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원 편역/미다스북스 펴냄책에 파묻혀 산 아름다운 신비

[출판] 책에 미친 바보 - 이걷무 산문선
권정원 편역/미다스북스 펴냄
책에 파묻혀 산 아름다운 신비


“그 친구가 저 세상으로 떠난 뒤 나는 이리저리 방황하고 울먹이면서 혹시라도 그 친구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없을까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열하일기를 쓴 연암 박지원의 말이다. 박지원이 말한 그 친구는 바로 이덕무다.

이덕무는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유득공 등과 교유한 북학파 실학자다. 이들 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북학파 가운데 가장 많은 저술을 남긴 대학자였고, 유득공 박제가 이서구와 함께 한시사가(漢詩四家)로 청나라에까지 그 이름을 떨칠 만큼 뛰어난 문장가였다.

이덕무는 자기 스스로를 ‘책에 미친 바보’라고 불렀다고 한다. 겨울밤, 불도 때지 못한 냉골에서 똑바로 앉아 눈썹을 내리깔고 손을 모은 채 책장을 넘겼다. 그의 친구들은 “책을 두고 자네의 눈을 거치지 않으면 그 책을 무엇에 쓰겠는가”라고 말하며 그에게 책을 빌려줬다고 한다.

서얼 출신인 이덕무는 평생 끼니 걱정을 하며 살았다. 오로지 책이 삶의 전부였음에도 때로는 책을 팔아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이는 그가 말한 책을 읽는 네 가지 유익함에서도 어슴푸레 짐작할 수 있다. “첫째는 배고픔을 잊게 해주고, 둘째는 추위를 잊게 해주고, 셋째는 근심과 번뇌를 없애주고, 마지막으로는 기침을 낫게 해 준다.”

이 책은 바로 책벌레 이덕무의 삶과 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는 산문선이다. 이덕무가 쓴 각종 저서와 여행기 제문, 친구들과의 편지글 등에서 엄선한 글들을 모았다. 처절한 가난 속에서도 맑고 올곧은 삶을 살려고 애쓴, ‘아름다운 선비의 전형’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입력시간 : 2004-02-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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