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재촉하는 개울 옆 꽃소녀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동의나물
봄을 재촉하는 개울 옆 꽃소녀

오랜 만에 산에 올랐다. 산의 그늘진 사면엔 아직 흰 눈이 소복하다. 계곡가엔 얼음이 얼어 있기도, 혹은 눈들이 소리없이 조금씩 조금씩 녹아 졸졸 물이 흐르기도 한다. 귀 기울여 그 물소리를 들으니 봄을 재촉하듯하여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물소리를 들으니 봄이라면 그 물가에 환하게 피어날 동의나물이 생각났다. 내가 느끼듯, 동의나물도 때가 오고 있음을 이미 감지하고 물가 어딘가에서 새 봄을 맞이할 꼼지락거림을 이미 시작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동의나물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전국에 있는 산지, 그곳에서도 습한 곳, 개울 옆 등에서 자란다. 흰색의 굵은 뿌리와 가는 뿌리가 잘 발달해 있다. 속이 빈 줄기가 비스듬히 자라다 뿌리를 내리면 그곳에서 다시 곧은 줄기가 나오며 때론 가지를 만들어 전체적으로 한아름 되는 포기를 만들며, 키도 많이 자라야 무릎 높이를 넘지 앉으므로 전체적인 모양이 참 좋다.

잎은 뿌리 주변에서 모여서 나는데 둥근 심장형 또는 콩팥형으로 길이와 폭이 모두 5~10㎝정도이다.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거나 밋밋하다. 꽃자루는 50㎝정도로 긴 편인데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기 때문에 마디에서 뿌리가 내리며 그 윗부분은 바로 선다. 꽃은 4~5월쯤 샛노란 색으로 핀다. 보통은 줄기 끝에 2개 정도 달린다. 노란 꽃송이 가운데 우리가 꽃잎처럼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사실은 꽃받침으로 꽃잎은 없다. 5~6장의 꽃받침잎 안쪽에는 역시 노란색의 많은 수술을 보기 좋게 받쳐주고 있어 참 아름답다.

왜 동의나물이 되었을까? 지방에 따라서는 이 식물을 두고 동이나물이라고도 하는데 언제나 맑은 냇가에 발을 담그고 자라고 있으며 둥근 잎새를 깔때기처럼 겹쳐 접으면 마른 입술을 축이는 물 한 모금 담을 수 있는 작은 동이가 될 듯 싶기 때문이 아닐까?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얼개지 또는 얼갱이라고도 한다, 영어 이름은 멤부라나세오스 마쉬 마리골드(Membranaceous marsh marigold)이다.

동의나물은 물가에 사는 특성 때문에 정원의 연못 주변에 심으면 아주 좋고 아름다운 꽃은 물론 꽃이 지고 난 다음에 남아 있는 잎새의 모양도 예뻐 관상용으로 좋다. 이밖에 한방에서는 노제초, 수호려라는 생약명으로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약재로 쓰는데 진통, 거풍 등에 효과가 있고 가래가 많이 생기거나 몸살 기운이 있을 때, 머리가 어지럽거니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치료제로 쓴다고 한다. 또 어린아이의 이질에도 쓰이는데 많이 먹이면 위장이나 신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한다. 또 골절상에는 뿌리를 찧어서 아픈 곳에 붙이기도 하고 치질에도 물에 넣고 달여 복용한다고 한다. 이름 뒤에 나물이라는 글자가 붙었으므로 식용도 가능하지만 다소 독성이 있으므로 어린 잎을 삶아서 잘 우려내어 먹어야 한다.

한 시인은 동의나물을 두고 방긋방긋 눈웃음을 지으며 가득한 햇살을 머금은 듯 행복한 표정을 하고서 우리 앞에 나타난다고 말했던가. 정말 동글동글 반질한 귀여운 잎새, 샛노랗고 오목하고 예쁜 꽃송이는 수줍은 산골소녀처럼 밝고 곱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환해진다.

입력시간 : 2004-02-1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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