아니스트. 이번에 함께 할 영국 출신의 줄리어스 드레이크는 영어, 독어, 불어로 유명 작곡가들의 가곡집을 낼 정도로 예술 가곡의 반주에서 일가견을 두루 인정받고 있다. 터펠과 함께 클래식 팬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3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751-9096

<콘서트>

이탈리아의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공부하고 돌아 온 바리톤 정지철이 귀국 독창회를 갖는다. 레닌그라드에서 오페라 ‘이순신’에 출연해 호평받은 뒤, 2003년 ‘한여름밤의 콘서트’에 출연하는 등 국내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카를라티, 라벨, 바그너 등의 작품을 들려준다. 2월 25일 금호아트홀(02)586-0945

<새 음반>

소설가 이외수, 추억의 뮤지션 이남이. 이 두 사람이 키워낸 6인조 포크 밴드 ‘철가방 프로젝트’가 2집 ‘오선지 위의 행복’을 발표했다. 생활속에서 느끼는 작지만 소중한 경험을 포크와 록으로 만들었다. ‘짬뽕과 짜장면’, ‘노란 운동화’, ‘술’ 등 생활 소품들에서 느끼는 정서가 담겨져 있다. 군데군데 꽹과리와 북 등 국악도 큰 힘을 발휘한다.(NT)

<전시>

독일 조각가 베른트 할프헤르가 전시회 ‘스페이스 랩’을 갖는다.거울이나 사진 등 일상에서 흔히 보는 물건들로 관람자들의 상식을 흔들어 공간을 새롭게 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서울의 지하철 공간을 정교한 컴퓨터 작업으로 뒤바꾼 ‘미디어 시티’ 등이 전시된다. 2월 27일까지 대안공간 루프 (02)3141-1377

<연극>

극단 작은신화는 현재 한국을 안쓰러운 웃음으로 풍자한 ‘채플린, 지팡이를 잃어 버리다’를 공연한다. 태교에 무척 신경 쓰는 것 처럼 행동하던 임산부가 음탕한 이야기를 몰래 귀 기울여 듣다, 갑자기 흥분하는 것으로 극은 시작한다. 현대인의 위선과 허위 의식을 통캐하게 꼬집는다. 서현철 작, 최용훈 연출. 2월 22일까지 문예진흥원 소극장 (02)764-3380

장병욱 차장


입력시간 : 2004-02-11 15:14


장병욱 차장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