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한 양념 맛에 군침 절로

[맛이 있는 집] 명동 제주물항 갈치조림·물회
매콤한 양념 맛에 군침 절로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는 것도 즐겁지만 그렇게 찾아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는 것은 더욱 큰 즐거움이다. 지난달 초 명동성당에서 열린 작은 집회에 참가하러 가는 길에 “날도 추운데 밥이나 제대로 먹고 가자”는 한 선배의 이끌림에 따라 명동 제주물항에 들어갔다. 갈치구이나 고등어조림, 자리물회 등 제주에서 맛있게 먹었던 반가운 메뉴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점심 시간이 거의 끝나 갈 무렵인데도 북적북적한 식당 분위기가 일단 ‘기본은 하겠구나’ 싶었다. 매콤한 게 먹고 싶던 차에 갈치조림에 한치물회를 시켰다. 물회도 일품이요, 조림은 입에 착 붙었다.

이렇게 알게 된 제주물항에 두어 번 더 다녀왔다. 명동 근처에서 약속을 잡게 되면 자동적으로 제주물항으로 발길이 향했다. 함께 간 사람들도 다들 좋아하며 밥공기를 깨끗하게 비웠다. 맛있는 음식을 같이 나눠 먹고 포만감을 가득 안은 채 식당 문을 나서는 기분이란 꽤나 흐뭇한 일이다.

갈치조림은 보들보들한 갈치 속살에 칼칼한 양념 맛이 일품이다. 큼직하게 썰어 넣었음에도 속속 양념이 배어 든 무는 입안에 들어가면 저절로 뭉크러진다. 입 속에서 구수하게 퍼지는 무, 고소한 갈치, 매콤한 양념 맛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다.

제주도의 여름 별미인 자리물회. 한치나 오징어 혹은 활어회로 만드는 물회가 다른 지방에도 있기는 하지만 자리물회는 제주 토속음식이다. 자리는 자리돔을 이르는 말인데 뼈가 세지 않은 어린 자리를 통째 썰어 물회를 만들어 먹는다. 물회는 얼음을 동동 띄워 시원하게 먹어야 제격인지라 제주에서는 여름에 즐겨 먹는다. 하지만 추운 겨울날 먹는 자리물회도 색다른 맛으로 입맛을 자극한다. 물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물 맛이다. 얼큰하면서도 개운하고, 비린 맛이 나지 않아야 잘 만든 물회다. 다진 마늘이나 고춧가루 등 갖은 양념을 넣는데 구수하면서도 개운한 맛을 내는 비결은 된장이다.

메뉴 : 갈치ㆍ고등어 조림 12,000원~15,000원, 자리물회ㆍ한치물회 9,000원. 02-319-1213

찾아가기 : 명동 아바타에서 명동성당으로 이르는 길 중간 즈음에 있다. 조흥은행 맞은편, 명동파출소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왼편 첫 번째 집.

얼큰한 국물에 뼈가 오독오독 씹히는 자리, 사각사각 신선한 채소까지 한 숟가락 가득 먹으면 추위로 잃었던 입맛이 어느새 살아난다. 가시가 씹혀 처음에는 이상할 수도 있는데 먹을수록 고소하다. 제주에서는 자리물회를 술 많이 마신 다음날 아침 해장국으로 먹기도 한다고. 자리를 싫어하거나 뼈가 씹히는 게 싫다면 한치물회를 주문하면 된다.

얼음이 살짝 잡힌 동치미는 또 어떤가? 손님 수에 구애받지 않고 상마다 냉면그릇으로 한 그릇씩 푸짐하게 내 오는 동치미는 국물 맛이 끝내준다.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한 국물은 오랫동안 한식을 만들어온 손맛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먹기 좋게 썰어 넣은 무, 배추, 파 등 동치미 속에 들어간 채소도 푸짐해 하나씩 건져 먹으면 입안이 개운해 진다.

맛깔스러운 밑반찬도 밥맛을 거든다. 잘 익힌 젓갈, 된장에 박아두었던 깻잎, 콩가루를 넣어 버무린 해초무침, 뼈 채 말린 갈치를 간장에 넣어 조린 것 등 제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반찬 수는 대여섯 가지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하나같이 맛이 좋다. 이밖에도 신선하고 통통한 고등어를 이용한 고등어조림, 제주 은갈치의 담백한 맛의 절정 갈치구이, 제주에서 직송한 고등어와 갈치로 만든 고등어회와 갈치회, 전복회 등 맛보고 싶은 메뉴들이 많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2-11 16:11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